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by 박기동


배가 된 책은 동화에서 만든 상상

건너편을 만든 강에 들면

독자를 미치게 만든 마법도 통할까

책이든 강이든 빠져도 몰라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이 돌아오지 않는 저녁은

어른을 찾으러 다녔다


젖어서야 돌아온 밤은

걸어서 건넌 강을 읽었는지

얼마나 빠져야 강을 건널 수 있는지

찢어 낸 페이지는 배가 되어 떠나지만

자꾸만 가라앉는 현실의 항로를 만나야 했다


먼저 먹은 나이가 짐이 된 아이에겐

항해를 거부한 이상한 물길이라

배가 된 페이지를 강이 읽었다면

멈춰진 성장을 알릴 수도 있을 텐데


먹어 버린 나이엔 회항이 없다

책 밖을 흐르는 강은 어려워

나이 든 종이접기는 미쳤다는 말만 듣고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싫은 날들은 난파선이 되었다


배를 만들다가 새가 되었다

강이 읽은 페이지 탓에 펄럭이는 여울은

넘기는 책장에서 날갯짓을 보았을 터

날아가는 배를 만드는 건

동화 밖에서도 가능한 상상이었다


배라고 우기던 페이지가 새라고 불린 나날

침몰은 날개 달린 배의 출현을 알렸고

둑을 높인 범람은 어른을 데려갔다

미치는 데 참고가 된 책들은 남아 있어

들려줄 게 많아진 강과 강의 저녁은

어른을 싣고 돌아올 비행기를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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