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을 디자인하는 방법
현대 사회에서 ‘일’과 ‘삶’은 마치 서로 반대편에 있는 두 축처럼 여겨지곤 한다. 일과 삶의 균형, ’ 워라밸‘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은 노동이고, 삶은 휴식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우리에게 일과 삶을 각기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게 만든다. 하지만 브런치 인기작가 멤버쉽 북토크로 진행 되었던 자리에서 ‘알로하융’ 작가님의 북토크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이러한 구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녀는 일과 삶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하나의 유기적인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며 일과 삶을 디자인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알로하융 작가님은 마케터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일과 삶을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브런치에서 연재를 하고 있다. 그녀는 ‘디자인’을 단순히 예술적이거나 미적인 작업에 한정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의도’이다. 목표와 의도를 구분하는 작가님의 시각은 매우 신선했다. 목표는 특정한 지점이나 성과를 향한 구체적인 계획이라면, 의도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가치와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으면 좌절하게 만들지만, 의도는 과정을 즐기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간다.
작가님이 처음부터 이런 통찰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녀 역시 평범하게 회사에 다니며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광고, 홍보, 디지털 에이전시, 스타트업 등에서 마케터로 일하면서 총 여섯 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보통 이 정도의 이직 횟수라면 실패나 방황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능동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환경이라면 과감히 떠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아갔다. 특히 그녀가 다섯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배낭여행을 떠났던 경험은 그녀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당시 그녀는 기존의 성공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정의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녀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란 자신이 본업 외에 관심을 두고 진행하는 창작 활동이나 실험적 작업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뉴스레터 발행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점점 그녀의 활동은 확장되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면서 그녀는 기존의 조직에 속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독립적인 일의 방식을 만들어갔다.
이러한 변화는 송길영 작가의 ‘핵개인’ 개념이나 다니엘 핑크의 ‘프리에이전트’ 개념과도 연결된다. 프리에이전트란 자신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알로하융 작가님 역시 프리에이전트로서 자신의 일의 방식을 설계해 나갔다. 프리에이전트로서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성과 가치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의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자, 작가님은 이를 바탕으로 ‘사이드 콜렉티브’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사이드 콜렉티브는 프리랜서들이 모여 협업하는 형태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이다. 해적단처럼 프로젝트별로 전문가들이 모여 팀을 구성하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사이드 콜렉티브는 정직원 2명, 외부 멤버 10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기업에서부터 소규모 브랜드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하도록 노션, 디스코드, 게더타운 같은 협업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님은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협업 구조를 만들어냈다.
작가님이 강조한 것은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설정하고, 자신의 일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목표가 아니라 의도를 중심에 두고 움직일 때, 예상치 못한 기회와 성과가 따라온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목표는 실패할 수 있지만, 의도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가 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설정한 성공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일과 삶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 맞게 자신의 일의 방식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목표가 아니라 의도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의미를 즐길 때, 우리는 일과 삶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알로하융 작가님의 여정은 우리가 일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녀의 이야기처럼, 나 역시 내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정의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