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제 만이고 뭐고 이도 저도 부인할 수 없는 반백, 50. 知天命 이 되었다.
어릴 때는 더위보다 추위를 훨씬 심하게 타서 '여름에 태어난 아이'임을 즐겼었는데 매년 기후변화로 폭염이 전 세계를 뒤덮는 여름을 수년 째 경험하고 보니 에어컨도 없었던 시절 돌아가신 엄마는 나를 배고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애잔하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여름 출산만은 피하고 싶었던 나는 남편과 나름 치밀한 계획(?)하에 두 아이를 모두 겨울에 출산했고 그렇게 까지 정교한 계획을 한 것은 아닌데 아이 둘 모두 1월생으로 출산했다.
1.2월생의 조기 입학이 사라져 1월생부터 만 7세 입학으로 바뀌면서 두 아이 모두 꽉 찬 만 7살로 초등학교 시절을 치이지 않고 다니는 뜻밖의 어드밴티지를 얻기고 했고.
세 살 터울이면서 생일이 이틀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딸 둘 때문에 매년 1월 첫 주 우리 집은 미역국 week를 맞이한다. 매 번 따로 간격을 두어 끓였던 미역국을 자긴 푹푹 끓여 흐물흐물해진 미역이 더 좋다며 큰아이 때 한꺼번에 양을 더 많이 끓이는 것이 달라졌을 뿐. ^^
그런 나의 생일에 미역국을 준비해주는 이는 내 남편이다.
신혼 때는 즉석 미역국 등등의 아이디어를 준비하더니 언젠가부터 서치를 통해 미역국 끓이는 법을 보고 어찌어찌 매년 생일 아침 흰밥과 미역국을 준비해 준다. 가끔 투닥거리지만 참 좋은 사람임엔 틀림없다.
생일은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우리 가족 구성원, 특히 딸들이 특별하게 정성을 쏟고 공을 들이는 이벤트가 있는 중요한 날이다. 본인들의 생일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정성스럽게 챙기기가 유난하다. 아마도 국제학교에서 유, 초등을 겪으며 외국 친구들의 생일파티 문화에서 느낀 아낌없이 축복해 주는 '특별한 날'이라는 선명한 각인 때문인지 덤덤하게 미역국이나 먹고 축하인사나 건네고 용돈정도로 마무리하는 흔한 한국 가정에서의 생일축하는 ‘무성의의 극치'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아이들의 바람을 현실화해주느라 최근까지도 매월 1월 첫 주는 생일주간으로 각기 다른 그룹과의 생일축하파티, 약속, 선물공세 등등 크리스마스 전 주부터 연초가 지나먄 몸살을 앓곤 했으니까 ^^
이젠 중고딩이 되어 엄빠의 축하는 쑥스러워하지만 생축현금은 반겨라하고, 친구들의 카카오선물 세례로 택배가 연일 쌓이는 것에 비명을 지르는.. 그런 낭랑청소년기가 된 두 딸들을 보며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내 50세 생일을 축하하면서도 맘 편히 웃지 못한 사람이 한 사람 있다. 나의 반쪽.
중고딩의 본격적인 사춘기와 50대에 접어든 와이프의 갱년기가 박 터지게 싸울까 봐 은근 긴장 중.
아마 주변에서 이런저런 조언과 경험담을 많이 듣는 모양인데..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내가 언제 출현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두렵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한다. 어떤 모습일지. 자. 흥미진진한 새해가 되겠네. 어디 두고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