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by 박기동

나도 나를 때릴 수 있어요 짚고 설 바닥과 기댈 벽이 있고요 피 맛도 볼 수 있는 여기선 방심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잠깐의 탐색전도 필요 없는 상대방으로서 적시에 허점을 만들고 노출시켜요 이런 순발력을 키워야 한 대라도 더 맞을 수 있는데요 잠깐이나마 죽음도 맛 볼 수 있지만 상대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답니다


물론 피하는 건 본능일 테죠 너무 빨리 결정타가 날아오기 때문인데요 한 방에 끝나면 싱겁잖아요 재빨리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게 이 곳의 미덕이라, 어떤 상태에서도 맞서는 멤버쉽을 발휘하죠 특히 무방비가 금물인 건 좀 더 오래 즐기자는 건데요 그러자면 통증을 잊어야 해요 맞기를 반복해서 감각을 마비시키는 방법이죠


눈 뜨는 게 무서워질 때까지 맷집을 키워야 해요 비극은 다시 깨어나는 거라서 신음은 조금씩 분해해야 재발하지 않아요 고꾸라져도 웃고 있는 희열의 경지에 이를 테니 어떠한 펀치에도 상쾌해질 수 있답니다 혹 상대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손을 놀릴 수 있잖아요 거보세요 당신을 때리던 당신도 당신을 죽였잖아요





*척 팔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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