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은 '수익'이 아니다.
정부지원사업 자체를 하나의 ‘수익' 구조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지원사업이 선정되면 마치 돈이 생긴 것처럼 안도하고,
그 순간부터 사업보다는 정산을, 제품보다는 서류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 돈은 어디까지나 사업의 추진을 돕기 위한 보조금일 뿐,
개인의 이익을 위한 자금이 아니다.
그 사실을 잊는 순간, 위험은 시작된다.
사업비는 분명히 ‘지원금’이지, ‘수익’이 아니다.
그리고 그 돈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다.
비목과 세목의 구분은 엄격하고, 사용 가능한 항목은 명확하게 제한되어 있다.
영수증 한 장, 카드 사용 내역 한 줄, 입금 계좌 하나까지
모두 근거와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사업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은 지출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임의 집행을 했다가
환수 통보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원금이 도와준 창업’이 아니라 ‘지원금에 묶인 창업’이 되어버린다.
지원사업에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다.
서류, 발표, 경쟁률.
선정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지만, 선정이 끝은 아니다.
정산 서류를 맞추고,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결과보고서를 쓰고, 회계 점검을 받고,
창업자는 ‘행정인’으로 변신한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회계와 법규를 숙지해야 한다.
자신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시장을 고민할 여유는 사라진다.
‘이건 가능하겠지’ 하고 썼던 비용들이
불인정되는 경험을 했다.
내가 타당하다 생각했더라도, 담당기관의 해석이 다르면 허용되지 않는다.
“지원사업에 쏟아부은 그 에너지를,
온전히 사업에 쏟았다면 어땠을까.”
많은 창업자들이 지원사업 준비에 수개월을 보낸다.
서류를 쓰고, 발표를 준비하고, 멘토링을 받고,
그 과정에서 사업 아이디어는 점점 ‘심사위원이 좋아할 형태’로 바뀌어간다.
그런데 정작 시장의 목소리는 뒤로 밀린다.
결국 ‘심사에서 선정될 아이템’은 만들어지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제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업지원사업은 양산 단계의 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다.
시제품 제작, 기술 개발, 서비스 검증 등
‘초기 단계’의 비용만을 지원한다.
이 사실을 모르면, 지원사업 이후에 사업이 멈춰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AI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훨씬 저렴하고 빠르게 최소 기능 제품(MVP)을 만들 수 있다.
과거엔 수천만 원이 들던 시제품 개발도
이제는 몇 백만원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원사업을 따내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지원금이 없어도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던져보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정부지원사업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건 성공의 보증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검증이다.
지원금은 잠시 마른 땅을 적셔주는 물일 뿐,
그 자체가 비를 대신할 수는 없다.
마중물은 흐름을 만들어주지만,
계속해서 물을 길어올리는 건 결국 시장이다.
지원금이 사라져도 굴러가는 구조,
지원이 끝나도 남는 고객,
그게 진짜 창업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