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스타트업 대표 이야기

4장. 시제품의 늪(3/4)

by 망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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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당일 미완성 영상을 내놓고 탈진한 채 돌아온 나는, 조립조차 덜 된 시제품을 붙잡고 피 흘리는 손끝에서 처음으로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지만, 다가오는 최종 보고서 제출 기한 앞에서 여전히 동작하지 않는 제품을 ‘동작하는 것처럼’ 꾸며내야 하는 초조한 현실에 사로잡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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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당일, 나는 그 영상을 틀며 말했다.

“현재 일부 기능은 구현이 완료되었고, 나머지는 연내 고도화 예정입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그냥… 사실이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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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장에서 내려오는 길, 나는 탈진한 상태였다.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길거리 벤치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데, 문득 사무실에 걸린 액자 하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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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위한 첫걸음, 당신의 도전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

그 액자는 첫 지원사업을 수료하면서 지원기관이 보내준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 문구를 자랑스럽게 벽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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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았다. 도전은커녕, 매일이 땜질이었고, 혁신은커녕, 이미 고장 난 구조물 위에서 버티는 일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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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시제품 박스를 조용히 열어봤다.겉은 멀쩡했지만 안에는 케이블이 덜 조립되어 있었고, 나사가 빠진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 상태로 배송받은 것이었지만, 당시엔 일단 포장만 멀쩡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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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드라이버를 들고 조립을 다시 시작하다가, 나는 그만 손을 베고 말았다. 작은 상처였지만 피가 스며나왔다.나는 조용히 손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드라이버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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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아주 긴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 침묵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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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니지만…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이걸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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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사업의 최종 보고서 제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내 일상은 점점 초조함으로 얼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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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완성하기 위해선 시제품의 사진, 사용 시나리오 영상, 기능 설명서, 그리고 실제 동작 증거까지 필요했다. 문제는 ‘동작하지 않는 제품’을 ‘동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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