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별한 날에 평소와 다른 옷을 입음으로써 그 날을 기념한다. 가령 결혼식 날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장례식 날엔 검은색 정장을 입는다. 책도 특별한 계기로 다른 옷을 입는다. 원판과 다른 표지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원판에 색다른 요소를 더함으로써 평소 그 책을 사랑한 독자들에겐 다른 각도에서 책을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스페셜 에디션이나 리커버판으로 거듭난 책들, 처음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 ‘비포 앤 애프터’를 짚어본다.
■ 김훈 <남한산성> - 문봉선 화백의 묵직한 묵향으로 거듭나다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이 지난 6월 5일 100쇄를 찍었다. 2007년 4월 출간된 지 10년 만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화가 문봉선 화백의 그림이 실린 <남한산성-100쇄 기념 아트 에디션>이 출간됐다. 초판 표지가 김선두 화백이 그린 땅 속에 뿌리를 튼 분홍색 봄꽃 그림이었다면, 100쇄 기념 아트 에디션의 표지는 묵직한 묵향이 서린 문봉선 화백의 그림이다. 문단과 화단을 대표하는 두 작가의 교감으로 소설 중간엔 27점의 그림이 수록됐고, 문봉선 화백의 영인본 3점도 함께 수록됐다. 101쇄부터는 문봉선 화백의 그림이 실린 개정 신판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 J.K. 롤링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아니 벌써? 스무 살 된 해리포터!
1997년 6월 26일 영국에서 출간돼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른 시리즈. 해리포터가 벌써 스무 살이다.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하우스 에디션’을 제작했다. 용감하고 대담한 자들을 위한 기숙사 ‘그리핀도르’, 진실하고 거짓이 없는 자들을 위한 기술사 ‘후플푸프’, 재간꾼들을 위한 기숙사 ‘슬리데린’, 지혜롭고 사려 깊은 자들을 위한 기숙사 ‘래번클로’ 등 네 가지 버전이다.
■ <문학동네 시인선> - 시 집에서 목련향이 난다
아름답고 섬세한 말이 담긴 시집이 목련꽃 옷을 입으니 더 향긋하고 애틋할 것만 같다. 문학동네시인선 중 3종(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다정한 호칭>)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업체 마리몬드와의 협업으로 새 옷을 입었다. 마리몬드는 매 시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여성들에게 고유의 꽃을 부여하는 프로젝트 ‘꽃할머니’를 진행 중이다. 2017년 봄‧여름 시즌엔 김복동 할머니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목련을 주제 패턴으로 선정했다. 역사적 슬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디자인이 시집과 만나 또 다른 치유와 아름다움의 차원으로 승화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 안타까운 죽음을 잊지 않기
세계를 감동시킨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기록 <숨결이 바람 될 때>. 지난 4월엔 20만 부 출간을 기념해 리커버 판이 출간됐다. 오리지널 한국판이 큼직한 영문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원서의 디자인을 대부분 가져왔다면, 리커버 판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잊을 수 없는 안타까운 죽음의 기억을 호출했다. 3년 전 꽃처럼 아름다운 생명들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어야 했던 세월호 사고를 연상시키는 노란색이 전면에 등장했다.
글 :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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