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크루 Oct 18. 2019

쓰기가 체질

고수리의 글쓰기-10/17 ‘일하면서 글쓰기’ 강연 후기

 

 


'일하면서 글쓰기'에 오신 분들을 위해 브런치에서 간식을 준비해드렸어요!

  작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s》이 개봉했을 때의 일입니다. OST로 야오리의 노래 「인생은 연극人生就是戲」이 흘러나왔을 때, 저는 사실 입을 조금 비죽거렸어요. 주인공 남자친구네 집안이 호텔 직원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호텔을 사버리는 재벌가니까, 서로 죽네 사네 드라마틱할 수도 있는 거지. 내 심심한 인생으로는 연극은커녕 백날 천날 촬영해도 드라마 에피소드 하나 못 만들 거야, 라고 속으로 읊조리면서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의문입니다. 정말 우리의 생활에서는 드라마가 나올 수 없는 것일까요? 예컨대 글쓰기만 잘해도, 아니면 하다못해 배경음악이라도 깔아주면 내 인생에서 대본 한 편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에요. 아, 그런데 도대체 내 인생으로 글을 어떻게 쓰죠? 따다다단, 따단, 따단딴딴―《인간극장》의 BGM만 머릿속 한 켠을 스쳐지나갑니다.      



그래서 고수리 작가를 모셨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삶에도 드라마는 있어요."


  북크루는 10월 17일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아예 《인간극장》 작가 출신인 고수리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고수리 작가는 방송작가로도 일했지만, 애니메이션 《토닥토닥 꼬모》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동시에 등단한 청소년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두 편의 에세이집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를 내기까지 했고요.

당신, 글을 쓸 때 가슴이 뛰나요?

  고수리 작가가 ‘일하면서 글쓰기’에서 자신의 강연 제목으로 정한 것은 ‘쓰기가 체질’이었습니다. 그녀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혹시 글을 쓸 때 가슴이 폴짝폴짝, 덩실덩실, 나풀나풀 뛰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쓰기가 체질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어쨌든 우린 모두 글이 쓰고 싶어서 이 ‘일하면서 글쓰기’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가 어렵기만 할 따름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이 글쓰기 체질을 어떻게 갈고닦아 정말로 글을 쓸 수 있게 될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여러분께 고수리 작가가 내놓는 처방전은 이렇습니다.


내 일상의 주인공인 나를, 드라마인 우리 삶을 지켜보세요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고수리 작가는 글쓰기를 ‘틈틈이’ ‘짬짬이’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흔히 우리가 작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인상이긴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심오한 고뇌 끝에 종이에 펜을 대는 순간부터 완벽한 글을 써내는 일은 우리에게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꾸준한 글쓰기를 어떻게, 무엇으로 지속할 수 있을까요?



나를 따라다니는 그것, 무엇인가요?


  우선 겪은 일들 중에서 자꾸만 나를 따라다니는 감정과 사건을 찾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글감이 되어줄 것입니다. 예컨대 기분이 좋거나 나빴던 일, 기억에 남는 일,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어떤 매개체를 통해 생각난 것 등에 관해 써볼 수 있겠죠. 일상을 지켜보다 보면, 내 생활에도 글감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단, 고수리 작가는 꼭 그때그때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합니다. 메모를 하거나 일기를 쓰셔도 좋고, 고수리 작가의 경우 글을 적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핸드폰으로 목소리를 녹음한다고 해요. 아무리 찾아낸 글감이 좋아도 그것을 나중에 떠올릴 수 없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기실 우리는 그렇게 기억력이 좋거나 똑똑하지 못하다는 그녀의 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웃음을 짓는 것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글의 재료를 찾았으니, 그것을 어떻게 글로 옮길지가 남았습니다. 먼저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나는 작가다’라고 상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머릿속으로 글을 써보세요. 또한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일도 중요합니다. 샤워, 산책, 커피, 만남, 여행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다만 그것이 글로 이어지는 내 영감을 붙잡아주고, 꾸준한 글쓰기를 위한 루틴이 되어야 합니다.


손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고수리 작가

  강연이 끝난 뒤에도 고수리 작가는 와주신 분들과 더 이야기를 나눴고, 깜짝 책 선물을 해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나는 무엇에 관하여, 어떻게 꾸준한 글쓰기를 할지 ‘쓰기가 체질’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알리는 것이었죠. 무려 네 분이나 되는 분들이 현장에서 자신만의 꾸준한 글쓰기를 해나가겠다고 약속해주셨습니다. (그분들 중 두 분의 브런치 주소는 댓글로 남겨두겠습니다. 이 브런치 작가님들께서 어떤 글을 써나가시는지 모두 관심을 지니고 지켜봐 주세요!)



강연이 끝나고 나서도, 고수리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분들께서 기다려주셨습니다.



  이후 고수리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많은 분들이 줄을 선 모습을 지켜보며, 저는 강연 전에 그녀가 오시는 분들께 해드렸던 한 가지 약속을 되새겼습니다. ‘단언컨대 두 시간 후, 당장 글이 쓰고 싶어질 것’이라는 약속이었죠. 과연 그랬습니다. 저도 고수리 작가의 강연을 듣고 난 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人生就是戲、 演不完的戲。 有的時候悲、 有的時候喜。 인생은 연극, 끝나지 않는 연극. 슬플 때가 있고, 기쁠 때가 있네. 그 인생의 단면들이 모두 글이 되고, 드라마가 되겠지요. 고수리 작가가 아니었다면,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삶에도 드라마도 있다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나의 드라마를 담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은 물론이고요.

    

  브런치와 패스트파이브, 그리고 북크루의 '일하면서 글쓰기'는 끝나지 않는 연극처럼 또 돌아옵니다. 다음 주 우리에게 '일하면서 글쓰기'를 가르쳐줄 작가는 김은경 작가입니다.     





https://brunch.co.kr/@bookcrew/4



  다음 주 목요일인 10월 24일,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또 노르스름하고 따뜻한 불을 켜놓고 김은경 작가와 함께 북크루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거리가 어둑하고 글이 쓰고 싶어지는 시간, 저녁 7시 반에 또 만나요.










고수리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팁:

1. 브런치 작가 되기. ‘공적인’ 글쓰기의 시작.

2. 30일 글쓰기. 글쓰기는 매일 틈틈이, 짬짬이, 꾸준히!

3. 글쓰기 모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글.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