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스타트업 대표 이야기

4장. 시제품의 늪(2/4)

by 망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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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사업의 기한에 쫓겨 외주처를 전전하며 결국 ‘보여주기용’ 시제품조차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나는 어긋난 소리와 반응 없는 버튼이 담긴 미완성 영상을 억지로 프레젠테이션에 끼워 넣으며 스스로가 심사위원의 눈속임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음을 뼈아프게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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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

하지만 다시 책상에 앉아 메일함을 열고, 공고문을 확인하고, 견적서를 수정했다. 마치 의식처럼 반복되는 하루였다. 정신이 나간 듯했지만, 내 몸은 시스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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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업체는 두 번째 갈등 끝에 계약을 해지했다.나는 멍하니 전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허공만 바라봤다. 이제 더 이상 개발을 맡길 사람도, 일정을 조율할 파트너도 없었다. 지원사업의 최종 결과물 제출 기한은 다가오고 있었고, 조달청에 등록된 장비 구매 내역은 이미 절반 이상 지출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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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쓴 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하지만 지금도 나는 돈을 써야 했다.완성하지 못한 시제품, 기능이 누락된 프로토타입, 그리고 점점 무너지는 정신 상태.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안고, 나는 다음 외주처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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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술력보다는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기준으로 외주 개발자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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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 중소 업체에 연락을 넣고, 긴 미팅 끝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정직해 보였고, 처음엔 열심히 따라왔다. 하지만 결국 이들도 ‘지원사업’을 잘 모른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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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왜 이렇게 구성하신 거죠?”

“평가용이라 그렇습니다. 실제론 다르게 갈 예정이에요.”

“아, 그럼 이건 보여주기용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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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보여주기용’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명확하게 나를 때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실제 제품이 아니라 ‘심사위원이 보고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드는 작업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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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사는 끝내 제출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급하게 만든 시연 영상은 미완성 상태였고, 소리는 어긋났고, 버튼은 눌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억지로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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