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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뉴 Jan 24. 2021

물건은 잘못이 없어요.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서

나는 대학생 때 처음 도미니크 로로의 < 심플하게 산다 >를 보고 미니멀 라이프에 매료되었다. 그의 책을 읽고 나서 일본의 곤도 마리에의 책이나 미국의 The Minimalists 블로그 등을 찾아보면서 더욱이 미니멀리즘에 빠져들었고, 집에 있던 많은 옷들과 잡동사니들을 버리거나 팔았다. 이상하게 한번 미니멀리즘을 적용하고 나니까 항상 내 주변에 물건이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틈만 나면 무언가를 버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좋아했던 이유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 매우 바쁘고 정신없는 내 삶이 정리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음속이 항상 분주했던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 머릿속이 조용해지고 시간의 여유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비슷할 삶을 살았고, 그냥 무언갈 많이 버리고 정리하고 치웠을 뿐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나서 더 분주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어떤 물건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버렸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다시 필요한 물건이 되었고 결국 똑같은 물건을 다시 구입했다. 


뭐가 문제지? 앉아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물질'의 미니멀리즘에 집착하고 있었다. 보통 미니멀 라이프 관련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정갈한 화이트 인테리어 배경에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의 인물이 나오며, 대체로 '하루에 한 가지 물건 버리기', '한 가지 물건을 여러 목적으로 쓰는 법' 등의 내용이 나온다. 종종 재정상태나 시간, 인맥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콘텐츠는 물건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상, 사진들은 대체로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된다. 


나는 이런 예쁘고 깔끔한 인테리어, 옷,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고 있었을 뿐, 진정한 의미의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진짜 미니멀 라이프의 목표는 '물질'이 아닌 '시간'이 되어야 한다. 물건을 사지 않고 적게 소유하는 목적은 의미 없는 시간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정리하는 시간 자체를 없애고, 무언가 구매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여야 한다. 그런데 점점 수많은 매체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 규정짓는다. 덕분에 이제 미니멀리즘은 광고에도 사용된다. '이것을 사면 당산은 정갈하고 효율적이고 단순한 삶을 살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 위해서 화이트 식기나 다용도(Multi-Use) 제품을 구매해야 할 것 같이 광고하는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다. 


이후에 나는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 규칙을 만들었다. 핵심은 "시간의 미니멀리즘"이다. 이는 당신의 하루를 정말 필요한 일로만 단순하게 채우는 것이다. 시간을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새해 다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뤄왔던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다. 불필요한 일들을 하지 마라. 대신 몰입할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라. 집안을 정리하고 물건을 버리는 건 그 다음이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쇼핑도 덜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시간을 미니멀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왜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란 시간에 관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관해 써볼 생각이다.

최근 다녀온 바스키아 전시회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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