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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06. 2017

"호감을 얻고 싶다면 '비언어'에 집중하라"

아나운서 윤영미 작가 인터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윤영미 전 SBS 아나운서의 목소리에는 '반김성'이 묻어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다. 대면도 하지 않은 상대에게 목소리만으로 호감을 느꼈다.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나누었던 잠깐의 통화에서 윤영미 아나운서에 대한 기대와 호감치가 상승했음을 깨달았다. 이게 바로 그녀가 책에서 언급했던 '반김성 스킬'의 효과다.


윤영미 아나운서는 최근 32년간의 아나운서 경력을 바탕으로 '말하기 노하우'를 담은 책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2016, 어나더북)를 출간했다. '말하기'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단순히 막힘없이 말하는 것에 능숙한 '달변'의 방법을 담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보다는 내면의 진심을 표현하고 상대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언어, 비언어적 스킬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32년간 그녀가 일터와 생활 속에서 몸소 경험한 노하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언뜻 비슷해보여도 '말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의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1월 18일,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윤영미 아나운서를 만나 그 둘의 차이를 물었다. 내용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인터뷰에 응하는 그녀의 태도였다. 윤영미 아나운서의 모습은 책에서 강조했던 따뜻한 눈빛과 표정, 경청의 자세, 공감의 리액션 등 대화의 질을 높여주는 비언어적 스킬의 총체였다. 



"문자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 없애주고 싶다"

Q 32년 아나운서 경력을 바탕으로 작성한 '말하기 노하우'에 관한 책입니다. 지금 이 책을 출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출간 계기가 있었나요?

우연한 계기로 책을 만들게 됐어요. 지인들과 밥을 먹는 자리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연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 유명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거든요. "'이럴려고'가 아니라 '이러려고'다. 불필요한 리을 첨가다. '할려고'가 아니라 '하려고'다." 뭐 이런 얘기들을 하다가 자리에 있던 분들이 이해가 쉽게 된다고, 재밌다고 해서 이걸 책으로 만들자고 얘기가 된 거죠. (웃음)

책을 쓰기로 결정한 그날 저녁에 바로 제목까지 정했어요. 그 다음 날 편집장 출신의 친한 지인이 1인 출판 등록을 하고 편집자와 디자인 할 친구를 모아서 곧바로 기획에 들어갔죠. 모인 자리에서 목차 정리하고요. 표지를 확정하는 것에는 시간이 좀 들었어요. 요즘에는 SNS로 많은 것을 공유하다 보니 시각적인 부분이 중요해졌잖아요. 많은 후보를 두고 직접 사진도 찍어보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현재 표지로 결정을 했어요.


Q 제목이 굉장히 강렬해요. 책도 작고 아주 가볍고요. 휴대성을 고려하셨다고 했는데, 표지 디자인과 책의 형태에 많은 공을 들인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 책의 타깃층은 20-30대예요. 요즘에는 워낙 책을 잘 안 사고 잘 읽지 않는 시대니까 ‘읽는 책을 쓰자’는 것이 목적이었죠. 작은 핸드백에도 휴대하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책. 그래서 제목부터 캐주얼하고 친근감이 느껴졌으면 했죠. 책의 내용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옆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구어체를 활용해서 다정하면서도 친절하게 쓰려고 했어요. 책이 얇으니까 내용도 실용적인 내용 위주로 아주 간략하게 적었고요. 내용을 더 깊게 파고 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내용이 세분화되고 깊어지기 때문에 책도 무겁고 내용이 어려워지거든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초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어요.



Q 어느 때보다도 '말하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입니다. 그만큼 관련책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요.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는 여타의 말하기 관련책들과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나요?

저도 말하기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거든요. 관련 종사자다보니 웬만한 건 다 읽어봤어요. 말하기 책이 대부분 학술적이고 재미가 없죠. 좋은 책들은 많지만 일단 보기가 좀 어려워요. 제가 읽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분들은 어떻겠어요. 이해도 안 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이 책을 기획할 때 우리는 절대 그렇게 쓰지 말자고 했어요.

이 책을 디자인한 친구가 30대 초반인데, 그 친구에게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았어요. 이 내용 어렵니? 혹은 너무 올드하니? 문장, 예시, 말투까지 피드백을 받는대로 수정하거나 삭제하면서 신경을 썼죠. 글은 모두 제가 썼지만 사실상 그런 피드백을 통해 완성된 책이기 때문에 발행인, 디자이너, 편집자, 저까지 네 사람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계속해서 검증을 한 거니까. 나에게 쉬운 내용인데 그 친구들에게 어렵게 느껴진다고 하면 가차없이 삭제하고요. 무엇보다 '쉽게' 쓰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그렇게 많은 논의을 하고 수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Q 실생활에서부터 직장생활, 프레젠테이션 등 여러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말하기 실전 스킬을 담았다는 점이 이 책의 '필살기'처럼 느껴집니다. '말하기'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 책을 기획하실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스킬을 전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문자시대잖아요. 말에 대한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없애주고 싶은 게 첫 번째 목적이었어요. 두 번째로는 말을 잘하는 것만이 달변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요. 책에 비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많잖아요. 사람들은 달변이라고 하면 쉬지 않고 매끄럽게 이야기하는 것만을 달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말하기에 있어서 비언어적인 요소를 더 신경쓴다면 누구나 좋은 스피커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말하기는 자존감과도 연결이 되거든요. 자존감이라는 것이 흔히 말하는 스펙이나 외모로 완성되는 게 아니에요. 개개인 모두 소중한 인격체로서 갖춰야 되는 것인데, 이미 내가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난 조건들에 대해 열등감을 갖지는 말자는 거죠. 나 자신에게 당당해질 때 말하기에도 그게 표현돼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저 역시도 시골 출신에 특출난 외모도 아닌 제가 어쩌다 아나운서가 되어 주목을 받게 된 사람으로서 해줄 말이 있던 거죠. 저 역시 상당히 열등감에 시달렸던 사람이고 그로 인해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말을 잘한다는 것은 그런 배경이나 환경과는 크게 관계없어요. 오히려 자존감이 높고, 호감을 줄 수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에요. 그냥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 말이 누군가의 가슴을 울려서 그를 변화시키는 것. 그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인 거죠.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노하우를 담아서 전하고 싶었어요.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한 93% 영향력, 비언어적 요소에 있다"


Q '말 잘하는 것'과 '잘 말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말 잘하는 것'은 한마디로 '스킬'에 대한 것이죠. '잘 말한다는 것'은 언어적인 스킬을 포함하여 더 큰 영역을 말해요. 언어적 스킬을 기반으로 호감을 주는 것이에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을 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 비언어적인 것이 더 많이 차지하죠. 스피치 이론 중 하나인 ‘메라비언의 법칙’에서 말하듯이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데 있어서 말의 내용은 7%, 준언어(목소리의 크기, 억양, 빠르기 등)는 38%, 제스처, 몸동작, 걸음걸이 등 비언어적인 것이 55%를 차지해요. 정리하자면 언어적인 것은 7%, 그 나머지에 해당하는 93%는 말의 내용보다 비언어적 요소에서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거죠. 우리가 비언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비언어는 굉장히 복잡한 거예요. 제스처나 태도가 포함될 수 있기도 하지만 내면의 에너지나 심리적인 부분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어요. 사람의 의식이나 정신상태를 호수라고 비유했을 때, 말은 그 호수에서 흘러나와 수도꼭지를 타고 내려오는 물 정도로 비유할 수 있는 거죠. 흔히, 우리가 누군가와 계속 얘기하고 싶다고 느낄 때 그 사람이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해서 때문만은 아니잖아요. 말을 통해 그 사람의 진심어린 내면을 느꼈기 때문인 거죠. 그게 비언어적 요소예요. 물론 시선이나 제스처와 같은 요소도 중요해요. 이것 또한 비언어적 요소죠. 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스처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등 자세한 노하우를 적어둔 것도 그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에요. 


Q 언변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상대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훌륭한 화자는 훌륭한 청중이 만든다는 말도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는 '듣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에도 상당 부분 할애를 하셨습니다. ‘태도’의 중요성은 말하기와 어떤 연관이 있나요?

스피치에는 세 가지 큰 요건이 있어요. '진심', '경청', '리액션'. 그중 경청은 스피치의 1/3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 거예요. 사실상 말하기도 듣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요. 앞에서 호감과 말하기의 연관성을 이야기했는데 듣는 태도 역시 호감형 인간이 되기 위한 상당한 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봐요. 우리가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죠. '누가 호감을 얻지?'라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거죠. 잘 듣는 것에도 어떤 테크닉이 필요한 거고요. 

책에 잘 듣는 법에 대해서도 썼는데, 일단 자세가 그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하고 그의 얼굴을 바라봐야 하고요.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죠. 둘은 연결이 되어 있어요. 계속적인 공감도 중요하고요. 듣는 것에도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공감도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테크닉이 필요해요.


Q 책에 소개한 내용들에 대한 오류 검증에도 많은 시간이 들었겠네요.

그럼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다시 한번 공부를 한 거죠. 제가 완벽해서 이 책을 쓴 건 아니에요. 저도 '너무'라는 표현 굉장히 많이 쓰고 ‘되게’라는 표현도 많이 써요. (웃음) 그러니까 나를 포함해서 우리 그러지 말자고 쓴 거죠. 어쩌면 스스로 실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그걸 담고자 노력했던 거예요. 맞춤법이나 표준어에는 정답이 있지만 그 외에 이 책에 담은 말하기 노하우는 모두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온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저의 생각과 다를 수 있어요. 저는 이 책에서 '말하기는 자존감'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누군가는 그걸 아니라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책이란 건 자기 얘기를 쓰는 거니까요.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아나운서 윤영미 "호감을 얻고 싶다면 '비언어'에 집중하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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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임인영(붇DB 기자)

사진 : 임준형(러브모멘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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