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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02. 2017

"이제 인류는 기술‧문화적 진화로 나아갈 것"

[리처드 도킨스 북잼콘서트]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 인터파크 독자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1월 21일 서울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북파크 카오스홀에서 열린 ‘2017 신년특집 리처드 도킨스 북잼콘서트’. 300석의 객석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세계적 석학의 첫 한국 방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강연했다. 그는 우선 ‘인류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같은 주제는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질문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라는 명성을 입증하듯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고, 앞으로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칠 AI(인공지능) 같은 과학 기술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인류는 쉽게 멸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많은 종이 멸종했지만,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할 때 포유류가 살아남았던 특별한 ‘기술’ 덕분에 인류는 생존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류는 땅을 파고, 벙커를 만들고, 미래 식량을 비치해 생존을 모색할 겁니다.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또 유성의 궤도를 정확하게 탐지해 로켓을 쏜다든지 해서 소행성의 속도를 높이거나 낮춰 지구와 만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공룡의 멸종 같은 대재난은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만 100년이나 200년 만에 한 번씩 일어나는 덜 큰 재난은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마다 인류는 뛰어난 기술을 통해 살아남을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인류의 다음 단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인간의 뇌에 주목했다. 300만 년 동안 인간의 뇌는 계속 커져왔다.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굉장히 빠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는 앞으로도 계속 커질까? 결론은 인간의 뇌는 지금까지처럼 계속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전까지는 큰 뇌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에 자연선택에 의해 선호됐지만, 이제 생존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기 때문에 더 큰 뇌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리처드 도킨스는 새로운 인류, 즉 인류가 두 종류로 나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대답을 들려줬다. 실제로 대부분의 진화는 하나의 종이 두 종으로 분화하면서 결과적으로 수많은 종이 지구상에 생겨났다. 이렇게 종이 분화된 것은 지리적으로 분리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전 지구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가 나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다른 행성, 예를 들어 인류의 유전자가 화성 같은 행성으로 이동해 유전자 집단이 분리된다면 화성 인류가 새로운 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보다 작기 때문에 다리가 길고 가늘어지는 등 화성 환경에 맞는 신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날 강의에서 앞으로 인류의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보다 기술‧문화적인 진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인류는 유전자적인 변화보다 자동차, 비행기, 옷, 도구, 다리, 집 등 문화적인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기술은 생물학적 진화를 압도할 만큼 빠르고 정교해졌다. 기술의 발달은 로봇이 인류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을 정도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기술이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의 기능이 AI 같은 로봇 생산 기능만 가질 뿐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오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이나 앨런 머스크 등도 인간이 스스로 자기 파괴의 씨를 뿌리는 것은 아닌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술의 발전이 두려움을 주는 수준까지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끝을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마도 미래에는 로봇이 이런 강연장에서 실리콘과 탄소 기반 시대에 대해 논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의 미래에 미칠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비관적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수세기를 지나 돌이켜봤을 때 노예제 폐지, 여성 참정권 확대 등 역사의 바퀴는 옳은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인간인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진화론자다운 결론을 맺은 그는 아인슈타인의 경구를 들려주며 1시간여의 열띤 강연을 마쳤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리처드 도킨스 북잼콘서트] "이제 인류는 기술-문화적 진화로 나아갈 것"]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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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미회(북DB 객원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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