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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08. 2017

"경제민주화 됐다면 최순실게이트가 있었겠나"

선대인 작가인터뷰

                   

[프리즘①] 선대인의 말, 말, 말


- "경제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문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경제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은 주가지수나 부동산 가격이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이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 "심지어는 경제신문을 볼수록 더 해롭다고 느껴질 정도거든요. 사람들을 충동질하는 선동적인 보도가 많아요. 읽는 사람이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면 위험하죠."


- "1년에 2~3% 성장하더라도, 그 과실이 상위 1%에게 몰리지 않고 대다수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면 살기 괜찮아요. 어떻게 하면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프리즘②] 5천만 '경제 호구'여, 돈의 흐름을 읽어라


▷ 선대인은 누구? : 삐딱하고 까칠하다. 재벌-정부-언론의 '구린' 이해관계를 지적하니 늘 삐딱하고, 편법과 반칙으로 시장경제가 오염되는 것을 못 참으니 늘 까칠하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99% 서민들을 위한 주거정보앱 '집코치'를 운영하는 (주)새로운생각의 대표이기도 하다.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의 빅픽처> 등의 책을 썼다. 저성장시대를 경고하며, '돈 놓고 돈 먹기'식 자본주의, 부동산 거품에 기대는 정부정책 등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저성장시대에도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경제전문가.


▷ 어떤 책을 냈나 : "더 이상 경제 호구로 살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다산북스/ 2017년)의 기획자 '소통테이너' 오종철은 책 서문을 위와 같은 문장으로 마쳤다. 돈, 돈, 돈, 어딜 가나 돈 얘기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돈이 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대박 한번 쳐보겠다고 소문만 따라갔다가 쪽박 찬 사람들도 부지기수. <선대인의 대한민국 경제학>은 '돈세상'에 살면서도 돈의 흐름은 읽을 줄 모르는 '경제 호구'들을 위한 기초교양서다. 현실경제의 흐름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열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 인터뷰 뒷이야기 :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선대인 소장이 언론 이야기를 할 때 기자의 귀가 쫑긋 섰다. 우리나라 경제신문들의 보도가 "볼수록 더 해롭다고 느껴질 정도"라는 이야기에는 왠지 모를 통쾌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했다. '경제민주화'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뒤로는 온갖 반칙으로 경제를 망쳐놓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선대인 소장의 비판도 명쾌하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주저 없이 나오는 '사이다' 발언에 속 시원한 기분을 느낀 것은 잠깐. 그의 말을 통해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아, 이놈의 나라 걱정 좀 안 하고 살 순 없나.

[프리즘③] 일문일답 들여다보기

Q '경제 호구 제로 프로젝트, 경호를 부탁해!' 시리즈 강의가 바탕이 된 책입니다. 강의 이름이 참 재미있는데요, 어떤 취지의 강의였는지 소개부터 해주시죠.


많은 분들이 경제를 어려워해요. 우리는 현실경제를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생활은 모든 게 경제 흐름의 영향을 받게 돼 있잖아요. 사람들은 경제를 알고 싶어하는데 경제는 너무 어렵기만 한 딜레마가 있는 거죠. 그런 분들한테 현실경제의 이슈들을 중심으로, 경제를 쉽게 이해하게 하는 책을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일종의 준비작업처럼 열두 번의 강의를 한 거예요. 강의를 통해 사람들이 뭘 궁금해하는지, 어떤 식으로 설명하면 더 쉬울지 실제로 알게 됐죠.


우리는 일자리도 불안한데 복지도 취약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크잖아요. 돈을 어떤 식으로든 불려야겠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경제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재테크 책에 나오는 대로 그냥 투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실패할 가능성이 높죠. 그 책의 내용이 나쁘지 않다 하더라도, 경제지식이 없으면 책의 내용을 오독해서 잘못된 투자를 할 수도 있거든요. 어떤 투자를 하더라도 경제에 대한 기본지식,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 있어야 해요.

Q 책은 금리부터 세계경제까지 열두 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금리를 맨 앞에 두신 것은 '경호'들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경제개념이 바로 금리라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왜 금리가 가장 중요한가요?


금리는 돈의 흐름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신호거든요. 금리는 돈의 값이잖아요. 경제가 활발한지 침체돼 있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죠. 예를 들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는 거죠. 그러면 전 세계의 돈들이 돈의 가치가 높은 쪽으로 옮겨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각 나라 돈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정해지는 거죠. 금리만 제대로 이해하더라도 경제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열쇠 하나를 쥐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금리, 환율, 주식, 부동산,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면서도 현실경제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책 내용을 꾸렸죠.

Q 마지막 12강 주제가 세계경제인데, 그에 앞서 11강에서 중국경제만 독립된 주제로 다뤘습니다. 그만큼 중국경제가 미국이나 일본, 유럽경제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축은 여전히 미국이 맞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의 교역대상 1위 국가예요. 전체 교역 중 4분의 1 정도가 중국과 사이에서 이뤄지거든요. 또 중국이 지금 조선, 해운, 철강, 반도체 등 과거 한국의 주력산업에서 약진이 두드러져요. 거꾸로 지금 한국의 신흥기업들을 보면 상당수가 중국의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거든요. 이런 측면만 보더라도 중국경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거죠.


미국은 전 세계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으로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한국의 실물경제를 좌우하는 건 중국경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사드(THAAD) 배치 문제 때문에 중국이 한한령(限韓令, 한류금지령)을 내리는 등, 중국에 소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잖아요. 그런 것들만 보더라도 중국경제가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체감할 수 있죠.

Q 중국경제에 대한 책 이야기 중에서, 경제성장률이나 GDP 등 한 나라의 경제를 읽는 여러 지표 가운데 "경제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는 일자리와 소득"이라는 부분이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 두 가지 지표가 중요한가요?

원래 경제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죠.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서 소비가 늘어나고, 늘어난 소비 덕분에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서 다시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로 가는 게 맞거든요. 그렇게 건강하면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진정한 의미의 경제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결국 경제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문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경제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은 주가지수나 부동산 가격이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이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Q 경제신문을 잘 읽고 싶다는 이유로 이 책에 관심을 보일 독자들도 아마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경제문제에 대한 정보를 언론 보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언론의 보도를 접할 때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주의해야 할 점이 하도 많아서…. 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경제신문 중에는 추천할 만한 신문이 없어요. 심지어는 경제신문을 볼수록 더 해롭다고 느껴질 정도거든요. 사람들을 충동질하는 선동적인 보도가 많아요. 읽는 사람이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면 위험하죠. 경제란 건 기본적으로,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경제주체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전제로 해요. 그럴 때 시장이 가장 원활하게 작동하죠. 그런데 (엉터리 정보 때문에) 그게 작동을 잘 안 하는 거죠.


경제신문들이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서 그래요. 독자들을 위한 정보를 만드는 게 아니라 광고주인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기초로 한 기사들을 쏟아내거든요. 기자들이 만나는 취재원들도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요. 부동산 기사를 보면, 전문가라고 나오는 사람들도 건설업체들이 돈을 댄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등장하고요. 주식 방송들도 자꾸 단타매매를 부추기고 가치가 아니라 가격에 투자하게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가격의 흐름은 누구라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광고주인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들을 제공하다 보니까, 노사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편향적이고 왜곡된 정보들을 전달하는 경우도 너무 많죠. 물론 경제신문에도 좋은 정보가 없진 않아요. 하지만 이해관계와 얽힌 보도가 너무 많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 없이 읽기에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Q 얼마 전 박근혜-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결국 기각됐습니다. 구속 여부가 사회적 논쟁거리가 됐을 때, 일부 경제신문에서는 역시나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런 관점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황당하죠.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부정부패가 없어야 되고요, 공정한 경쟁질서가 확립이 돼야 합니다. 말로는 시장원리를 강조한다는 신문들이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자본주의 기초에 역행하는 일들이 벌어지는데도 재벌 광고주의 눈치를 보면서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뒤집는 보도를 하는 거거든요. 삼성물산 합병 문제는 주주자본주의의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반(反)자본주의적 폭거입니다. 제대로 된 경제신문이면 그걸 비판해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심지어 그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정경유착까지 됐다는 거잖아요. 반칙, 편법, 부정부패야말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적이죠. 제대로 된 자본주의,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적이에요.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재벌개혁을 하려면 재벌 자체를 개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의 작업들이 같이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죠.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선대인 "경제민주화 됐다면 최순실게이트가 있었겠나"]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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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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