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작가, 글쓰는 사람, 그리고 책방 주인
연남동에 자주 간다. 집에서 절대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 지하철 타고 한 번에 직행하다보니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금방 도착한다. 자주오니 대충 좋은 카페는 저기, 펍은 여기, 예쁜 책방은 요기, 대충 안다.
그냥 한 번 연트럴파크를 지나 끝까지 걸어봤는데, 이게 웬걸. 내가 모르는 곳을 발견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책방. 왜 몰랐지? 생각해보니 내가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해놨던 곳이었다.
서점, 리스본
이름이 내 가슴에 팍 꽂혔다. 왜냐하면, 이미 다녀왔지만 저 당시 한 달 뒤에 난 포르투갈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자석처럼 끌려 들어갔다.
일반 주택가와 약간 맞물려있는 듯한 느낌이라 흡사 서점, 카페라고 생각되기보다는 일반 가정집의 느낌도 살짝 들었다.
라디오작가, 책 쓰는 정현주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소개말이 인상 깊었다. 서점, 리스본이라는 이름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따왔다고 한다. 실제로 난 포르투갈에 가는 비행기에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봤는데, 사실 1/4 정도 보다 잤다.
이유는 고열로 인해 비행기에서 엄청 앓았기 때문에 영화에 집중 할 겨를이 없었다.
모든 서점이 그렇듯이 자신만의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서점 리스본도 다르지 않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점에 찾아 온 손님들과 대화를 시도 하고 있었다.
매대를 따로 만들어 제목은 비밀, 저자도 비밀, 가격과 간단한 설명만 적혀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호기심이 충만하면 한 번 꽂히면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이 나는...사버렸다.
비밀책이 여러권 있었는데, 그중에서 난 저 문구에 끌렸다. 결혼이하고 싶었던 것일까? 에이, 그건 아닌 것 같다. 저 문구를 보았을 때, 대충 어떤 책이 나올거라 예측을 하긴 했다.
남녀가 결혼했구나. 이 둘은 책을 좋아하는구나. 근데, 책 취향이 아주 다른가?
열어보니,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장으뜸, 강윤정-
대충 내 예상에 맞아 떨어졌다. 책은............음 절반 정도 읽은 것 같다....나머지 읽어야 하는데...
책이 어디있더라..?
작은 책방, 독립 서점에 사람이 옹기종기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저기에서 책을 사는 사람의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떨어질 것이고, 산 사람 중에서 그 책을 다 읽는 사람의 비율도 또 절반 떨어질 것이다.
지적인 삶을 위한 책 구매, 약간의 허세를 더하기 위한 책 구매, 서재를 채우기 위한 책 구매,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책은 우리 삶에 많은 도움이 된다.
책방 구경하고, 책 사서 읽고, 커피 한 잔하니 어느덧 해가 졌다. 밤이 되니 사람의 방문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갈 길이 멀기에 서둘러 나왔다.
책은 습관이다.
- 전 세계 책방을 탐방하는 꿈을 지닌 서른 즈음의 책 읽는 사람
-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을 가르치고 하는 프레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