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서울까지, 그 서울 안에서 김포에 가까운 발산이라는 처음 가보는 장소까지. 난 ‘난 읽어’라는 티셔츠 한 장을 입고 YES24 강서점에 무엇을 찾으러 갔던 것일까. 그것은 희망이었을까. 지역 도서관에서 미리 그의 책을 읽었고, 그의 책이 나오기 전 브런치에 천재작가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그의 글을 읽고 틈틈히 라이킷도 했었다. 그렇게 찾아가서 직접 만난 브런치 스타작가 류귀복 작가는 첫 인상에 바로 선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브런치에서 조금 활동 했다면 누구나 알법할 류귀복 작가.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그의 북토크를 들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서 시작해 5개월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거창한 준비나 특별한 환경이 없어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아내의 친구가 책에 사인을 해서 선물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 그리고 출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 순간의 설렘과 결심이 얼마나 순수하고 강렬했을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3년간 300권? 500권? 의 책을 병렬독서법으로 읽고 나도 이제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북토크 끝까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쓰려면 우선 읽어야 한다. 격하게 공감한다.
그럼에도 작가님의 출간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단순한 희망과 용기로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첫 투고의 아픔, 반자비 출판 제안의 유혹, 몇 주를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연락, 그리고 ‘제발 좀 책 좀 출간하게 도와주세요’라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내야 했던 절박함까지. 이 모든 과정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브런치의 스타 작가도 이런 좌절과 거절을 겪었구나,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속 작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특히 ‘리바운드’라는 영화를 보고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이야기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떠올릴 것 같다.
브런치에서의 성장 과정도 인상 깊었다. 12권의 책에 담긴 아이디어로 빠른 성장을 이루고, 제목에서 호기심을 끌고 첫 문장에서 독자를 사로잡는 글쓰기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100명만 읽어주길 바랐는데 1년 동안 800여 권이 판매되었다는 성과는 겸손한 목표와 꾸준한 노력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거창한 목표보다는 한 명의 독자라도 글을 통해 위로받거나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출간을 선물한다’는 믿음도 마음에 와닿았다. 자신이 받은 도움과 기회를 다른 작가들에게 나누어주는 모습, 브런치 글을 통해 다른 작가의 출간 기회를 만들어주신 일화들은 글쓰기가 단순히 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동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믹스커피를 타주며 상담하시는 동료 브런치 작가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투고 원고의 심장은 콘셉트라는 말도 와닿았다. 완벽한 원고를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출판사와 함께 더 좋은 책을 만들어간다는 마음가짐, 작가의 영향력도 능력이라는 현실적인 조언들이 막연했던 출간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브런치에서의 활동이 단순히 팬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300권, 500권, 그 이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구체적인 수치는 희망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보다 탁월했던 점은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겸손함이었다. 그의 행동과 말투에서 그리고 수줍어하는 그의 표정에서 내내 겸손과 선함이라는 것이 느껴졌지만, 첫 책을 내고도 만족하지 않고 다음 책을 준비하시는 모습,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 그리고 브런치 글쓰기를 ‘감정 해소’라고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서 진정성 있는 소통과 선한 영향력을 추구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더불어 주변에 저런 친구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북토크에서는 단순히 글쓰기 스킬이나, 출간 노하우를 배운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작가로 성장해 가는 여정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거절과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끈기, 작은 성공에도 감사하는 겸손함, 그리고 받은 것을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까지. 이 모든 것이 글쓰기 기술보다 더 값진 가르침이었다. 류귀복 작가님의 다음 책도 기대하며, 나 역시 오늘 받은 영감과 용기를 바탕으로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야겠다. 작가님 여정이 계속해서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