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있는 서점은 옛말이 됐다. 이제 서점에서는 커피, 음악, 휴식, 영화까지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오픈한 서점 ‘세렌북피티(Serenbookpity)’는 50종의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점이다.
서울 합정동 당인리발전소 인근 골목. 주택가를 따라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세렌북피티’는 비교적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매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단어 ‘세렌디피티(Serendipity)’와 북(Book)을 합쳐 ‘세렌북피티’라는 이름을 만들어냈다. 이름처럼 책을 통해 뜻밖의 행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이 공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세렌북피티’의 주인장 김세나 씨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만들던 편집자다. 좋은 책을 만드는 공급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종이책 소비 시장이 점차 축소됨에 따라 종이책의 위기를 몸소 느꼈던 것이 ‘세렌북피티’ 오픈의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세나 씨는 현재 1인 크리에이터 ‘BOOK쎄니’로 활동 중이다.
“점차 종이책 독자가 사라지고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사람들이 ‘읽기’ 행위 자체를 안 하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요. 그게 종이책이 아닐 뿐이죠.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 차고 넘치니까, 나는 그 책을 한 번 팔아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이들이 종이책을 읽고 결과적으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했죠. 그래야 결국 출판사가 살 수 있는 길이니까요. 출판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사는 독자가 늘어나야 하니까 그 독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 뭘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김세나 씨는 책을 소비하는 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이 서점에만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카페, 술집, 부동산, 마트 어디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여기 오시면 그걸 가장 많이 물어봐요. ‘여기 카페예요? 술집이에요? 서점이에요?’ 저는 카페도 맞고, 서점도 맞고, 술집도 맞다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부동산에 가서 재테크 관련 책을 본다면 어떨까요? 관심을 둔 분야의 책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겠죠. 세렌북피티에서 맥주를 파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커피와 맥주는 대중적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즐기는 것들이잖아요. 커피 때문에 와서 책을 살 수도 있고, 맥주 때문에 와서 책을 살 수도 있고요. 책에 대한 쉬운 접근이 궁극적으로는 출판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매장 한 켠에는 종류별로 다양한 맥주와 맥주잔이 진열되어 있고, 안쪽에는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책장으로 꾸며진 화장실 문은 세렌북피티의 최고 인기 ‘포토스팟’이다. 출판전문지에서 신간소개 기사를 썼던 경험을 살린 책 추천 역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소설, 인문서, 그림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신간들을 서점 곳곳에 배치해 눈을 즐겁게 한다.
“오픈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지만 단골 손님도 생겼어요. 한 번 방문했던 분들이 가족이나 지인들을 데리고 또 다시 방문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여기 봐. 여기 누워서 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이 책장이 화장실 문이야’라면서 공간 구석구석을 직접 소개하세요. 결국 손님들을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게 공간의 분위기와 재미 때문이라는 거죠. 곳곳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숨겨 놓았고 그 분위기에 취해서 책도 살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아서 기뻐요. 책을 놀이로 소비할 수 있는 것.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제 궁극적인 목표예요.”
책을 소비하는 방식의 확장을 위해 김세나 씨는 SNS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맞춤법 방송’을 하며 틈틈이 광고처럼 책을 소개한다거나, 책과 맥주를 함께 소개하기도 하고, 다양한 주제에 따른 ‘잡담 방송’을 실시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행사 역시 다양한 콘셉트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자유기고가 금정연과 정지돈 소설가의 문학잡담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고, 5월에는 노동공유프로젝트 읻다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낭독회, 영화 상영을 진행하기도 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를 잡아 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다. 김세나 씨는 서점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북토크를 다양하게 기획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운영 시간 및 휴무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200-1
운영 시간 평일(12:00~23:00) 주말(11:00~23:00) 연중무휴
전화번호 02-6352-0707
그 외 https://www.facebook.com/serenbookpity
▼ 세렌북피티 자세히 보기
▼ 세렌북피티 주인장 김세나 씨의 추천 책과 함께 즐기면 좋은 맥주들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이랑주 / 인플루엔셜 / 2016
“사랑에 빠지는 데 필요한 시간 3초. ‘왜?’라고 물으면 이유도 대지 못하면서 내 사람이었으면 하는 이가 있듯, 보는 순간 지름신이 강림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사고 싶게 만드는 비밀이 여기에!”
With ‘노홍철의 긍정신’
“사람이든 뭐든 긍정적인 것들은 ‘좋아 보이’니까. 그래서 긍정신과 지름신은 친구랍니다.”
<시의 문장들> 김이경 / 도서출판유유 / 2016
“시의 문장들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다면 펼쳐라. 삶의 비루함도 시가 되면 아름다워지나니.”
With ‘스톤 딜리셔스 IPA’
“얼마나 맛있길래 대놓고 '딜리셔스'하다고 할까. 알코올의 알딸딸함도 맥주가 되면 맛있어지나니.”
<가장 사소한 구원> 라종일, 김현진 / 알마 / 2015
"’가장 사소’하다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다. 현실이 녹록지 않은 30대 청춘과, 젊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는 70대 노교수가 주고 받은 편지. 저자는 이 편지를 연서(戀書)에 빗대었다.”
With ‘브루클린 소라치 에이스’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맥주.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면 맥주 주제에(?) 취한다. 그녀가 예뻐 보인다. 그가 멋져 보인다. 그래서 BOOK쎄니가 연인에게 늘 추천하는 맥주.”
글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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