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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an 18. 2023

유도에 그런 기술 없어요.

외깃 한 팔 업어치기

외깃 한 팔 업어치기를 배웠다.


유도에서는 기울이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상대를 내 쪽으로 당겨와서 그 중심을 무너뜨린 후에 기술을 쓰는 것이라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매우 합리적인 의문이 하나 들었다. 내가 그런 짓(?)을 하는 동안 상대라고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마치 주인공이 변신하는 동안 적이 기다려주는 설정 같은 느낌이었… 지만 굳이 그 의문을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상대를 내쪽으로 당겨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상대를 기울여서 나한테 가져와야 하는데 상대는 건재하고 자꾸 내가 딸려갔다. 여기서 더 문제는,


 ”들어오지 마시고 잡아당겨 오셔야죠. “

 “눼?!! 제가 언제 들어가셨나요?“


그 사태를 내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 환장한다.

깃을 위로 낚아채라고 해서 그렇게도 해봤고, 앞으로 당기라고 해서 그렇게도 해봤고, 발 간격을 띄우라고 해서 그렇게도 해봤다.

이걸 하면 저게 안 되고 저걸 하면 이게 안 되고 그걸 하며 이것저것이 안 되고… 심지어는 발은 상대방 중앙으로 들어가고 엉덩이는 상대의 오른쪽 골반에 걸치란다. 그래야 어부바가 가능하덴다. 그러면서 중심을 낮추… 아니, 돌면서 중심을 낮추면서 돌란다. 진짜 돌아버릴 거 같았다.

이건 뭐 뜨거운 아이스 라떼에 바닐라 시럽 많이! 그러나 안 달게!! 거기에 라떼지만 생크림도 얹어라! 어. 안 되는 거 안다! 그냥 얹어라! 어쨌든 얹어라!

이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 홀로 미션 임파서블 대환장 스토리 파티를 하고 있는데 스승님께서 오셔서는,


 “국주 회원님! 잘하시는데요?”


라고 웃음을 참으면서 말씀하셨다.


“스승님?! 말씀이랑 표정이랑 많이 다릅니다. 당장 일치 시켜주십시오.“


그랬더니 스승님께서 휙 돌아서 가버리셨다. 아무래도 웃참에 실패하신 듯했다. 아니, 요즘 왠지 자주 그러시는 듯했다. 그래서 사라지시는 스승님 잔상에 대고 말했다.


”스승님? 저 유도 안 했음 스승님 심심해서 어쩔 뻔했습니까?“


웃김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해주고 싶어 하셨던 스승님의 감사한 마음과 함께, 비록 실패하셨지만 응원까지 대충 받은 걸로 치기로 했다.


하… 연습이 필요했다.

그런데 여기에 사소한 문제점이 있었으니, 격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철봉이야 나 혼자 주야장천 땡기면 된다지만, 이건 희생양… 아니, 상대가 있어야 연습이 가능한 종목이었다.


그래서 할수없이 신랑에게 부탁했다.


“여보야, 내가 지금부터 여보야한테 무슨 짓(?)을 할 건데요. 굉장히 호응하고 싶겠지만 꾹 참고 가만히 계셔야 해요. 나는 통나무다라고 생각하고 절대로 움직이면 안 돼요.”


그랬더니 그가 잔뜩 설레는 얼굴이 되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니가 뭘 상상하든 그거 아니야… 하… 어쨌든 시작하자.


‘상대는 100킬로다. 상대는 100킬로다.’


속으로 이 말을 되뇌이며 배에 복압 빵빵하게 넣은 후, 왼손으로 그의 티셔츠 멱살을 잡고 오른팔은 그의 겨드랑이에 껴서… 어?? 겨드랑이 위치가 왜 이리 높지? 뭐… 모르겠고, 대충 그렇게 힘껏 잡아채서 당기면서 돌면… 돌면?!

어??? 왜 사람은 안 오고 티셔츠만 오는 거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반으로 찢어진 티셔츠의 앞판만 내 왼손에 들려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헐벗은 그가 몹시 씩씩대며 서있었다.


  “여보야?!?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어… 그게… 업어치기를 하려고… 한 건데…“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와이프를 유도장을 보내 놨더니 한 손 티셔츠 찢어발기기 기술을 배워온 건가? “


아니요… 유도에 그런 기술은 없어요…

그리고 그런거에 이름 갖다붙이지 말아요.


 “다음에 찢어발기기 기술(?)을 쓸 땐 귀띔이라도 해주길 바라. 그래야 나도 준비를 하지. “


아니, 찢… 그런 기술 없다고요.

그리고 그딴 거에 무슨 준비가 필요한데요?!


 “내일은 더 디테일하게 배워와요. 기대할게요.“


왓?!? 뭘 디테일하게… 뭘 기대하는데요?

유도 그런거 아니라고요!!


아무래도 상식과 대화가 통하는 정상적인 다른 사람을 꼬드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야!! 나랑 유도하자!!!

 

외깃 한팔 업어치기 연습 - 제대로된 자세 아님 ㅋㅋ
이 글은 누군가에게 유도를 가르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유도를 이제 배우기 시작한 40대 전업주부가 본인의 경험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쓴 에세이입니다. 뭔가 이론에 맞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고 쓴 부분이 있다면 고수님들께서 시원하게 가르침을 주시길 바랍니다

나름 성장 에세이라 성장을 해야 할 텐데 성장을 못 하면 어쩌나 그게 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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