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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Jul 05. 2022

1억 버는 웹소설 작가 되는 줄 알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히 어제 카카오페이지에 독점 연재 글을 론칭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카카오페이지에도 처음 들어가 봤을뿐더러, 웹소설을 이렇게 많이들 본다고 싶어서 놀라울 뿐이다. 


작년 말 회사 이직을 하게 되면서 제안을 하나 받게 되었다. 나로선 뿌리치지 못할 제안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부터 꿈이 소설가였고 그 후엔 어떤 식으로든 글과 연결되고 싶어서 대본 공모전에도 내보고, 작년에 이직할 곳은 없고, 일도 떨어지면서 할 일이 없던 난, 웹소설을 플랫폼에 올리기 시작했었다. 


진작에 웹소설이 있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어렸을 적에 도전했을 걸 싶을 정도로 연재할 플랫폼도 많더라. 물론 무료 연재였다.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하게 처음 올렸던 플랫폼에서 30만 원이라는 창작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50화로 부랴부랴 끝을 냈는데 큰 줄거리만 머릿속에 넣고 시작했던 글의 연결이 자연스러울 리도 없었고 금방 이야기가 고갈되더라. 그때 웹소설은 기본이 100화고 무협물은 상상 초월할 분량이란 걸 알았다. 


그러고 나서 한 작품을 습작처럼 올렸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소재가 있어 그 글을 3화 정도 여러 플랫폼에 동시 다발로 올렸다. 물론 관심도 댓글도 하트도 받지 못한 심해작이 될 판이었는데 그것도 별로 상관없었다. 그렇게 쓰다가 별 반응이 없고 재미가 없어지면 삭제하거나 내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정말 출판사마다 심해 사냥꾼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글을 대체 누가 보고 연락을 해오는지... 메일이 출판사 명으로 와있길래 눈을 의심했다. 솔직히 출판사 이름도 하나도 몰라 사기인 줄 알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열심히 서치 끝에 사기는 아니란 판단이 들어 계약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몇 번 오가고 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계약을 하고 있더라. 


웹소설도 장르가 많고 분명한데 나는 현판, 그러니까 현대 판타지로 썼지만 제안이 온 건 일반서 쪽이었다. 출판사는 이 바닥에서 괜찮은 기업이었고 그때만 해도 이런 좋은 기회를 날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기회로 인해 내가 희생해야 할 부분이 분명하다. 바로 '시간'


계약을 맺고 분량 비축을 위해 그때부터 부지런히 글을 썼다. 솔직히 계약 당시 담당 피디가 상세하게 설명해줬지만 웹소설의 ABC도 잘 모르는 내가 시장의 돌아가는 유통구조나 플랫폼마다의 기준이나 프로모션을 어떻게 다 알았겠는가. 지금도 모른다.....


100화가 넘어가야 한다는 말에 무턱대고 125화를 예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50화만 간신히 종결시켜 본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장편을 쓰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일주일에 3번 연재로 카카오페이지 연재 심사를 목표로 썼고 40화 먼저 풀린다고 했다.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더니 2달 조금 안됐을 때 심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기다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다무니, 기한무니... 이런 용어도 최근에야 알았다. 


그 외 프로모션 이벤트들을 꽤 받아서 이렇게 이벤트 받고 개망하면 더 쪽팔릴 텐데 싶었다. 그리고 카카오페이지에 론칭하고 나서야 웹소설 작가들이 왜 그렇게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무 이벤트에 목숨을 거는지 알게 되었다. 이놈의 카카오페이지는 카테고리라는 게 없다. 무조건 이벤트 받아서 메인 배너에 걸리거나 노출이 되어야만 읽으러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이벤트 없이 들어가면 정말 말 그대로 들어가자마자 저 밑바닥 심해행이다. 연재를 시작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구조라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거, 너무 한 거 아니오! 


가장 인기 있는 로맨스나 판타지 쪽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기다무 이벤트 받기도 힘들뿐더러 작품수가 많아서 웬만해선 살아남기 힘들지만 대신 읽는 독자 수도 월등히 높아서 잘만하면 돈도 잘 벌 수 있는 구조더라. 내가 들어간 일반서는...... 들어가기 전부터 알았지만 들어가고 나서 높은 벽을 체감하고 있다. 허허.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렇게 프로모션 이벤트를 받고 들어가면 뭘 하나.(또르르)

하루 만에 읽는 사람 수가 몇 만이 되길래 흥분을 하며 나 이러다가 1억 받는 작가 되는 거 아니야 설레발쳤지만... 그 수가 전부 매출로 직결되는 사람들이 아닌걸 잘 알고 있다. 유료독자 수가 중요한데 100화 넘게 유료로 볼 독자들은 둘 중에 하나다. 작가의 팬이거나, 글이 뛰어나게 재미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은 리뷰 이벤트 때문에 무료만 읽고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내 글을 객관적으로 봤을 땐, 안타깝게도 둘 다 아니다. 

우선 내 팬을 만들 만큼 글을 쓴 적도 없고 내 글이 기다리지 못하고 돈을 내고 읽을 만큼 재미있거나 자극적이지도 않다. 이번에 론칭하면서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온 인기 있는 글들을 훑었다. 


솔직히 많이 오그라들고 못 봐줄 글들도 많았다. 이건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그 와중에 시아란 님의 작품을 봐서 반갑긴 하더라. 차라리 그런 작가들처럼 필력으로 승부를 못 걸 바에야 출퇴근길에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게 반응은 빨리 올 것 같았다. 


내 글에 달린 아직 몇 백개 안 되는 댓글도 대부분 이벤트 성 '좋아요' '재미있어요' 같은 댓글이다. (거짓말. 라이어. 내 글 다 읽지도 않았잖아! 당신들.ㅋㅋㅋ) 그 와중에 무료로 풀린 편도 아니고 뜬금없이 29화에 떠억하니 1점 별점 테러한 사람 누구야?!! 캐시 써서 1점 테러했다고 좋아해야 해? 


어제만 해도 내 글이 올라가 있는 게 너무 신기해서 캡처 뜨고 이러다가 대박 나는 거 아니야란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나도 알고 있다. 내 글 쪽박 난 거. ㅋㅋㅋ 이러다간 선인세도 못 까낼 판... 아직 이틀 밖에 안 됐지만 왜 난 내 작품의 앞날이 보이는 걸까. 


어쨌든 이제 반 조금 넘게 썼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연재 글을 써야 한다. 이 속도라면 앞으로 10월까지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 쓸 수 있는 개인 시간이 전혀 없다. 일하면서 쓰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다 바쳐야 간신히 일주일 3번 연재를 맞출 수 있다. 글만 쓰면 다가 아니다. 수정도 해야 하고 올리기 전에 교정도 봐야 한다. 토 나온다. 


론칭하면서 가장 재미있고 좋았던 건 사실 내 글에 어울릴 표지 작가를 선택하고 구도를 정하고 스케치를 수정하고 채색을 하고 타이포를 넣을 때였다. 내가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그게 제일 재미있고 글 쓰는 건 너무 괴롭다. 어쩌자고 125화 연재를.... 그것도 이벤트 빨 떨어지는 일주일 후면 카카오페이지 심해작으로 가버릴 게 뻔히 보이는 글의 연재를 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해서, 오늘까지만 들여다보고 이제부터 차라리 안 보고 연재를 해야겠다. 그냥 처음에 글 쓸 때처럼 내가 재미있어서 쓰고 있다고 생각해야지, 라기엔 들인 시간과 공이 아까워서 자꾸만 머릿속으로 돈 계산을 하고 있다. ㅋㅋㅋ 내가 정말 이것만 말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처럼 '카카오페이지는 개양아치야' 수수료가 뭐 그따위니? 구조도 뭐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니? 응?


솔직히 몇 명 되지도 않은 내 유튭 채널도 다 연결시켜 놓은 마당에 내 글도 올려둘까 싶지만 어쩐지 못하겠다. 카카오페이지 '책' 코너에 이벤트 배너로 걸려 있는 작품입니다. 내려지기 전에 와서 봐주세요...껄껄. 오리지널 아니고 독연... 일반서 쪽은 몇 작품 없어서 금방 찾아요. 와서 읽어주실 분들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사실 이 소재가 언제 생각한 거냐면 내 브런치 글을 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내가 한창 잠 못 자고 괴로워할 때 불면증과 꿈에 대해 생각했던 거라 소재는 재미있었지만 글은 더럽게 못 쓰고 있네요. 지금도 쥐어 짜내고 산으로 가고 있다는. (내 담당 편집자한테 미안하다. 3화까지 올린 글 보고 신선한 소재라 생각해서 계약 제안한 걸 텐데...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거야. 더럽게 재미없어서...)


잠시 잠깐 1억 작가의 꿈을 꾸다가, 다시 나는 글쓰러 가야지. 이글도 쓰기 싫어서 쓰고 있다는.

웹소설 쓰세요. 다만 출간 제의는 신중하게. 그냥 돈 전혀 안 벌어도 나는 내 시간을 글 쓰는데 다 쓸 수 있다. 그러고도 후회하지 않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끝까지 재미있게 쓸 수 있다 싶으면 하세요.


그 외에는 차라리 자유롭게 원하는 플랫폼에 무료 연재 하는 게 마음은 편할 듯.

하지만 나는, 어쨌든 즐거운 일이라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글만 잘 풀리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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