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서 벗어난 진정한 깨달음

뺨을 맞아야한다..

by 부소유

오늘 선생님의 강의를 시청하면서 그동안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또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강의의 초반부에서 언급된 '화두는 짧으면 어렵고 길면 편하다'는 말은 시와 소설의 비유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되었다. 시가 짧아도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오히려 더 깊고 어렵다는 점에서, 짧은 화두가 주는 도전과 그 속에 담긴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선불교에서의 임재 스님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 어린 설명은 나로 하여금 임재 스님과 그 계보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만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백장과 황벽, 그리고 여우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을 설명하신 대목이었다. 인과에 어둡지 않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이란 것이 단순히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인연 속에서 살아가며, 그 인연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타인에게 좋은 인연으로 남는 것이다.


백장, 황벽, 그리고 여우의 이야기는 선불교에서 유명한 고승들의 일화로, 깨달음과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백장 스님(百丈懷海, 720-814)은 당나라 시대의 유명한 선승으로, 그 제자들 중에는 황벽(黃檗希運, ?-850)과 임재(臨濟義玄, ?-866) 등이 있다. 이야기는 백장 스님이 설법을 할 때마다 한 노인이 매번 참석했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노인은 설법이 끝나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남아있지 않고 항상 홀로 사라졌다. 어느 날, 설법이 끝난 후에도 이 노인이 물러가지 않자, 백장 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노인은 답했다.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옛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계실 때 저는 이 산의 주지(住持)였습니다. 그때 어느 학인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지는 일이 없습니까?' 저는 그 질문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500번이나 여우의 몸으로 환생하게 되었습니다. 화상께서 제 대신 깨달음의 한마디 말을 해주셔서 여우의 몸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십시오."


이에 백장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어둡지 않다."


이 말을 듣자마자 노인은 크게 깨달음을 얻었고, 백장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저는 이미 여우의 몸을 벗어났습니다. 산 뒤에 여우의 시체가 남아있으니, 화상께서 스님의 예로 장례를 치러주시길 바랍니다."


백장 스님은 그 말을 듣고, 유나(維那, 수행 중 질서를 담당하는 직책)를 시켜 나무판을 두들기며 모든 스님들에게 알리도록 했다.


"공양을 마친 후, 죽은 승려의 장례가 있음을 알린다."


스님들은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모두 편안하고 건강한데, 병든 사람도 없는데, 대체 누구의 장례를 치른다는 것인가?” 그들은 공양을 마친 후, 백장 스님을 따라 산 뒤쪽으로 갔다. 그곳에서 큰 바위 밑에 있는 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고, 백장 스님은 그 여우를 스님의 예로 화장했다.


이후 법당에 돌아온 백장 스님은 황벽 스님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황벽 스님이 물었다.


"그 노인은 깨달음의 한마디를 잘못해서 500번이나 여우의 몸으로 태어났습니다. 만약 매번 틀리지 않고 옳은 말을 했다면 무엇이 되었을까요?"


백장 스님은 황벽에게 말했다.


"앞으로 나와 보게. 내가 알려주겠네."


황벽 스님이 다가가자마자 백장 스님은 황벽의 뺨을 후려쳤다. 이에 황벽 스님은 즉시 깨달음을 얻었다. 백장 스님은 웃으며 말했다.


"달마의 수염이 붉다고 말하지만, 여기에도 붉은 수염의 달마가 있구나!"


이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는 깨달음의 본질과 그것이 어떻게 잘못된 답변 하나로 인해 500번이나 여우의 몸으로 환생하게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여우의 몸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잘못된 깨달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상징한다. 두 번째는 제자와 스승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보여준다. 황벽이 백장의 뺨을 때린 것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오히려 참된 깨달음의 순간을 나타낸다. 이 일화를 통해 우리는 깨달음의 길이 단순히 옳고 그름의 판단을 넘어서 더 깊은 통찰을 요구함을 깨닫게 된다.


한마디로 단순히 옳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이 가지는 깊은 의미와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으로 이어지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백장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