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이유 없이 나빠질 수 있다.

by 인생짓는남자

지난주에 직장 동료와 주식 얘기를 나누다가 그에게서 명언을 들었다.


"주가는 이유 없이 나빠질 수 있다."


'오!~'


이 말을 듣자마자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의 말이 맞으니까. 별거 아닌 말일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뼈 있는 말이다.


주가가 오르고, 나빠지는 데 이유는 없다. 주가는 이유 없이 오르내린다. 개미들이 보기에 말이다. 표면적으로야 호재 덕분에 오르고 악재 때문에 내린다. 하지만 그런 재료들은 세력들이 개미들을 유혹하고 혼란스럽게 하려는 떡밥일 뿐이다. 재료들은 주가를 움직이는 수단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주가가 나빠지는 일반적인 원인은 돈이다. 세력이 돈을 벌기 위해서 혹은 자신들의 투자 자금을 잃지 않으려고 주가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가 변화에 대한 대응일 뿐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주가가 나빠지는 최초 동인은 아무도 모른다.


개미들은 상승하던 주가가 갑자기 하락하면 당황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니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주가가 떨어져서 운이 좋으면 조금만 수익을 보고 매도한다. 대응을 제대로 못하면 '앗'하는 사이에 크게 마이너스가 돼서 손절도 못하고 물려버린다.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개미들의 특징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의도하지 않았는데, 공들였는데 이유 없이 나빠지기도 하니까.


십 년 넘게 알고 지낸 동생이 있다. 자주 만나고, 서로의 속 사정을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원해졌다. 이유라도 알면 어떻게든 풀겠지만,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꼬인 관계를 풀 수 없었다. 서로 싸운 게 아니라서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멀어졌다.


갑자기 멀어진 건 아니다. 관계에 이상 증상이 조금씩 일어나긴 했다. 카톡으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고, 페이스북에 각자 글을 올리면 서로 좋아요와 덧글은 무조건 달아주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녀석의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녀석에게 가끔 연락하고, 페이스북에도 좋아요와 덧글을 꼬박꼬박 달아주었지만, 그 녀석은 내 글에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 녀석의 글에 내가 덧글을 달면 다른 사람 덧글에는 답을 달아주고, 내 글에는 보란 듯이 반응이 없었다.


왜 그러는지 묻기도 애매했다. 속좁아 보일까 봐서 말이다.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 왜 연락도 안 하고, 페이스북에 답글도 안 달아줘"라고 물었다가 "내가 언제?"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그래서 이유도 묻지 못하고 서운한 마음만 품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주치면 반가운 사이였지만, 지금은 만나면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이유도 모른 채 말이다.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잘해준다고 노력했는데도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고, 그리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가까워질 수도 있다. 마음이 통하면 사이가 좋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빠지는 게 인간관계다. 그래서 때론 굳이 잘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아무리 잘해주고, 마음을 써도 상대가 그걸 몰라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 마음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다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니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몇 번 잘해줘 보고, 아니다 싶으면 손절하면 그만이다. 아닌 사람에게 마음 쓰는 건 시간과 에너지 낭비다. 아닌 사람에게 애쓸 시간에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내 모든 걸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나도 상대방에게 잘해주고, 상대방도 나에게 잘해도 별안간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다. 인간관계는 언제 갑자기 나빠질지 모른다. 친했던 사람과 관계가 틀어지면 마음이 아프다. 마음의 고통은 공들인 시간과 비례한다. 하지만 어쩌랴. 한 번 마음이 멀어진 사람은 붙잡는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는다. 붙잡으면 돌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사람이라면 애초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지지도 않는다. 다시 돌아오는 사람은 멀어진 이유가 있고, 그것만 해결하면 다시 돌아온다. 이유도 모른채 멀어진 사람은 붙잡을 방법이 없다. 내 인생에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붙잡아야 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잘가라고 쿨하게 인사하자. 떠나갔다고 너무 가슴 아파하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왜 그렇게 됐는지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말자. 그럴 시간에 떠나간 사람은 얼른 잊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공을 들이는 게 훨씬 이롭다.


인간관계든 주가든 다 똑같다. 주가가 나빠지는 이유를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알고 싶어도 알 수 없으니까. 대신 주가가 나빠지면 그에 맞게 대응을 해야 한다. 손절을 하던지. 물타기를 하든지. 대응을 잘해야 돈을 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대응을 잘해야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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