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일본 '문호'가 개방됐다. 방송에선 어쩌다 자료 화면으로 보더라도 삐-처리 됐거나 모자이크 됐던 것이 걷히고 자유롭게 일본 음악,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된 줄 알았다. 가까운 듯 먼 나라라고 불렸던 게 단지 말뿐이 아니란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같은 머리색, 같은 피부색, 비슷한 언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도 문화의 보이지 않는 벽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라도 청소년이 그러하듯 그 시절 청소년은 그 일본 '문호'를 벽을 가뿐히 뛰어넘고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X-Japan의 Endless rain을 숨어 듣고 악마 숭배를 한다 오해받지 않아도 좋았다. 여전히 동네 봇짐상이 사 오는 작은 CD를 사야 했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지만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데 마음 한구석 돌은 밟은 듯한 덜커덕 거림이 없었다. 오히려 세련된 외국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어린 사람이라는 근거 없는 스스로가 정한 자존감에 어깨가 으쓱하기 시작했다.
제이팝을 들으면서 일본어를 배우고 그뿐 아니라 한국만이 아닌 다른 세계도 있다고, 그 다른 세계가 서양의 무엇만은 아니란 걸 배웠다. 현재 케이팝과 케이컬처가 온 세상을 떠들썩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새롭고 다양함을 원했던 그 시절 아이들은 현재를 보며 과거를 추억한다. 지금의 케이팝 스타는 80년대 홍콩스타 장국영, 90년대 일본의 기무라 타쿠야였다고.
앞으로의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 양국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추억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와중에 잠시 사이가 좋아질까 싶었던 한일 양국의 사이도 다시 멀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낌새도 보여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역시 다시 쓰기로 결심했다. 그 시절과 지금의 추억은 소중하기에. 소중한 것은 아끼고 다듬고 자랑해야 제멋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