내가 '나'로 살고 싶지 않을때

인간관계의 셀프리더십: 내 성격을 고치지 않고 잘 살아가는 방법

by 데보라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 나를 바꿔야 할까


‘나답게 살라’는 말이 내게는 항상 양면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가끔은 내 멋대로 살아도 된다는 일종의 허락같고, 한 편으로는 나의 좋지 않은 면들과 계속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는 막막함.

나 자신에 대해 좋아하는 면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항상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생각이 많은 성향. 강하고 엄격한 기준. 예민함. 상대의 감정보다는 당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과 문제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거기에 직선적인 말투까지.


일이 틀어지면 나는 관용보다는 엄격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사람들을 판단했고, 그들의 감정보다는 문제해결을 우선했다. 그로 말미암아 회사에서 나는 따뜻하고 온정적인 리더가 아닌, 긴장을 유발하는 리더였다.


회사 후배들과 가까이 잘 지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내심 부러워했고,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쉽게 미워했다. 너그럽지 못한 나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내심 상처받았다.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가진 한 면만 전달되는 것 같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했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나도 피곤하고 힘들다. 나로 살고 싶지 않다.”






내 인생에서 반복되는 패턴찾기


나는 인생을 '나'라는 세계와 외부 세계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선택을 한다. 그렇기에 각자의 인생은 서로 다른 빛을 띤다.


하지만 각 개인의 시각에서 보면, 타고난 기질과 성장환경이 만든 성격이 비슷한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갈등이 일어날 때도, 갈등이 해결될 때도 비슷한 방법과 패턴이 결국 나를 비슷한 자리로 데려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또 이런 상황이네.'

익숙한 긴장감, 익숙한 갈등, 그리고 유사한 대상, 익숙한 오해의 양상.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내 단점을 극복해나가면, 나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자기이해를 위한 시도와 여러가지 도구들


예전에는 별자리별 성격이 있었고, 그 다음에는 혈액형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MBTI가 대유행을 하며 이들을 모두 갈아치웠다. MBTI로 처음 성격에 대해서 그나마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었을 때, 그때 해석을 읽으며 속으로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미지의 세계인 것만 같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나를 이해해 주는 유일한 사람을 만난것만 같았다.


그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애니어그램과 TCI 검사. 이 도구들을 통해서, 내가 여러가지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 에고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조금 더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 대한 이해 = 나의 변화]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았다.


특히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록, 내 성향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누군가는 나를 '무섭다', '차갑다'라고 이야기 했고, 나는 마음 한켠에서 나도 마음속에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가진 한 면만 보여지는 것 같아서 아쉽고 슬펐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나를 바꿔야 한다. 더 부드러워지고, 더 관대해져야 한다. 그냥 넘기고 이해해줄 줄도 알고, 사람들을 다 품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확신하지 못했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같은 상황이 오면 나는 또 비슷하게 말할 것 같았다. 비슷하게 지적하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묻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다정하게 할 자신은 없었다.






나를 바꾸는 것이 목표일 필요는 없다


최근에 나의 주치의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이런 생각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의외로 선생님의 대답은 내 기대와 정 반대였다. 그리고 아주 단순했다.


꼭 성격을 바꾸는 것이 목표일 필요는 없습니다.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거나 느껴질 수 있는지 인지하고, 그에 대해 조심하려는 마음을 가진 것 자체로도 목표를 이룬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덧붙였다.

통계적으로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살펴보면

- 약 50%의 사람들과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고,

- 약 30%의 사람들과는 부담을 느끼지만 유지되는 관계도 있고,

- 또 10~20%의 사람들과는 끝내 맞지 않아 멀어지는 관계도 있다.


그 말인 즉슨, 어떤 관계에서도 갈등이나 긴장이 만들어지기 마련이고, 끝끝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기질을 바꾸는 것 보다, 그저 나의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나 긴장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그래서 선생님은 '인내', '진정성', 그리고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결국 이 세가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호간의 신뢰를 만들어낸다고.





나를 고치지 않고도 잘 지내는 법


그래서.

나는 나를 고치는 것 보다는,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으로 관계를 운영해보기로 했다.


먼저, 나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줄 마음은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성격에 대해 "없애거나 고쳐야 할 결함"이 있다고 받아들이면, 나는 고장난 트럭을 운전하는 운전수 처럼 계속해서 불안하게 드라이빙을 할 수밖에. 나는 나 자신을 고쳐야만 하는 무언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나는 종종 개성을 "쟤는 왜저래", 혹은 틀린 것이나 고쳐야할 것으로 판단하곤 했다. 각자의 기준에서는 각자의 정의와 원칙과 기준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상대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각자의 개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본의아니게 내 식으로 판단하고, 내 잣대를 들이밀어 상처를 주는 일도 줄어들겠지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마지막으로 진정성을 가지는 것이 관계에 있어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관계에서는 진정성이 생기지 않을수도 있고, 결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정성이 생길 수 있는 환경과 사람들을 선택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더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맞지 않는 환경에서 스스로를 억지로 맞추고 소모시키지 않고 나에게 맞는 것들을 찾아 나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또 어떤 환경과 관계들을 떠나고, 또 새로 만날 것이다.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에는 머물고, 떠나야 할 해로운 관계와 환경을 떠나는 것. 새해에는,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더 옳은 기준을 세워서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스스로에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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