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정원

by 마테호른

옛날 어느 나라에 한 공주가 살았습니다 공주는 이웃 나라의 왕자를 짝사랑했습니다 하루라도 얼굴을 보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애가 탄 공주는 결국 왕자가 항상 지나가는 길을 지키고 있다가 덜덜덜 떨면서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뺨에 가볍게 입만 맞춰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 마음을 몰라주는 왕자가 너무도 야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공주는 왕자가 지나가는 길을 지키고 있다가 “왕자님, 사랑해요. 제발 저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왕자는 여전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사실 왕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말을 할 줄 몰랐습니다 그 사실을 몰랐던 공주는 왕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공주는 왕자가 좋았습니다 왕자가 전쟁에서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빌고 빌었습니다 하루도 눈물 흘리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얼마 후 왕자의 나라가 전쟁에서 이겼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공주는 즉시 이웃 나라로 달려가서 왕자를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왕자를 볼 수 없었습니다 왕자는 전쟁 중에 죽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충격에 빠진 공주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말로도 공주를 위로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공주는 왕자를 기다리던 그 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그 자리에는 공주의 예쁜 미소를 닮은 보라색 꽃이 피었습니다

남프랑스 프로방스 언덕 위의 작은 수도원 한때는 정신병원이었던 그곳에 그 남자가 있었다 외사촌 여동생 케이를 사랑하고 창녀 시엔을 사모했던 해바라기 같은 남자 모든 사랑을 거절당해서 평생 짝사랑만 해야 했던 언제나 사랑이 고팠던 남자 사랑 없는 삶은 죽음과도 같고, 사랑 없이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어서 제 한쪽 귀를 스스로 잘라버린 그의 창가에는 해마다 7월이면 해바라기와 라벤더 향이 가득 흘러넘쳤다 가녀린 보랏빛 소녀와 삐쩍 마른 노란 소년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듯한 그 정원을 바라보면서 아를의 남자는 또 누구를 그리워하며 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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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단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오늘도 ‘앗’ 하고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한 문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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