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오해로 틀어질 만한 관계라면

by 인생짓는남자

중학교 때 단짝 친구들과 어이없는 이유로 관계가 벌어졌다. 어이없는 이유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무슨 이유인지 모른다. 이유라도 알고 멀어졌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텐데... 이유도 모른 채 관계가 멀어지니 억울함을 넘어서 황당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1학년 때 짝꿍과의 사건이다. 그 녀석과 상당히 친했던 걸로 기억한다. 수업을 마치고 이따금 그 녀석 집에 가서 놀았다. 반에서는 짝이었으니 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문제가 발생했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집에 간 줄 알았던 그 녀석이 교실로 들이닥치더니 다짜고짜 나를 밀치고, 주먹질을 했다. 나는 그 녀석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대응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영문도 모르고, 어안이 벙벙한 채 속수무책으로 맞기만 했다. 나를 실컷 때리고 욕을 하더니 교실을 나가버렸다. 내가 그 녀석 험담을 한 것도 아니고, 둘이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니다. 왜 그런 거냐고 물어보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그대로 관계가 끝났다.


중학생 시절은 안 좋은 기억만 남아 있다. 2학년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같은 반 친구 중에 우리 집과 가까운데 사는 녀석이 있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아서 하교를 하고 그 녀석 집에 자주 놀러 갔다. 같이 PC게임을 하려고 말이다.


어느 날 아침, 복도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내게 오더니 쌍욕을 하고, 다시는 보지 말자는 말을 남긴 채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다. 일방적으로 쏟아붓고 가버렸다. 항변할 기회는 줘야지. 아니면 나한테 따져 묻기라도 해야지. 원테이크로 몰아붙이니 왜 그런 거냐고 물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는 아직 어려서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마찬가지로 허망하게 관계가 정리됐다.




사소한 일로 관계가 벌어지는 법이다. 인간관계는 거창한 일로 벌어지는 게 아니다. 지극히 사소한 오해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관계가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소한 오해로 관계가 깨지면 참 속상하다. 관계가 벌어진 이유가 거창하면 그럴만하니 덜 속상하지. 사소한 이유로 깨지면 너무나 속상하다. 별거 아닌데, 깨질만한 이유도 아닌데 그 이유로 깨지니 황당하고 속상하다. 관계가 깨지는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다. 관계를 풀어보려고 하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사소하니 오해를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다. 관계를 금세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다. 별거 아닌데도 풀리지 않는다. 아무리 해명하고 설명해도 감정만 더 상한다. 오해란 게 무섭다.




사소한 오해로 틀어질 사이라면 오해를 풀 필요가 없다. 냉정한 말이긴 하지만, 인간관계가 그런 걸 어쩌랴. 별거 아닌 일로 관계가 틀어진다면, 그 정도 사이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관계가 그만큼 얕거나 상대의 관계 그릇이 그 정도로 작다는 말이다. 사소한 일인데도 풀지 않고 관계를 틀어버린다면, 상대가 예민한 거니 굳이 애쓸 이유가 없다. 애써봐야 회복하기 힘드니까.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면 오해를 풀려고 해 봐야 나만 죄인 취급받는다. 중죄인이 된 듯 상대방에게 질질 끌려다닌다. 그런 사람, 그 정도 관계라면 오해를 풀어도 금방 다시 틀어진다. 또다시 사소한 이유로 말이다.


제대로 된 관계라면 사소한 이유로 깨지지 않는다. 됨됨이가 좋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면 쉽게 관계를 깨지 않는다. 상대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관계를 쉽게 끝내지 않는다. 자기 중심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관계를 쉽게 깬다. 상대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친구를 잃었을 때는 가슴이 무척 아프고 억울했다. 어리기도 했고, 깨진 이유를 모르니 억울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커가면서 그런 일에 무뎌졌다. 커서 그런 일을 당했을 때는 관계가 깨진 데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사소한 일로 깨진 관계에는 더 이상 마음 쓰지 않고, 빠르게 마음을 정리했다. 그렇게 쉽게 깨질 관계는 무슨 수를 써도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어차피 노력해도 안 되면 마음을 빨리 접고,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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