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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Nov 15. 2016

미니멀리즘은 어렵다

방 정리를 하다

지난 주말 방 정리를 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동생의 강요에 의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책장 정리도 하였다. 결국 방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하고 있던 책장 두 개  중 하나를 동생 방으로 옮겼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동생은 원하던 책장을 얻었다. 움...) 서랍장과 조립식 옷걸이도 위치를 바꾸고 책장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꽂혀 있는 책 정리도 했다. 역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동생에 의해 엑셀에 책의 목록들이 차곡차곡 담겼다. 버릴 책을 선정(?)해보니 100권 가까이 되었고 이중으로 꽂아 넣게 된 나머지 책들은 정확히 238권이었다. 엑셀을 정리하던 동생은 한 권에 만원씩만 잡아도 2,380,000원이나 되고 버릴 책이 100권 가까이고 2년 전 이사 오기 전에 정리한 책이 지금 책장에 꽂혀 있는 책만큼이니 거의 50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책에 투자하고 있다며 나를 다그쳤다.


그 돈이면 우리 가족이 해외여행 한번 떠날 금액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는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동생은 안전에 대한 강박증도 심해서 배도 타지 않고 비행기도 타지 않는 집순이다. 나는 그 점을 반박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아서 책장 하나를 동생에게 양보했음에도 뭔가 죄인이 된 기분으로 방 정리를 끝냈다. 동생은 원래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동생의 이번 내방 정리 목적은 보기 싫은 내 책을 정리하면서 책장 하나를 겟하는 것이며 다시는 책을 사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 방을 한번 뒤엎고 나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들이 죄다 잡동사니로 보였다. 책뿐만이 아니라 옷과 가방도 다 버렸는데 버리면서 물건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이사 오기 전에는 책 정리를 하고 더 이상 읽지 않을 책들은 중고서점에 가서 팔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럴 힘도 없어서 결국 읽지 않게 된 책은 그대로 분리수거행이었다.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책들을 크기대로 분류해서 끈으로 묶어 분리수거에 내놓으면서 이렇게 버릴 책이면 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 있는 책장의 책들 중에서 읽지 않은 것이 삼분의 일 가량이다. 나는 책을 리딩 하는 것보다 쇼핑을 즐긴다.


동생이 항상 강조하는 게 자신의 짐은 한 박스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책 하나 읽지 않는 동생을 나무라면서도 그 점은 내심 부러웠다. 나는 어딜 가나 짐이 많고 가지고 떠나야 할 것들도 많다. 아는 분은 자신의 짐이 캐리어 하나에 다 담겨서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걸 알면서도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방 정리를 하고 나서 이제 책상과 의자를 사고 침대를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집에서 일할 생각이 없어서 좌식 책상과 의자만으로 충분했는데 회사를 정리하고 집에서 일할 생각이면 결국 버리고 온 책상과 의자를 다시 사야 한다. 침대는 나이가 드니 등과 허리가 아파서 어쩔 수 없다고 나름 합리화했다. 그러니 물건의 소유라는 것은 돌고 도는 것이고 오늘 버린 물건이 내일 또 필요해지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상품의 영업 비밀이다. 더 좋고 더 갖고 싶은 걸 내놓는 것.


엄마는 아파트에 이사 오고 나서 한동안 물건 사는데 맛을 들였다.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는 말과는 상관없이 소파를 사고 에어컨을 사고 TV를 사고 냉장고를 샀다. 살 때마다 이걸로 끝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너무 가진 것 없이 산 우리 가족에게 주는 달콤한 보상 같은 거였다. 물건은 성형수술과도 같다. 하나를 사면 그게 시작이 된다. 이게 있으니 이것과 어울리는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하는 식이다. 그리고 계속 없는 것만 눈에 보인다. 원래 그런 것이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보이고 가진 것보다는 없는 것이 보인다.




나는 아마 계속 책을 사들일 것이다. 물욕은 인간의 3대 욕구에는 못 들어도 적어도 5대 욕구에는 들것이다. 그래서 비교 할바는 못되지만 최순실 같은 일당들도 생겨나는 것이다. 끝없이 권력의 끝을 붙잡고 탐하다가 너무 무거워져 굴러 떨어진 것이다. 몸을 가볍게 만들고 숨을 마시고 호흡하는 것이 내가 쉬면서 해야할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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