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에서의 하룻밤
태백의 여름밤은 무지 춥다. 고요한 숲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밤은 아주 바쁜 마음을 가진 사람조차도 평온하게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차갑고 풋풋한 내음은 눈을 감아도 내가 산중에 있음을 어떤 순간에도 잊지 못하게 한다. 마치 눈이 아닌 피부로 보고 있는 듯하게 말이다.
이 숲 속에서는 나와 우리 세계에서 계속 뿜어져 나오는 온갖 소식들, 갈등, 오늘로 끝인 할인 기간, 신제품, 오늘 쏘아진 인공위성, 로켓, 인플레이션, 사건, 사고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그냥 내 몸을 누일 수 있는 자리, 추위를 조금 피할 수 있게 하는 담요, 그리고 인간의 침입을 허용해주는 자연 그대로,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