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뉴 Jan 24. 2021

금욕을 하라는게 아니고

나만 믿어봐, 미니멀리즘은 인생을 더 즐기는 방법이라고

도파민형 인간인 나는 절대 금욕의 삶을 살 수 없다. 도시에서 태어나 서울 사람으로 25년을 넘게 살았다. 이 한순간도 쉬지 못하게 자극적이고 재미난 지옥에 최적화된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접했을 때, 다소 금욕적인 삶을 시도해봤는데 오래 가지 못했다. 사고 싶은 걸 못사고,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삶은 매우 답답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렇다고 머리에 생각나는 것들을 즉각적으로 다 하고, 사고 싶은 걸 다 사면 허무하고 혼란스러웠다. 시간을 잘 관리하고 싶은데 항상 엉망진창 정신 없는 상태로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우면 뭔가 허전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늦게 자고. ( 이런 사람들 꽤 많을거다. )


그러다가 <No Impoct Man> 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1년간 살아가는 프로젝트에 도전한 작가의 책이다. 근데 여기서 작가는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금욕의 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 문장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 미니멀리즘이 금욕은 아니지.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생각하자.' 


그렇게 내린 미니멀리즘에 대한 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모든 걸 하려고 하지 않기"


사람들은 새해 다짐으로 다이어트, 영어공부, 독서, 절약, 연애, 자격증 취득 등 많은 걸 한번에 세우고 망한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해야할 1~3가지만 정하고, 나머지 하고 싶은 것에는 관심도 주지 않으려 한다. 자꾸 가지지 못한 걸 돌아보는 나는 의식적으로 이미 세운 계획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다른 일, 다른 주제들에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연애할 때, 내 남자 말고 다른 남자에 눈이 가도 의식적으로 마음을 정리하듯이. 이렇게 하면 방황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현재에 집중 할 수 있다. 인생을 더 즐길 수 있다. 외국어 학습지를 많이 사서 포기하고, 헬스장 회원권을 등록하고 안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대신 내가 몰입하기로 한 목표에 대해서는 정성을 다한다. 내 남자한테 하듯이 시간과 돈도 할애하고, 하루종일 생각하려 한다. 이게 나의 미니멀리즘이다. 물건을 줄이는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몇가지 정해진 목표나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그럼 귀여워 보여서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한번 즐겁기 위한 일회성 소비는 확실히 줄더라. 목표를 이루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은 버리고 차단한다. 미니멀리즘은 '생각'과 '시간'에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면, 하루가 정리되고, 물질적인 것들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록색 아니면 안 살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