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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ul 12. 2019

월급이 밀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직장인에게 월급은 생명수요, 직장 생활의 근원이다. 월급은 한 달을 버티게 해주는 생명수다. 월급을 받지 못하면 지난달에 실컷 긁어놓은 카드값을 내지 못한다. 각종 공과금도 밀린다. 월급을 받아야 그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월급 받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먹고살기 위해서다. 먹고살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려면 직장에 다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월급은 직장 생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직장인에게 월급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업무 스트레스는 견딜 수 있어도 월급이 밀리는 건 견딜 수 없다.




월급이 밀리니 직원이 퇴사했다고, 그 직원이 너무 야속하다는 한 사장의 사연이 인터넷 뉴스에 올라왔다(겨우 월급 한 달 밀렸다고 관둔다는 근성없는 직원? - https://news.v.daum.net/v/20190706084501792).​ 사장 입장에서 생각하면 야속할 만하다. 한 달만 기다려 주면 되는데, 월급을 아예 못 줄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자금 회수가 꼬여서 그런 것뿐인데 야속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까지는 사장의 속마음이다. 사장의 마음만 들여다보면 직원이 억울할 테니 직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자.


한 달 벌어 먹고사는 직원 입장에서는 월급이 밀리면 곤란하다. 한 달까지 갈 것 없이 보름만 밀려도 난처할 수도 있다. 보름이 웬 말인가. 단 하루도 안 된다. 보통 카드값 결제일을 월급날이나 그로부터 며칠 뒤로 설정해 놓으니까. 앞서 말했듯 월급이 밀리면 카드값과 공과금 결제도 밀린다. 자동 이체로 걸어둔 각종 세금이 미납되어 납기 후 요금을 내면 사장이 책임질 건가? 카드값이 한 달 연체돼서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면 사장이 책임질 건가?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 서운해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미안해해야 한다. 자신 때문에 직원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으니까.




나는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에서 월급을 한 달이나 밀려 받은 적이 없다. 한 회사에서 이삼일 정도 한 번 밀려 받은 게 전부다. 그것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거래처에서 대금 결제를 늦게 해 줘서다.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른다. 고작 이삼일 밀렸을 뿐인데, 이러다 한 달까지 밀리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월급이 밀리면 앞서 말한 대로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사정상 월급 지급이 며칠 늦어질 거다, 양해를 구하셨음에도 솔직히 못 미더웠다. 이러다 계속 밀리는 건 아닐지 불안했다. 그럼 그만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고작 며칠로도 이렇게 마음을 졸이는데 한 달이면 오죽하겠나.

지인 중 한 명은 월급이 밀렸는데도 천하태평이었다. 한 달도 아니고 무려 석 달이나 말이다. 한 달만 밀려도 불안하고 스트레스받는데, 석 달이 밀리고도 어떻게 그리 태평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러고도 왜 계속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지인은 그 회사에 근무한 지 근 20년이 되었다. 퇴직금만 해도 얼마겠는가. 월급도 밀리는 판국에 퇴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제 곧 오십이다. 그 회사를 나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불안하고 스트레스받아도 다닐 수밖에. 그게 2년 전 일이었고, 최근에도 밀렸다고 하니 사정이 참 딱했다.




“월급날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회사의 엄청나고 엄청난 성과야”

윤태호 작가의 미생 시즌 2에서 김동식 과장이 장그래에게 한 말이다. 공감 가는 말이다. 회사, 사장은 직원에게 약속한 월급을 지불할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은 상당히 무겁다. 사업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나도 그 정도는 안다. 그 무게를 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장의 가장 큰 성과는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다. 가시적으로는 그게 가장 큰 성과임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회사를 유지하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특히 자신이 고용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직원들의 월급을 밀리지 않고 줄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성과다. 직원 입장에서야 그게 당연한 거지만, 사업이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은 약정한 만큼의 월급을 직원에게 매달 지불할 책임이 있다. 회사가 망하거나 직원이 그만둘 때까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이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장은 자신의 책임 불이행을 반성해야 한다. 직원 입장에서 사정이야 어떻든 그런 사장 밑에는 있을 필요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나오는 게 상책이다. 내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니까, 공짜로 일해 줄 필요는 없다.

월급이 한 번만 밀리는 경우는 없다. 월급이 밀렸다는 건 거래처와 문제가 생겼거나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적신호다. 회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경고 신호다. 정말 한 번만 밀리고 정상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한 달 밀리면 두 달 석 달은 금방 밀린다. 그렇게 밀릴 때까지 다니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한 달까지는 정으로 다녀도 두 달 이상 밀리면 앞뒤 보지 말고 나와야 한다. 그건 정말 적신호니까. 그럼 최악의 경우 퇴직금과 밀린 월급을 포기할 생각도 해야 한다.

그래도 그동안 함께한 정이 있지, 어떻게 월급이 밀렸다고 바로 나가느냐고? 그거야 사장 생각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직원이 한 달 동안 돈 안 받을 테니까 쉬게 해 달라고 하면 “그래, 당연히 쉬어야지!”라고 말하며 쉬게 해 줄 사장이 있을까? 그런 사장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그래, 평생 쉬어라”라며 내쫓겠지. 자신은 직원들에게 냉정하면서 직원들은 자신에게 관대하길 바라지 말자. 그건 이기적이고 고약한 욕심이다. 직원들이 자신에게 관대하길 바란다면, 자신도 직원들에게 관대해야 한다. 그게 맞는 거다. 월급이 밀려서 나간다는 직원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도리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해해야 한다.

사장과 직원은 돈으로 맺어진 사이다. 오랜 시간 함께해서 가족 같은 감정을 서로 가져도 가족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다. 둘 사이에 돈이 사라지면 관계도 사라진다. 그러니 사장은 직원들에게 너무 정을 줄 필요가 없고, 직원도 깊은 애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적정한 수준, 함께하는 동안 서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정을 나누고, 성실히 일할 정도로만 애사심을 가지면 둘 다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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