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by 인생짓는남자

'어이쿠.'


며칠 전 지하철에서 수평형 무빙워크 위를 빠르게 걷다가 가볍게 폴짝 뛰었다. 한쪽 발과 무빙워크 사이에 마찰이 생겨 '삑' 소리가 나면서 넘어질 뻔했다. 하필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이 내 모습을 '정확히' 봤다.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눈을 안 마주쳤으면 민망하지 않았을 텐데... 애써 아닌 척했다. 하지만 너무 민망해서 괜히 빠르게 걸었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벌러덩 넘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싶었다. 그건 상상도 하기 싫다. 삐끗하기만 했어도 민망했는데, 넘어졌으면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나도 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은 내 모습을 보며 기껏해야 '피식'했을 뿐이라는 걸. 하지만 그마저도 나 혼자 생각이다. 내 모습을 보며 아무 생각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와 눈이 마주친 건 그저 움직이는 물체로 인한 반사적인 행동이지, 큰 의미는 없을 게다. 이게 맞지. 나만 이렇게 예민한 걸까?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안다.


비단 민망한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는 얼마나 남을 의식하는지 모른다. 남들은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 나만 남들을 신경 쓴다. 오죽했으면 동남아시아나, 유럽, 미국 등에 여행을 가면 우리나라 사람만 온몸을 칭칭 휘감고 다닌다. 남들이 보면 안 되는 숨은 속살이 있다며, 조금이라도 들킬까 싶어 머리에 히잡을 두른 아랍 여인들처럼 온몸을 천으로 꽁꽁 숨긴다. 숨은 속살이 있으면 어떠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본인만 신경 쓸 뿐이다. 설령 남들이 신경 쓴들 어떠랴. 이역만리(異域萬里)에 사는,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인데. 풍기문란을 일으키고,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 이상 뉴스에 보도되어 나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얼굴 팔릴 일도 없는데 말이다. 괜히 혼자 남을 의식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며 산다. 물론 남을 의식하는 심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남에게 피해 주는 건 없으니까. 오히려 그 덕분에 치안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만큼 안전하다. 뒤에서 호박씨를 다 까는 게 문제지만. 어쨌든 남을 의식해서 덕을 보는 게 분명히 있다.


그래도 남을 너무 의식하면 자기 자신만 피곤해진다. 혼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진다. 내가 그랬다. 나는 소식적에 집에서 '양반'이라고 불렸다. 머리를 감지 않고, 세수를 하지 않으면 절대 외부에 나가지 않았으니까. 하다못해 동네 편의점에라도 갈라치면 반드시 씻었다. 남들은 모자 쓰고 나가는데 말이다. 그뿐이랴.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긴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반바지나 슬리퍼는 절대 착용하지 않았다. 내 속살이 노출되는 게 민망하기도 했고, 왠지 예의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을 한 사람들도 예의 없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나에 대해서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주위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니 나만 피곤했다. 그런다고 삶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오히려 행동에 제약이 생겼다. 불편하기만 했다. 내가 그러는지 아무도 관심 없었고, 가족 말고는 그런 내 모습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었다.


남들이 나를 신경 쓰는 건 공공장소에서 풍기문란을 일으키거나, 심각한 사회 물의를 일으켰을 때뿐이다. 좁은 범위에서는 회사나 단체 등에서 크게 튀는 행동을 하거나 눈에 띄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했을 때뿐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고서야 남들은 나를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의 사소한 행동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내가 남들의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듯이 말이다. 물론 사람들은 길을 가다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 있으면 잠깐 욕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는 1초 만에 내 기억에서 사라진다. 남들에게 내 모습은 알코올처럼 순식간에 휘발되니, 그들의 잠재 기억 속에 박하면 어쩌나 걱정하지 말자. 과도한 기우다.




언젠가부터 남을 의식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반바지도 입고 나가고, 샌들에 크록스도 신고 다닌다.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남의 시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스스로를 남에게 억지로 얽어매지 말자. 그래 봐야 나만 피곤하다. 그럴 에너지와 시간이 있으면 인생을 위해, 인생이 나아지는데 생산적으로 사용하자. 그게 훨씬 유익하다. 에너지를 쓸 줄을 모르니 엉뚱한 데 사용하는 것이다. 정말 미련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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