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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책읽기

■ 시작은 미약하고 끝은 알 수 없다

by 카이저 소제

어느덧 11년 째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모인 너 댓 사람이 책 좀 제대로 읽어보자고 만든 모임, 아베체(ABC).

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프랑스 청년혁명단체의 이름 '아베쎄'에 필을 받아 만든 이름 아베체.

이름하여 All Books & Culture.

모이다 보니 연령대 평균 50대 중 후반.

평균 토론 참석자수는 10 여명.

토론 참석자 수는 날씨와 기분과 그리고 무엇보다 선정된 책의 영향을 골고루 받는다.

이러저러해도 선정된 책의 영향이 제일 크다.

책이 어렵고 읽기 까다롭고 두꺼우면 참석자가 줄기도 한다.

두껍고 어려우면 끝까지 읽기 어렵고 안 읽고 덜 읽은 마당에 토론이 웬말이냐.


학력? 다양하다.

대충 대졸인 사회에서 학력보다 학벌, 즉 어느 대학 무슨과를 나왔는 지는 조금씩 궁금할 법도 하다만 굳이 묻지 않는다.

인생살이의 경험과 책에서 얻은 지식과 교양은 어줍잖은 학벌과 학력은 상쇄하고도 남는다.

겪고보니 사실 그러했다.

나이 50이 넘어가면 지식은 평준화된다.


책은 어떻게 고르냐고 ?

처음에는 신문지면에 오르내리며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짜한 작가들의 책이나, 한껏 유행을 타며 베스트 셀러에 입질되는 책들 위주로 읽기 시작했다.

장르 불문이다. 문학작품 부터 철학, 역사, 과학, 예술을 넘나드는 성역없는 책 읽기.

월 1회의 책 읽기에서 출발하여 철학공부모임인 고전읽기가 분화되어 나왔다.

월 1회 독서토론, 그리고 월 2회 고전읽기.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의 강의나 해설이나 조언없이도 깊이있고 체계적인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평생공부는 평생대학원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도 싶었다.

자식들 가르치고 키우느라 등골이 휙휙 휘는 중년들이 자신의 학비로 가용할 여윳돈이 있을 리 없다.

비전문적 소시민들이, 온갖 이름의 자격증과 수강증과 학위를 찍어내는 교육시스템의 테두리에 기어 들어가지 않고도 스스로의 노력과 고민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평생 교육과 평생 공부.

나와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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