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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미티의 숨겨진 삶

by 부소유 Mar 14. 2025
제임스 더어버의 단편소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 소설.


1. 느낀 점


과거에 본 단편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먼저 감상해서 그런지 영화 생각이 나는 소설이다. 영화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점에는 큰 임팩트가 있지 않았던 영화 같지만 본 단편 소설을 통해서 월터의 생각에 대해서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해군의 함대를 이끌고 있는 누군가로 시작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저속으로 자동차를 운전해야 한다. 월터는 이제 자동차 주차도 서툴고 운전도 조심해야 하는 늙은 남자다. 하지만 월터는 상상 속에서는 법정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수 있는 패기를 갖고 있으며, 수술실의 의사가 되기도 하며, 갑자기 부하 병사에게 거침없이 명령하며 브랜디를 한 번에 마시고 있다. 그러나 현실로 다시 돌아온 월터는 아내에게 심부름 검사를 받고 온갖 걱정 가득한 눈초리를 받고 앉아 있는 처량한 남성이다. 현실과 상상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월터는 끝까지 현실을 망각한 채로 상상 속에서 패기 있는 본인의 모습을 계속 꿈꾸고 있다.


본 단편은 아주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월터라는 한 남자가 아마도 은퇴 후 겪고 있는 상상과 현실의 혼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월터는 어쩌면 군 복무 중에 혹은 직장 생활에서 어떤 트라우마를 겪어서 은퇴 후에도 혼란을 겪고 있는 남성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저 어떤 결핍을 갖고 있는 은퇴한 나약한 남자인지도 모르겠다. 월터가 겪는 상황마다 자세한 설명 또한 없어서 분량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 작품이다.


2. 좋았던 부분


덧신을 상자에 담아 팔에 끼고 다시 길거리로 나온 월터 미티는 아내가 부탁한 다른 물건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워터베리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기 전에 두 번씩이나 그에게 말했던 것이다. 그는 매주 한 번씩 시내로 나오는 이 주 중 행사를 일면 달가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늘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클리넥스? 폭죽? 면도날? 그는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치약? 칫솔? 중탄산소다? 카버런덤? 발안권과 국민투표? 이번에도 아니었다. 그는 포기해 버렸다. 그러나 아내는 기억을 할 것이다.


-. 도무지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주인공 월터의 고민이 돋보이는 단락이다. 이 단락에서 월터는 늘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과 그 실수는 주의력과 기억력에 관한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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