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시제품의 늪(4/4)
보고서 제출을 위해 기능 없는 시제품을 밤새 억지로 꾸며낸 끝에 간신히 마감을 넘긴 나는, 정직과 성실을 자부하던 창업가에서 생존을 위해 비겁함마저 감내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고, 남은 것은 미완의 장비와 급조된 문서, 그리고 모든 것이 끊어진 듯한 공허뿐이었다.
나는 제품이 작동하는 듯한 장면만 잘라서 영상으로 편집하고, 설명서는 ‘구현 예정’이라는 문구로 절묘하게 넘어갔다.처음엔 그런 식의 포장이 양심에 걸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필수가 되어 있었다.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하다는 자부심으로 창업을 시작한 나였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 비겁함조차 감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제출 마감 하루 전이었다.갑작스럽게 담당 평가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문서에 적힌 기능 중 하나에 대해 실사용 영상을 추가 제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그 순간, 무너져 내렸다.
그 기능은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설계는 돼 있었지만, 실행은커녕 시뮬레이션조차 안 된 상태였다.
나는 일단 “확인 후 회신드리겠다”고 답한 뒤, 급하게 외주사에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밤 10시. 응답은 없었다. 메신저 상태는 '마지막 접속 2일 전'.결국 나는 내 손으로 허접한 프로토타입을 다시 조립했다. 책상 위에 펼쳐놓은 납땜 도구와 코드 조각들, 테이프로 임시 고정한 버튼, 미세하게 반응하는 센서들… 완성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의 결과물이었다.
그걸 카메라로 찍어 몇 시간 동안 영상 편집을 하다, 새벽 4시에 결국 쓰러져 잠이 들었다.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오전 7시. 제출 마감 두 시간 전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영상을 업로드하고, 전날 밤 쓴 보고서에 마지막 수정을 가한 후 전송을 했다. 나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슬퍼서도 아니고, 억울해서도 아니었다.그냥… 너무 지쳐 있었다. 너무 오래, 너무 많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보고서를 제출한 다음 날, 나는 사무실에 가지 않았다.잠에서 깨어 창문을 보니,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버스는 달리고 있었고, 사람들이 출근하는 모습도 보였다.그런데 나는 그 장면들이 무슨 상관도 없는 세계처럼 느껴졌다.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진 기분이었다.
이제 내가 남긴 것은
미완의 시제품,
보조금을 채우기 위해 급조한 문서와 영상,
마감일에 쫓겨 기능 없이 출품된 장비 한 대,그리고 점점 공허해지는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