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보파의 연작 우화
1. 줄거리
상어 비스코 이야기다. 상어는 그들에게 기생하는 빨판 상어와 공생 관계로 살아간다. 아빠 상어는 엄마 상어의 빨판 상어를 떼어주며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다 피 냄새를 맡고 엄마 상어를 먹어치우다가 비스코가 태어난 것이다. 비스코는 평화주의자고 아빠는 그런 아들을 못마땅해한다. 곧 친구 상어가 찾아왔고 비스코와 친구는 각자의 아빠 상어, 엄마 상어를 먹어치웠다.
2. 좋은 부분
그들은 공생 관계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기생충들이야. 지느러미 흡반으로 네 배에 딱 달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단다.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그 녀석들의 위선이야. 녀석들은 네 입을 비판하고, 죄책감을 잔뜩 심어 주지. 다랑어와 청어 들의 개인적인 얘기를 해 줘서, 그것들을 먹을 때 입맛이 떨어지게 만들거든. 그래야 그들에게 더 많은 찌꺼기가 남을 테니까.
나쁜 짓보다 착한 짓을 더 많이 한다고 좋을 게 없다는 걸 이미 얘기했잖니. 여기서 통하는 유일한 법은 우리의 법, 이빨의 법이야. 이 빌어먹을 바다를 돌아가게 하는 건 바로 우리들이다, 알겠니? 약자가 먹히지 않고 바다에서 살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해 보렴
누구도 너를 존경하지 않는다, 주니어. 주변을 보려무나. 다랑어와 농어 들이 너를 비웃잖니. 넌 빨판상어처럼 말하고, 빨판상어처럼 행동한다. 항상 내 지느러미 옆에 바싹 붙어 있지 않니. 넌 기생충이 되어 가고 있어, 빌어먹을! 언젠가 암컷 한 마리가 내게 물었단다. ‘녀석을 떼어 버리고 싶으세요?’ 하고 말이다. 내가 어떤 심정이었겠니? 그 암컷의 아들은 네 또래고, 벌써 유모 대여섯을 먹어 치웠다더구나, 알겠니?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어.
3. 느낀점
다른 우화와 마찬가지로 충격적이다. 이젠 자녀가 부모를 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 우화집을 통해 지금까지 살펴본 생물의 세계를 보면 통상적으로 부모가 자녀를 먹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반대 개념, 자녀가 부모를 먹는 개념이 일반적이다. 상어 이야기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비꼬아서 공생, 혹은 기생하고 있는 생물이 본체를 잡아 먹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사실 기생하던 인간이 주인을 배신하고 권력을 차지하는 일은 인간 세계에서 흔한 일이다. 게다가 기생하던 무리가 힘을 합치니 그것은 그야말로 전두광의 명대사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에 가까운 일이다.
부모가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자녀가 독립하고 강하지길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자녀는 그동안 잔소리하는 부모를 얼마나 처리하고 싶었을까. 마침내 자녀가 부모를 처리하는 과정은 오이디푸스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상어는 그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부모를 처리한다.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혹은 부모가 어린시절 그들의 부모를 처리했던 기억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