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활 속에서 발견한 행복의 비밀
북유럽 사람들의 일상은 몇 년 새 우리가 꿈꾸는 삶의 이상향이 되었다. 천혜의 자연환경, 최고의 복지, 일상 속의 여유와 행복,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은 조급함에 사로잡혀 ‘나중의 행복’만을 꿈꾸게 된 이들에게 동경 그 자체다. 인생의 속도가 그들에게만 느리게 흐르는 것도 아닌데, 남녀노소 모두가 일상의 행복을 찬찬히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유럽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은 ‘행복의 비밀’을 찾은 책들을 살펴보자.
출근길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던 어느 날, 불현듯 덴마크로 떠난 한 남자가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저자 오연호다. 100여 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는 한 회사의 대표이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행복 사회’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행복의 나라’로 손꼽히는 덴마크로 간 그는 사회의 실험적 공동체와 협동조합 등을 두루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 가치가 ‘개인의 만족과 자부심’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도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았고 이웃과 연대하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개인의 부와 성공을 행복의 척도로 여기지 않는 덴마크의 문화가 공동체의 행복을 낳은 것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모색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삶과 비교하여,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우리나라와 덴마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불과 40여 년 만에 두 나라는 ‘복지 국가’와 ‘불안 국가’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왜일까? <덴마크 사람들처럼>은 무엇이 이 두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가르고 있는지 설명한다. 매일 야근에 시달리며 ‘저녁에 있는 삶’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사람들. 덴마크에는 우리가 꿈꾸는 전형인 ‘휘게’가 있다. ‘휘게’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뜻하는 덴마크의 대표적인 단어.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가장 성공적으로 유지한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덴마크에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위해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휘게를 통해 가족 사랑을 국가 사랑으로 확대한다. 책은 덴마크 사람들이 습득한 ‘행복의 원리’ 열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충격과 충고로 다가오는 동시에 우리의 불안한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다가온다.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는 ‘행복의 나라’라는 인식 뒤에 있는 핀란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기도 한다. 높은 자살률과 심각한 왕따 문제, 지리적 특성으로 긴 겨울과 부족한 일조량이 가져오는 건강 문제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핀란드가 늘 ‘세계 행복지수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는 법적인 의학 부검 및 정신 부검을 통해 자살 방지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던 해와 비교해 40% 이상의 자살률을 감소시켰고, 핀란드의 사회복지 기관인 ‘켈라(Kela)’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복지 서비스로 핀란드의 모든 임산부에게 육아 필수품이 모두 들어 있는 패키지 ‘엄마 상자’를 제공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복지를 시작하는 것이다. 핀란드인 스스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고 생각하게 된 오늘날의 핀란드를 보다 구체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이 책은 다양한 사회 문제와 더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복지, 국민들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상세히 소개한다. 책 곳곳에 스며든 핀란드인의 삶 속에서 새로운 ‘행복의 기준’을 발견할 수 있다.
현지인의 일상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본 <me, too! FINLAND>도 굉장히 흥미롭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현지인과 결혼하여 반(半)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여자 김은정. 그녀는 사진작가인 남편 ‘티뮤 리헬라’와 함께 핀란드 현지의 12개의 가정을 인터뷰한 글과 사진을 모아 <me, too! FINLAND>를 출간했다. 동성 부부인 ‘수산나’와 ‘카트야’가 사는 법, 은퇴 후의 삶을 즐기는 ‘안넬리’ 할머니의 조언, 재혼에 성공한 항공 승무원 ‘민나’의 이야기, 유치원 교사인 ‘한나’가 말하는 핀란드의 육아 이야기까지. 현재의 삶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리얼한 핀란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쥐고 있는 행복의 열쇠를 대화 속에 풀어낸다. 12개의 인터뷰에는 인생의 속도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포착되어 있다.
취재 : 임인영(북DB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