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심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은 절박함이다

책 '킬체인'을 읽고

by Book끄적쟁이

일론 머스크가 X에 남긴 한 문장,

“If she’s a 10, you’re an asset.”

그건 농담처럼 보였지만, 실리콘밸리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중국의 ‘성전쟁(性戰爭, sex warfare)’— 아름다움이 무기가 되고, 연애가 첩보가 되는 시대.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연구원, 스타트업 창업자, 방산기업의 기술자와 사랑을 나누며, 그들의 ‘비밀’을 빼앗는다. 이건 단순한 정보 유출이 아니다. 기술 패권 전쟁의 가장 은밀한 전선이다.


머스크는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다.”

맞다. 칩 하나, 코드 한 줄, 데이터 한 줄은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다. 하지만 누가 그것을 통제하느냐에 따라 세계 질서는 하루아침에 뒤집힌다.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술 탈취’를 체계적인 산업 전략으로 삼았다. 그들은 무역기밀을 훔치고, 연구 인력을 포섭하고, 학계와 스타트업 생태계로 침투한다. 공식 유학생, 합자기업, 투자 펀드, ‘천인계획(Talent Plan)’—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국으로 끌어오는 것.”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허니트랩도, 사이버 스파이도, 위장투자도, 모두 킬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고리다.

킬체인.


[킬체인]의 핵심 문장은 간단하다.

“우리는 우리의 킬체인을 가속하고, 적의 킬체인을 파괴해야 한다.”

이건 단순한 군사용 개념이 아니다. 모든 국가 전략의 작동원리다. 중국은 미군의 킬체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드웨어보다 ‘네트워크와 의사결정 체계’를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목표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전에 감지망을 마비시키고, 통신을 끊고,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춘다. 그래서 킬체인의 첫 번째 고리—정보의 흐름—을 끊는 것이 그들의 전쟁 방식이다. 미국은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냉전의 영광에 취한 워싱턴은 여전히 거대한 플랫폼, 비싼 전투기, 정교한 무기 체계를 예산표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은 그렇게 벌어지지 않는다. 전투는 이미 사이버 공간, 알고리즘, 데이터의 밀도 안에서 시작된다. 감지와 공유, 그리고 반응의 속도—이 세 단어가 미래의 생존 조건이다.


이제 미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자신의 킬체인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속화하라. 적이 킬체인을 완성하지 못하도록 파괴하라. 이를 위해 미국은 반도체·AI·사이버·우주 기술을 다시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화웨이 제재는 그 신호탄이었다. ‘CHIPS Act’는 경제법이 아니라 안보법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실리콘 나토’.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네덜란드— 이 다섯 나라가 기술의 신경망을 공유하며 중국의 데이터·칩·연산 네트워크를 고립시키는 구조다. 중국은 이걸 ‘실리콘 봉쇄망’이라 부른다. 미국은 ‘자유 진영의 공급망’이라 부른다. 같은 네트워크를 두고 하나는 감옥이라 하고, 하나는 방패라 한다. 그 온도 차 속에 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전선이 이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성전쟁, 사이버전, 정보전— 모두 인간의 판단력, 윤리, 탐욕을 시험한다. ‘도덕적 상대주의’는 그 틈을 파고든다. “모두가 다르게 생각할 자유가 있다”고 말하며 기준을 허무는 순간, 그들의 첩보전은 이미 절반 성공이다. 기준이 없으면 판단도 없다. 판단이 없으면 방어도 없다.


결국, 기술 주권은 가치관의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정보전의 주체를 바꿔야 한다. 보안은 더 이상 방어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 공격의 역량이다. 우리는 사이버와 데이터 네트워크에서 적보다 빨리, 넓게, 깊게 감지하고 ‘킬체인’을 먼저 닫아야 한다.


둘째, 산업정책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보조금이 아니라 가속. 기술 자립이 아니라 속도 주권. 모든 연구개발의 목표는 ‘이해–판단–행동’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킬체인 경쟁력이다.


셋째, 사람을 지켜야 한다. AI, 반도체, 국방 기술의 최전선에 선 인재들은 이제 물리적 경계보다 심리적 방어가 더 중요하다. 머스크가 농담처럼 던진 문장—“그녀가 10점이면, 너는 자산이야.”— 그건 유머가 아니라 경고다. 킬체인의 본질은 ‘결정’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회는 전쟁이 아니라 협상에서도 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나 도덕이 아니다. 더 빠른 이해, 더 정확한 판단, 더 단호한 행동. 그 세 단어를 잃는 순간, 국가 계획은 종이 위의 문서로 남는다. 국가 계획을 의미심장하게 만드는 것은, 말이 아니라 규모와 절박함이다. 적이 우리보다 먼저 닫기 전에, 우리가 먼저 닫는 것이다. 그게 지금의 전쟁이고, 그게 우리가 지켜야 할 기술 주권이다.


기술이 우리를 구원하진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사고와 결단이 기술을 구원한다. — '킬체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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