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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01. 2017

"이젠 세상이 무대고, 무대가 세상이다"

시리즈 작가 인터뷰 김장훈

                           


"난 길을 걸었지 / 아주 멀리 떠나고 싶었어 / 그저 앞만 보면 좋은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아서 / 이제는 돌아가려 해도 다시 갈 수 없는 건 / 어느덧 나의 그 방황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야." - 김장훈 '노래만 불렀지' 노래 가사 중에서


씁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의 가수, 기부 천사, 독도 지킴이, 콘서트 무대를 날아다니는 엔터테이너… 사람들은 각기 다른 얼굴의 김장훈을 기억한다. 항간엔 그를 향한 매우 뚜렷한 호불호가 존재한다. 연예인, 혹은 사회인이 되는 것은 제 안의 가시를 숨기는 과정이라면 그에겐 아무것도 감추지 않으려 하는 '꼬장꼬장한' 배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장훈은 각종 사회적 이슈나 논란 속에 자주 등장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비추고, 매체가 그려 놓은 모습 뒤 인간 김장훈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나를 도발한다>는 각종 가십과 이슈 뒤에 숨은 김장훈의 인생을 재밌고 슬픈 영화처럼 펼쳐놓는다.


병원 담장 너머로 세상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어엿한 가수가 된 후 사회적 발언에 앞장서는 소셜테이너 김장훈의 모습까지. 너무 웃겨서 한 번, 너무 슬퍼서 또 한 번 눈물을 뺀다.


서울 강남역 근처 한 커피숍에서 김장훈을 만났다. 큰 키에, 굵은 곱슬머리, 날 선 눈매, 레이스 장식이 달린 검은색 의상을 입고 그가 나타났다. "책을 쓴 작가라면 시인 이상처럼 각혈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매특허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책 안에는 대여섯 명의 김장훈이 녹아 있어요"


Q 생애 첫 책을 내신 걸 축하드립니다. 이번 책은 어떻게 완성했나요?


이번 책은 박희연 작가와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했어요. 함께 대화를 나누고 박 작가가 그걸 정리하면, 작가다운 유려한 표현을 저다운 표현으로 바꿨어요. 저는 배움이 짧아서 이렇게 잘 정리하지 못하지만, 박희연이라는 작가가 있었기 때문에 중언부언하지 않고 잘 정리된 책을 만들 수 있었어요. 아마 우리 엄마보다 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한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웃음) 대필 작가 대신 아트라이터라는 명칭을 붙여주고 싶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필하는 사람의 지위에 대한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Q 책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세 명에게만 스페셜 땡스 메시지를 쓸 수 있다면 누구에게 보내고 싶으세요?


박희연 작가랑, 러스트라는 카페 주인이요. 책을 쓰는 데 편하도록 독방을 내주고 담배도 피울 수 있게 해줬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가 엄마인데. 이런 성질을 준 게 엄마니까요. 이 성질이 아니었다면 책이 안 나왔겠죠. 이 유전자가 아니었으면 세월호 단식도 안 했을 테고, 기부도 안 했을 테고, 박근혜 욕도 안 했겠죠.


Q 이번 책으로 받은 인세도 기부에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원래는 인세로 이동도서관을 하고 싶었어요. 책으로 번 돈은 책으로 기부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당시 한창 남수단 프로젝트 할 때라 평화 콘서트 등 여러 사업을 하는데 잘 보태서 썼죠.


Q <나를 도발한다>를 읽으며 슬프고 웃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책에는 대여섯 명의 인생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노래하는 김장훈, 투사 김장훈, 나눔 김장훈, 선한 김장훈, 못된 김장훈, 약한 김장훈… 너무 사건도 많고 하니까 처음에는 아예 소설로 쓸까도 생각했어요. 사실 정권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은데 사람들 입장에선 그 부분이 재미있었을 거예요. 그 부분을 많이 덜어냈어요. 첫 책이니 기본적으로 김장훈의 삶에 대해 집중하고 싶어서요.



"그냥 하늘을 나는 아저씬 줄 알았는데 다시 봤다는 팬의 말에 보람…"


Q 투사 김장훈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겐 실망이 컸겠네요.(웃음) 하지만 다른 김장훈의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노래만 불렀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와 같다면'이 김연우 노래인데 내가 리메이크 한 줄로 아는 사람도 있어요.('나와 같다면'은 김장훈이 1999년 4집 앨범에 발표한 노래다. 2011년 가수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이 곡을 리메이크해 화제가 됐다-기자 주) 김장훈의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저의 투쟁적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죠. 저는 여러 가지 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팬이에요"라고 하면 "어느 장르의 팬이세요?"라고 물어요.(웃음)


페이스북에 어떤 팬이 메시지를 남겼는데, 빨간 머리를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책을 보고 너무 많이 울고 많이 웃고 나서 나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무척 뿌듯했고 보람을 느꼈어요.


Q 책을 읽고 김장훈 씨 안에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요새는 음악 얘기보다, 세월호 얘기, 독도 얘기, 기부 얘기가 더 많이 나오지 않나요? 그럴 때 가수로서 이미지를 잃고 있다는 생각도 들 것 같아요.


무대에서 ‘기부 천사', ‘독도지킴이’로 소개될 때 씁쓸했어요. 그 전까지 제 닉네임은 다 공연과 관련된 것이었으니까요. 제가 죽어라 열심히 공연해서 얻은 훈장인데, 원하지 않은 이름을 얻고 열심히 얻은 훈장을 잃어버린 거죠. 양날의 검이죠. 어느 순간 ‘아, 이게 나한테 독으로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기부 천사라는 타이틀을 되게 싫어해요.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어요. 책에도 쓴 얘긴데, 무대도 세상이고 세상도 무대예요. 옛날에는 이분법적으로 무대와 세상을 나눴어요. 훌륭한 무대를 위해서는 내 영혼도 팔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전 옛날에 완전 광인이었어요. 노래하다가 잘 안 되면 담뱃불로 팔을 지졌어요. 때문에 요새도 반팔 티셔츠를 입지 않아요. 그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다시 그렇게 살라면 못 살 것 같아요.


Q 어린 시절 오랜 기간을 기관지 천식과 악성 빈혈로 병원 신세를 진 얘기가 나오는데요. 늘 무대 위에서 활동적이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셨기에 그런 과거가 있단 사실이 의외였어요. 그 경험 때문인지 무척 허무한 사고를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열한 살 때 교통사고 나서 하늘을 붕 날았는데 그때 이대로 인생 끝났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초등학생 때 그런 생각하기가 힘들잖아요. 제가 죽을 고비를 열 번 넘게 넘겼어요. 교통사고 나고, 공연하다 떨어지기도 하고요. 죽음의 문턱에 발을 몇 번씩 들였다가 나오면 그렇게 돼요. 


Q 어린 시절엔 본격적으로 바둑에 재능을 발견하셨고 프로기사의 꿈까지 꾸셨더라고요. 지난해 3월에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진행을 맡으셨던 것도 생각났어요.


제가 한국기원 홍보대사거든요. 유창혁 프로기사가 해설하니까 진행은 아마추어 5단도 할 수 있어요. 그때 개그 해설을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섰죠. 바둑을 아는 사람이 봐도 다섯 시간 두면 지루해요. 그래서 저는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말장난 하면서 진행을 했죠.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김장훈, "이젠 세상이 무대고, 무대가 세상이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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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주혜진(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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