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침수구역

by 박기동


간밤에 굴포천이 담을 넘었다

털린 세간들 서둘러 집을 뜨고

바가지로 강을 퍼냈다 나무들

덩달아 풍치를 드러냈다

못 보겠다는 듯 랜턴은

명백한 눈을 다시 뜨지 않았다

닭장을 덮친 흙더미는 혐의가 없는데

불은 쌀엔 흙이 더 많았다

가라앉은 길 더듬다 늦게 당도한 새벽은

어제의 풍경들을 떠올리지 못하고

지친 촛불을 따라 가물가물 스러졌다

실종으로 분류된 아버지는

비만 오면 빠지는 논둑을 기억할까,

만조의 강에 두고 온 방주가

날물을 기다리다 잠길 때

엄마 눈에선 다시 굴포천이 넘쳤다


흘러 흘러 정박한 원미동 산 번지에 강이 흐른다

쪽박으로 강을 퍼내는 저녁 약수터

가지의 헛손질이 나뭇잎 방주를 띄운다

사는 게 유죄라서 아무도 선고되지 않았으나

우산 속에서 다시 재회를 집행하는 엄마,

몰래 흐르는 굴포천을 훔쳐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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