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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by 부소유
‘미나미 지키사이’라는 출가한 일본 스님의 산문집이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책의 제목과 가벼움, 그리고 디자인과 질감에 집어 든 책이다. 저자의 특이 이력으로는 와세다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했다가 출가 후 40년 동안 수행을 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일본 내 어떤 사찰의 주지스님이라고 한다. 그런 그의 절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으며 함께 고민하다가 본 책을 펴냈다고 한다.


본 책은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철학서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너무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뻔하지도 않다. 어쩌면 뻔할 뻔했던 내용을 잘 풀어서 짧게 정리를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삶의 이유 또는 목적에 대해서 명확하게 해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그저 방향 제시를 해주고 있다. 그 방향성이 때로는 불분명해서 답답하긴 하지만 누구나 해봤을 법한 고민을 정리하면서 생각의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속 시원하게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긍정적인 관점으로 생각하게 도와준다. 그저 부정적으로 생각해 봐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성격상 약간 종교색(불교)이 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 기도하는 내가 읽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이질감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그저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일단은 프롤로그부터 범상치 않다. ‘모든 괴로움은 욕심과 집착에서 시작된다.’라는 제목이다. 이 소제목이 일단 이 책이 할 말을 다 해주고 있다. 우리는 왜 힘들어할까? 누군가는 왜 행복할까? 왜 고민을 할까? 이 질문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변을 해주지는 않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 생각하게 도와준다. 그것은 인간의 욕심과 집착 때문이다. 욕심과 집착을 버리면 조금 덜 힘들고, 덜 고민하고, 덜 불행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놓지 못한다. 때문에 불교에서는 인생이 힘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우연히 태어난 나라는 존재에 의미를 찾지 말자’, 2장 ‘때로는 꿈과 희망도 짐이 된다’, 3장 ‘감정에 휘둘려도 괜찮다’, 4장 ‘죽음을 향해 매일을 산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각 소제목은 또 여러 개의 절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대부분 사람들이 저자에게 가져온 고민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 책에서 짧게 다루는 에피소드에 담긴 삶의 의미, 고민, 관계, 중요한 일, 고통, 좌절, 꿈, 희망, 불안, 감정, 화, 질투, 슬픔, 죽음, 후회 등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주제들이다. 우리는 대부분 이 중에 여러 가지를 겪지 않더라도 단 한 가지만 겪더라도 힘들다. 어떤 사람은 한 가지를 심하게 겪기도 하고 가볍게 겪기도 하며, 운이 없게도 여러 가지를 겪기도 한다. 이 책은 계속 말하고 있다. 그럴 때 욕심과 집착을 버리면 나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 가면 결국 또 욕심과 집착을 버리라는 식으로 말하겠구나 예상이 될 정도다.


하지만!! 말이 쉽다. 아니다. 글이 쉽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이 책이 반복해서 말하는 것들을 쉽게 버리기 어렵다. 그래도 모두 떠안고 견디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조금씩 덜어가며 풀어가며 살면 그나마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한 번에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는 동안 아주 조금씩이라도 비워가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라고 마음먹게 해주는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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