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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수아 Feb 20. 2022

당신의 안전지대에는 누가 있나요?

2021. 04 23


접촉의 실종


다시 동네 거리가 한산하다.

확진자 수가 700명을 웃돌면서

봄바람, 꽃구경을 즐기던 사람들은 다시 집으로 꼭꼭 숨어들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병아리 같던 동네 꼬마들이 가장 눈에 띄게 많이 보였는데 조용한 동네는 경비 아저씨들의 빗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3월 몇 주간 못 보던 친구들과 인원 제한 안에서 차도 마시고 책 모임도 재개했었건만 다시 모든 모임과 만남을 미루고 취소하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자는 말도 어렵고 거리에서 만난 반가운 이웃에게도 쉽게 손을 내밀 수 없다. 특히 나처럼 반가움을 온몸으로, 어깨를 안으며 손을 잡으며 표현하는 사람들에겐 늘 부끄러운 손이 허공을 잠깐 맴돌다 제자리를 찾는 것이 반복된다.

도대체 이 코로나의 시대에 연인들은 어찌 연애하며 다정하고, 친근한 스킨십은 어찌해야 한다는 건지.

속상하고 답답할 뿐이다.


안전지대에서 만나요.


한창 Sns 초창기, 과거의 인연들을 이러저러한 파도를 타고 만나고 또 완전히 멀어졌다고 생각한 지인을 다시 만나고 하면서 나는 인연이란 질긴 것이며 그 보이지 않는 실은 단지 투명해질 뿐 끊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코로나의 시대는 인간관계를 극적으로 축소하고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관계망마저도 실종되는 극단적인 단절을 단시간에 이뤄냈다. 안면인식 장애는 이제 사회적 허용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모두 마스크 때문에 안면인식 장애를 공통 장애로 갖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관계 안에서 불필요한 실은 오래된 거미줄처럼 뚝뚝 떨어져 나가고 투명했지만 확실했던 튼튼한 빨간 실만이 오롯이 살아남고 있다. 확실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관계, 빈도와 신뢰로 구축한 그 관계가 거리 두기 속에서 ‘이 사람과의 만남은 안전해’라고 본능과 인지가 확실했을 때 우리는 그 실을 끌어당겨  마지막 안전핀인 마스크를 내리고 기꺼이 차를 마시고 식사를 나누니까 말이다.


늘 가는 단골 카페, 늘 만나는 동선의 사람들, 위험이 배제된 방역 속의 만남. 신뢰가 없이는 벗지 않는 마스크.

코로나 인류의 안전지대는 이렇게 형성되고 있으니 나의 안전지대에는 과연 어떤 실들이 얽혀있는지

한번 따져볼 일이다.


#코로나는 아직도 # 지치지 말자 전염병 따위에 #안전지대를 설정하자

#감성#코로나 일상 #지금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이 찐.


*이 글은 주식회사 멘테인에서 서비스하는 <키핑 keyping> 모바일앱에 2020~2021년 6월까지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수정, 편집하여 발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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