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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는 어른

by 볼파란

출근길 버스 안은 항상 고요하다. 대부분 피곤하고 힘든 하루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노이즈 캔슬링이 잘 되는 헤드폰을 뚫고 뒷좌석 여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어린 티가 나는 중학교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 알아듣지도 못할 수다 삼매경에 조용한 버스 안이 들썩였다. 잠은 다 잤구나 싶어서 창문을 멍하니 보다가 문득 아이들을 제지하거나 혼내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이런 광경이 처음이 아니었다. 버스 안에서 아이들이 이어폰을 꽂지 않고 영상을 재생하고 뿅뿅 거리는 게임 사운드가 그대로 흘러나와도 어느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숨지도 않고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워 물어도, 공공장소에서 어린 학생들이 치고받고 싸워도, 공원에서 불을 피우고 여학생이 남학생 무릎 위에 올라가 짙은 스킨십을 해도 선뜻 나서서 혼내는 어른들이 하나 없었다.


그 많던 혼내던 어른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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