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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나무 Jul 04. 2021

북카페에서

공릉천을 알게 한 보리 북카페

  꽤 오래전,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따라한 적이 있다. 그 무렵 아티스트 데이트 장소로  곳이 보리 북카페. 그날 보리에서 세밀화로 그린 동식물도감에 빠져 새도감, 갯벌 도감, 식물도감, 동물도감 등의 생태동화를 사게 되었다. '개똥이네 집'과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까지 구독하게 됐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아이들도 나도 잡지를 보는 즐거움이 컸다.                                                                                                      

  매월 읽었던 '개똥이네 집'은 3천 원이었는데 주제는 교육 걱정 농사 걱정 아이들 걱정이다. 물론 걱정만 하는 게 아닌 걱정을 희망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삶을 실은 잡지이다.


  사실 보리 북카페를 알게 된 것은 그 이전이다.

2013년 3월, 주말에 가족과 우연히 출판단지에 왔다가 주말 공릉천 생태체험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윤구병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날 아이들이 언젠가 읽을 수도 있겠다는 욕심에 청소년 책 한 권, 내 책 한 권을 샀다.(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 보니 이렇게 멋진 글을 써주셨다.


  보리출판사의 책 만드는 정신은 나무 한 그루의 가치를 따져 책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만든다고 한다. 정말 살펴보면 이곳 책들이 대부분 그런 책들로 느껴졌다.

   어떤 자료에서 읽었는데, 담배 15갑을 만드는데 나무 1그루가 든다고 한다. 연간 6억 그루의 나무들이 담뱃잎을 말리는데 사라진다고 한다. 연간 500만 ha는 담뱃잎을 말리는데 20만 ha는 농장을 일구는데 필요하다. 그러니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보다 평생 금연하는 일이 지구를 살리는 일인 것이다.

스스로를 태우는 담배가 옆사람을 태우고 가족을 애태우고 나무를 불태우고 지구를 태우는 것이다


  작은 아이가 좋아했던 '개똥이네 놀이터'의 만화에 담배 피우는 어른이 등장하여 나는 보리출판사에 전화를 한 적 있다.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흡연예방교육을 시키는 입장이라 그런지 그 그림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전화를 받은 출판사 직원분이  고맙게도 그 작가분께 전해보겠다고 했다. 텔레비전에서 아이들 방송 프로그램에 흡연 장면이 없듯이 아이들이 읽는 잡지도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이 옛날이라고 해도 그리는 시기가 현재라면 나는 그런 장면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무신 신고 한복을 입은 까만 얼굴의 할배가 책에 싸인도 해 주고 아이를 포근히 안아주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티스트 데이트 날, 이곳에서 변산공동체에서 생산한 보리차를 사고 커피를 마시며 글쓰기 책이며 만화책, 동시집, 그림책 등을 읽었다. 보리 북카페는 견본 책들이 종류별로 꽂혀있어 편안하게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나는 도감류가 제일 마음에 든다.

                                         

  파주에 살면서 자연스레 출판단지를 알게 되었고 아이들을 양육하며 보리출판사를 알게 되었고 보리 출판사에 체험하러 갔다가 우연히 고무신 할아버지를 만났고, 공릉천을 알게 되었다. 이후 보리 북카페보다 공릉천을 더 자주 가게 된 것 같다.

  릉천의 여름은 그늘이 없어 거의 가지 않고, 봄가을겨울 세 계절에 주로 간다. 공릉천은 다양한 철새들의 서식지로 갈 때마다 새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철새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풍경 또한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여름 장마가 끝나고 아침 일찍 공릉천에 갔을 때 길에서 수십 마리의 게를 만났다. 게들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면 5~6m 전에서 느끼곤 쏜살같이 천이나 논 쪽으로 달아나곤 했다.  게가 그렇게 빠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바다에서 게를 만나는 것과 자동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는 길에서 게를 만나는 경험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겨울엔 독수리, 꿩, 고라니 만나기도 한다. 사계절 중 나는 봄 풍경을 가장 좋아하는데 갈색의 갈대숲에서 솟아나는 연둣빛 새순의 대비가 근사해서다. 드문드문 홀로 또는 함께 서 있는 버드나무를 보는 것은 어디에서든 좋다.  해 질 녘 노을을 만나는 날엔  그리움과 함께 미워했던 누군가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되기도 한다.  당시  마음이 어수선하고 힘든 날엔 공릉천을 찾아와 노을과 갈대숲에 마음을 털어놓고 가곤 했다.                                                                                

                                         

  이후 작은 아이가 초등학생을 졸업할 때까지 작은 아이는 '뿡쉬' 등의 만화책을 읽으러, 나는 책을 읽으러 또는 더위를 식히러 아주 가끔 갔던 편안한 카페였다.


  가방에 책을 넣어가지 않아도 언제든 읽을 수 있는 무엇이 있는 곳은 모두 북카페라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북카페는 지천으로 많다. 하지만 새로운 길로 이끄는 힘이 있는 북카페는 많지 않다. 나는 이곳 보리출판사 북카페에서 아이들 잡지와 내 잡지를 읽으며 텃밭과 식물에도 관심이 생겨 한동안 주말농장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 경험들이 모여 점차 모여 이후의 삶은 흙에 무엇을 기르며 살아야겠다는 신념으로 발전한 것 같다.


  지금은 아이들도 많이 성장해 함께 북카페를 가는 일이 없지만 그렇게 보리출판사는 아이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지금은 아이들도 많이 성장해 함께 북카페를 가는 일이 없지만 그렇게 보리출판사는 아이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꽤 오래전 썼던 모닝 페이지를 어디엔가 깊숙이 넣어뒀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개발새발 아침마다 쓰면서 울기도 했던 그 노트에 나는 뭐라고 썼을까, 그때보다는 스스로 나아졌다는 확신이 드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그 노트를 오늘은 읽어보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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