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에 대하여..
광화문 책방연희에서 진행된 화재의 책, 노한동 작가의 신간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북토크에 참석했다. 그는 서울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붙어 5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10년을 근속 후 승진을 하자마자 자발적 퇴사를 하여 정부의 모순을 고발하는 이 책을 써낸 것으로 유명해졌다. 게다가 이 책을 쓰기 전에는 브런치에 이와 관련된 글을 연재했었다고 한다. 북토크에서는 공직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와 작가의 깊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작가는 공직 사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직자와 일반 시민이 직면한 현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문체부에서의 경험이 작가의 글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작가는 공직 사회에서의 업무 경험이 자신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음을 자연스럽게 풀어놓았는데, 공직 사회에서의 경험이 글쓰기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듣게 되니 그의 글이 가진 무게가 더 깊이 와닿았다. 어머니가 책의 내용에 대해 걱정했다는 내용에서는 공직 사회의 현실을 담아내는 일이 글쓰기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글로 풀어내면서 감수해야 할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고뇌가 엿보였다. 브런치에 올린 글 때문에 행정 지도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표현의 자유가 현실에서 얼마나 쉽게 제한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공직자들이 양심을 지키며 일하기 어려운 이유가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개인의 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강하게 다가왔다. 특히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논의는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공직 사회에서 능력 위주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정치적 성향이나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성실한 다수가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작가의 경험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났다.
공직자의 양심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당시의 인터뷰가 언급되었고, 요즘 젊은 군인과 경찰들이 달라진 이유가 보편적 가치와 개인의 양심 때문이라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공직 사회에서 양심을 지키는 일이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결단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허용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메시지가 전해졌다. 이어서 가짜노동의 문제나 공직 사회에서의 능력 위주의 평가 문제도 결국 공직자의 양심이 존중받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특히 공직 사회에서 쓸데없는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공직자들이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형식적인 절차에 매몰되어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의 기능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효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지적에 공감이 갔다. 전문성이 중요한 자리에서 순환 보직이 이루어지는 현실도 결국 공직 사회가 능력보다는 형식적 구조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기록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공직 사회에서 대안적인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직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공직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감사원의 컨설팅 기능이 미미하다는 점이나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은 결국 공직 사회가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공직 사회의 문제를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양심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환경, 공정한 평가 구조,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될 때 비로소 공직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하게 다가왔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개인의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을 것이다.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깊은 통찰이 독자로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