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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경 Jul 21. 2022

저널리즘의 아버지 조셉 퓰리처와
퓰리처상 이야기

잡일을 전전하던 이민자가 역사적인 언론인이 되기까지

저널리즘의 아버지 조셉 퓰리처의 인생 이야기


미국에서 기자에게 주어지는 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 할 수 있을 퓰리처상. 

이 상은 뛰어난 사업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조셉 퓰리처로부터 시작되었다.


조셉 퓰리처는 1847년, 헝가리에서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활기 넘치는 성격의 그는 17살에 군에 입대하고자 했지만 시력과 체력이 좋지 않아 퇴짜를 맞았는데, 우연한 기회로 독일에서 미국 육군 모병관을 만나 징집병을 대체하여 입대하기로 한다. 


후에 놀라울 정도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게 된 그지만, 처음 보스턴에 도착했을 때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부대에서 1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그는 미국 세인트 루이스로 흘러들어가 노새 모는 일, 수하물 처리, 웨이터 등 잡다한 일들을 하며 지역 도서관에서 틈날 때마다 영어와 법을 배운다. 


그러던 어느 날, 전혀 기대치 않은 곳에서 기회가 찾아온다. 

도서관 체스룸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골들의 체스 게임을 구경하며 말을 보태던 그에게 호기심이 생긴 단골들은 퓰리처와 대화를 한다. 그런데 그 단골들이 바로 독일 유명 일간지 Westliche Post 에디터들이었던 것. (퓰리처는 독일어와 불어에 능통했기에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퓰리처에게 기자 자리를 제안한다. 그리고 4년 뒤, 촉망 받는 기자가 된 퓰리처는 그의 나이 불과 25살에 파산 직전 언론사의 지분을 사들여 출판인이 된다. 그 후 성공적인 비즈니스 거래가 몇 번 더 이어지고, 그는 지역 신문사 St. Louis Post-Dispatch의 오너가 된다.


St. Louis Post-Dispatch를 사들인 후, 그는 새벽부터 자정 넘어서까지 신문사 일에 매달린다. 그는 정부의 부패와 부유층 탈세를 폭로하는 탐사보도와 사설을 공격적으로 내보냈고, 대중에게 호소하는 그의 전략이 적중해 신문사가 번성한다. 하지만 더 큰 성공의 씨앗은 그가 요양차 유럽에 가려고 들른 뉴욕에서 The New York World(이하 The World)의 경제적 위기 소식을 입수하며 싹튼다. 그는 이 회사를 인수한다.


그는 The World에서 편집 정책, 내용, 포맷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그 결과 The World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문사로 자리매김한다. 대량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이전까지 정당 보조금과 신문 판매수익으로 유지했던 것과 다르게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모델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수익 구조를 포함해 그가 시도한 많은 변화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인 신문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의 이름은 "yellow journalism(선정적 저널리즘)"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1989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발발할 때 언론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이때 퓰리처 휘하의 The World와 경쟁사는 전쟁을 촉구하는 자극적인 기사들을 경쟁적으로 내보냈다. 퓰리처의 과실로 언급되는 부분인데, 이후 그는 선동적 언론과 거리를 두고 언론과 공공에 기여하는 행보를 이어간다. 정부와 기업의 부패를 폭로하고, 정부의 기소에도 굴하지 않고 탐사를 이어가 언론의 자유를 고취시키는가하면, 독점금지 법안 마련이나 보험업계 규제에도 역할을 미쳤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며 사재로 퓰리처상을 제정하고 언론대학원을 설립하게 하기도 하고 말이다. 


퓰리처는 원래 시력과 체력이 약했는데, 일하는 동안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어 43살에 편집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는 사실상 실명에 이르렀고, 심한 우울증과 함께 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한다. 그는 말년에 그가 '금고'라고 부른 방음된 공간이나 그의 요트, 뉴욕 맨션, 가족 휴양지에 있는 '침묵의 타워'라 불린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요트 위에서 생을 마감했다. 


퓰리처상 수상자 선정에서 수여까지


퓰리처는 민주주의와 언론이 운명을 같이 한다고 믿었다. 유능하고 공정하며 공공성을 갖춘 언론과 훈련된 지성과 용기를 갖춘 기자 없이 민주정부는 사기이자 조롱거리라고. 냉소적이고 돈을 좇으며 선동적인 언론은 그처럼 저속한 대중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이다. 퓰리처 사후 1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말이다. 그의 유언에 따라 훌륭한 기사와 기자,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퓰리처상이 제정되었다. 


퓰리처상은 22개의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론인이 제정한 상답게 시상 부문중 보도 관련 부문이 제일 많다. 공공보도, 특종보도, 탐사보도, 해설보도, 지역보도, 국내보도, 국제보도, 특집기사, 논평, 비평, 사설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보도의 종류가 많은지 처음 알았다. 이중 공공보도 부문이 시상식의 꽃인데, 다른 부문 수상자에게 1,500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는 것과 달리 공공보도 부문 수상자(또는 기관)에게는 의미 깊은 메달이 주어진다.


심사는 부문별 심사위원회에서 3개의 후보를 추려 올리면, 이사회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사회의 권한이 커서,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작품을 거부하거나 다른 작품을 선정할 수도 있다. 이사회 구성을 보면 그 스스로 퓰리처상 후보작이나 수상작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으며, 이사직은 놀랍게도 무보수이다. 


매년 수많은 기자들이 도전하는 유서 깊고 영예로운 상이 있으며, 그 결과 발표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주목받는 이벤트인 것. 수상 여부가 기사와 기자(또는 언론사)의 수준에 대한 믿을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지표로 기능하는 것. 분명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동기를 고취시키는 일일 것이다. 각종 위기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계속 고민하고 바로서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보도의 기술에 대한 관심보다는, 좋은 글과 창의적 표현, 명료한 문장에 더 관심이 있다. 사실 어느 부문의 수상작이라도 배울 부분이 무궁무진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내 관심사에 부합하는 특집기사 부문 수상작들로부터 앞으로 배워보려고 한다. 


* 조셉 퓰리처 인생과 퓰리처상 집행 관련 내용은 홈페이지 내용을 번역&재구성했습니다.

https://www.pulitz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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