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적독가들 9월호

'왕복서간' 모임후기

by 적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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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적독가들 9월호 모임입니다.


9월의 책은 '왕복서간(미나토 가나에)'입니다.

책 선정의 이유는 연극을 본 뒤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는 이유로 읽었습니다.


<발제>

1. 내가 지아키였다면 사고에 대해 알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을까?

2. 마지막 오봉 휴가 때 여자친구와 선생님을 찾을 예정인 사람은 오바일까, 다쓰야일까?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해보았으면 좋겠어요.

3. 준이치와 마리코의 편지 중에 후각을 통한 기억 연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발제문을 보고 어떤 내용이 떠올았나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적독가들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오픈 채팅방에 ‘적독가들’로 검색하셔서 참여하시면 자세한 안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독서모임의 특성상, 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9월 모일 모시에 서울 모처에서 모여 독서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독서모임 가는 날은 항상 즐겁죠. 점점 친구들도 만나기 어려워지는데 독서모임을 통해 빡빡하기만 하는 삶이 윤택해지는 기분입니다. 일이 바쁠 때는 책 읽는 것조차 버겁고, 힘들거나 혹은 귀찮을 때도 있었는데 그러나 한 회차, 한 회차 쌓여갈 때마다 너무 소중한 모임입니다.


이번 모임은 총 3분이 참석해주셨고, 간단하게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왕복서간은 총 3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었습니다.


1장. 십 년 뒤의 졸업문집

2장. 이십 년 뒤의 숙제

3장.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각 장마다 다른 등장인물과 사건을 배경을 하고 있으나, 제목에 쓰여있듯이 공통점은 모두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1. 내가 지아키였다면 사고에 대해 알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을까?

주형 : 사고에 대해 알기 위해 한 행동이고, 꾸만 상황이라고 하지만 "정말 정성이 대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 번 정도 물을 수 있지만, 이걸 꾸준히 계속 써야 되고 또 편지가 왔다갔다 하는데 시간도 걸리는데 못참을 거 같다.


원지 : 저는 사실 내가 그 당사자였다면 지아키처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타인이 그렇게 했다면 정성은 대박이 맞는데, 이게 본인 당사자였잖아요. 내 이야기니까, 나라면 그럴 정도 노력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형 : 오히려 내 이야기이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듣고 싶지 이렇게 파고파고 들어가서 하는 거 답답해서 못할 거 같다.


원지 : 그렇긴 한데, 직설적으로 물어본다고 해서 대답해줄 거 같지 않으니까. 남이 이런 정성으로 했다면 속된말로 "오지라퍼"였겠지만, 이건 내 이야기니까 어느 정도 납득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 편지말로 전화나 만날 수도 있는건데, 왜 하필 굳이 귀찮게 편지였지? 하는 생각은 했다.


왕복서간은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보잘것 없고, 왜곡되고 와전되어 미화되는걸 이용하여 쓴 소설 같았다. 사람은 분명 똑똑하게 어떤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는 왜곡되고 변질될 때가 많다.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부질 없는가.


주형 : 소설 속 지아키는 에일리 노래 속에 사람처럼 살고 있는데, 친구들 머릿속의 지아키는 린의 노래 속의 여자처럼 살고 있었다.


콜라 : 지아키는 나중에는 재미있게 즐겼던 거 같다. 처음에는 호기심도 있었고, 이걸 하면서 재미있었던 게 아닐가 생각해요. 지아키는 책을 써야 합니다.

주형 : 방송작가도 좋네요. (웃음)


콜라 : 1장도 시점마다 사람 입장이 다르다 보니, 보는 것도 달라서 오해가 쌓이는 거 같아요.

원지 : 맞아요. 맞아, 사실은 풍뎅이가 입에 들어가서 웃고 있었는데, 그 사정을 모르니 자기를 비웃는다고 생각했으니까.


2장은 또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원지 : 저는 사실 1,2,3장 모두 다 연결된 줄 알았어요. 2장에서도 학교 얘기를 하니까, 그런데 2장은 선생님들이 나와서, 여기 선생님이 1장에서 나오는 선생님인가 싶었죠.

주형 : 아-! 옴니버스 좋죠.

원지 : 맞아요. 또 3장의 주인공은 선생님이잖아요. 그래서, 관련된 내용인가 싶어서 약간 긴장하고 기대서 봤는대, 다 다른 내용이었네요.

콜라 : 같은 학교 다른 반일 수 있죠.(웃음). 어차피 작가는 똑같습니다.

원지 : 근데 글쓰는 입장에서 쓰기는 되게 힘들겠지만, 1,2,3장이 모두 다 한꺼번에 모이는 내용으로 쓴다면 진짜 재미있을 거 같아요.


2장도 결국 오해가 낳고 부른 이야기였다.


콜라 : 2장도 결국 오해가 다 다르니까 추억도 다르더라. 누구는 그 사고까지 안 봤으니까 행복했다고 오해하고, 누구는 선생님은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선택을 했고, 그것에 따른 생각의 변화를 겪어 불행했다, 또 다른 입장은 그 사건은 결국 내 잘못이었다 등등. 같은 사건을 두고 생각이 이렇게 다르더라.

원지 : 저는 실은 남편이 죽었다고 그래서... 1장의 내용을 보고 나서 그런지, 뭔가 이선생님이 일부러 그렇게 꾸민거 아닌가 생각했다. 저는 이 작가님 전작인 책 '고백'을 봤을 때, 충분이 이런 생각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게 나중에는 '고백'도 독서모임으로 읽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극은 3장의 이야기로 꾸며졌고, 3장이 가장 재미있었다.


원지 : 마지막 3장 끝에 너무 의미심장하게 끝났다. 누군가가 부른다, 누굴 데려오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형 : 연극 연출에서는 그 누군가가 마리코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텍스트로만 보면 이건, 마리코가 경찰을 불러서 여기까지 오는 기분도 든다.

원지 : 맞아요. 그게 너무나 가능할 것 같은게, 마리코가 되게 정의로운 사람처럼 그려져서, 참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형 : 연극은 마리코가 만나러 가는 연출처럼 꾸몄다. 앞에서 갈 수 있고,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마지막을 그렇게 연결한 것 같다.

원지 : 맞아요. 그런데 뭔가, 마리코 너무 느낌이 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진짜 보는 사람마다, 누가 오는 건지 생각이 달라지는 거 같다.

주형 : 그런데 여기서 '보였다'고 하는데, 이게 착각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도 있으니까.

원지 : 근데 저는 여기서 공소시효 이야기를 했고, 공소시효가 멈추면서, '시간이 남았다.'고 하니까 정말로 경찰인가. 싶은거다.


항상 발제를 하고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양하게 삼천포로 빠지게 되지만 그게 너무 재미있다. 이것저것 이야기도 많이 하고.


책을 읽는다면 3장에서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2. 마지막 오봉 휴가 때 여자친구와 선생님을 찾을 예정인 사람은 오바일까, 다쓰야일까?

주형 : 이건 정말 개인적 호기심으로 선정한 주제다. 편지 끝에는 누가 보냈는지 발신인이 있는데, 2장 마지막에만 유일하게 없었다. 이게 누가 보냈다고 생각하는가?

원지 : 오바가 왔으면 훈훈물이고, 다쓰야가 온다면 스릴러.


주형 : 생각하지 못했던 인물이 갑자기 뜬금없이 편지에 튀어나오기도 해서 다쓰야가 올 수도 있을 거 같긴 한데, 말투를 보면 오바일 가능성도 높아서, 저는 오바라고 생각했다.

콜라 : 저는 전개로 보면 오바가 맞는 것 같은데, 이것도 일부러 작가님이 장난을 치신 것 같다.(웃음)그런 장치있잖아요. 자기만 정답을 알면서 독자 놀리려고 장치해 놓는 거, 그런 거 같아요.


주형 : 장치하니까 또 재미있는 장치가 뭐냐면. 책에서 편지 주고받는 순서에 따라 번호가 이어지는데, 마지막 편지는 7번이고 쓰여있어서, 마지막에 오바가 보낸 게 맞는데, 이 마지막 편지는 정말 누구일까?


원지 : 정황상 오바가 맞지만, 일부러 좀 더 혼선을 주려고 하신 거 같긴한데, 말투는 오바 같은데, 오바치곤 너무 편지가 짧아서... 또 내용이 요즘 우리 밈처럼 쓰는게 (^^^^^)이걸 여러개 붙인 느낌이 들어요. 사실 저는 너무 스릴러 쪽으로 가는거 같지만 약간 등골이 오싹했다. 평생 숨어 살았던 다쓰야가 갑자기 선생님을 찾아간다면 무섭다.


주형 :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


콜라 : 근데 다쓰야라고 할 경우 이 가능성도 있죠. 죄책감을 다 털어냈으니가 좀 후련한 마음이 아닐까.

원지 : 내가 왜 이런 생각으로 자꾸 발전했나 싶었는데, 최근에 드라나 모범택시를 봤더니...


주형 & 콜라 : 아, 이해했습니다. (웃음)


원지 : 조금 더 살을 붙여본다면 오바하고 리에하고 사귀었는데, 다쓰야가 리에를 좋아했고, 이시기에 다쓰야가 오바를 처치한 뒤 다쓰야가 오바인 척 편지를 쓴게 아닐까. 심지어 작품 속 다쓰야는 공장 현장에서 일하니까. 묻으면 그만이거든.(웃음)


콜라 : 일본 문학 보면 오봉(お盆: 우리나라 추석과 비슷한 일본 명절)이 항상 중요한 장치로 쓰이는 것 같다. 모든 게 다 화해되는 분위기, 해결되는 하나의 장치처럼. 듣기에 오봉때 귀신들이 승천하는 날이라서 오봉을 좀 중요한 장치처럼 쓰이는 것 같다.


또 다른 잡담이 나왔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서.


3. 준이치와 마리코의 편지 중에 후각을 통한 기억 연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콜라 : 가끔 피죤 냄새가 그렇다. 예전에 회사에서 월요일날 오면 너무 좋은 향이 나서, 물어보니까 피죤냄새라고했다. 그런데 그 뒤로 우연히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그게 연상이 된다. 또 뮤지컬을 봤는데, 남자 배우가 피우던 전자담배향이 레몬향이었는데, 지나가다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이거 그 냄새다.'하는 정도다.


원지 : 사실 냄새 때문에 기억이 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노래 같은 경우는 들으면 그때가 생각나는데, 냄새는 딱히 그러지 않았다.


콜라 : 아마도 이것도 특별한 추억이라고 장치를 해 놓은 거겠죠. 실은 좋은 기억과 얽혀있는 향이라면 그건 주로 음식이긴 하다.


원지 : 음식 냄새가 가장 원초적이라서 그런거 아닐까?

주형 : 원초적인 것도 있고, 음식 냄새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강렬한게 많은 거 같다.

콜라 : 그것도 그렇지만 맛있는 음식 먹는 것 자체가 즐거운 추억이 되니까, 기억에 남는거다.


우리는 이 책이 오해라는 소재로 쓰였다고 파악하여,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의 내용처럼 실제로 그렇게 오해를 푼다기 보다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이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전문가도, 학자도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일본문학이 가지는 특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콜라 : 반도 문화랑, 대륙문화 그리고 섬문화가 다르다. 같은 아시아이지만 너무 확연하게 다르다.

주형 :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신분 숨기고 그러면 못 알아본다는 사실이 저변에 깔려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지문 검사만 하면 바로 나온다.

원지 : 성(城)을 봐도 문화가 다르다. 내가 알기로는 일본 천황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우리는 조선 왕족이 다르고 고려 왕족이 다르지만, 일본은 단 한 번도 그 왕족이 바뀐 적이 없다고.

콜라 : 중국은 땅이 크니까 이제 좀 스케일이 가끔 바뀌어서 민족이 바뀔 때고 있고. (웃음)


원지 :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우리가 처음 만나서 왜 대체 1장의 주인공은 번잡스럽게 만나서 직설적으로 묻지 못한 이유가 혹시 일본 사람들은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표정)'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혼네는 심지어 가족들도 모른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는 왕따가 있고 일본은 이지메가 있는데, 일본 이지메는 배척의 의미가 많고, 우리나라 왕따는 힘의 과시라고 한다는 걸 보았다. 이것만 봐도 우리와 다른 문화라고 한다.

주형 : 아, 두 번째에도 그 배척당했던 그 얘기 있었다. 책에서도 사소한 오래로 약간 배척당했다에 가까운 내용으로 나온 거 보면 그런 문화가 확실히 엿보이는 것 같다.


혼네와 다테마메가 뭘까.


원지 :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얘기하는 게 가능한 것 같다. 남의 이름으로 편지를 쓴다는 건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고, 또 마지막 지아키로 연결되었을 때 지아키가 되게 후련해 하면서도 좋아한게 친구들의 속마음을 알고 났기 때문이 아닐까.

주형 : 칸이 쳐진 벌집 같은 느낌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듯한. 벌집 한 칸, 한 칸마다 문이 있느냐 없느냐 정도의. 그런데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모든 게 이해되는 것 같다.

원지 : 속된 말로 우리는 뒷담을 호박씨 간다고 하는데, 책의 주인공들도 그런 거를 생각해서 보냈던 게 아닐까.

주형 : 오늘 이렇게 얘기를 하다보니까, 정리가 된 것 같다. 처음에 나도 번거롭게 편지를 이렇게 다 쓴 이유가 뭘까 했는데.


일본 문화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다양한 책 주제가 나왔다. 용의자 X의 헌신이라든가, 화차라든가, 고백이라든가 등등. 우리는 어째서 내용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결코 싫지 않은 잡담들. 책이야기와 사담이 섞은 모임이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책의 내용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경로를 이탈했습니다'였지만, 종국에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로 끝나는 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