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by 박기동


일제히 모은 입이 닫히지 않는다

저마다 목을 내민 하나같은 발성법에

바다를 들인 산길은 시끄러운 계절


할 말이 없어지면 없는 말 만들어서

다 하고 없을 때는 했던 말 또 하는

입술이 그린 원형은 황태들의 화법이다


떼를 지어 내미는 그들만의 창법 역시

동그란 입짓대로 발음하고 따라 불러

덕장을 가득 채운 O와 O의 집합들은

가장 잘 들리는 잡담으로 남았다


녹다가 다시 얼다 동해물 다 말려서

열어 둔 채 굳어 가는 서로는

둘레를 구하는 원의 형식


더러는 거품 같은 헛소리도 영원을 발음하니

못 다문 입버릇엔 완창이란 말이 없다

그저 어디서나 어울리는 화음으로

미시령 고음부를 쉴새 없이 넘나드는


삼사조의 운율 따라 도달한 삼한사온

비탈에 울려 퍼지는 눈보라를 따라간다

말라서 굳어 가는 혼잣말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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