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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12. 2017

“멀티태스킹은 거짓, 현재에 살라” '구글X' 모 가댓

저자 모 가댓 인터뷰

아들을 갑작스런 의료사고로 떠나보낸 뒤, 아버지는 행복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실화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철학자나 종교인, 관련 연구자도 아니다. 공학자다.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연구조직인 구글X의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인 모 가댓이 그 아버지다. 최첨단을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는 그가 인류의 오랜 화두인 ‘행복‘에 주목하는 까닭은 뭘까.

지난 6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에서 만난 모 가댓의 티셔츠에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그루트’의 캐릭터가 박혀 있었다.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그에게선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자기 자신을 희생해 팀원들을 구해낸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루트처럼 불행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끌고 싶다는 소명감이 그를 아들이 죽은 지 17일 뒤부터 꼼짝 않고 4달 반 동안 <행복을 풀다>(한국경제신문사/2017년)를 쓰게 하고, 대륙을 넘어 대한민국에까지 오게 했나 보다. 1,000만 명에게 그가 정리한 행복 모델을 전하고 싶다는 모 가댓과 함께 행복방정식을 풀어봤다.

“불행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만한 주제”

Q 공학자와 행복론은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행복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을 다룬 책들을 읽었는데 대부분 영적이고, 무엇을 연습하거나 불행에서 달아나라고만 해서 저에게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와 달리 저는 행복을 이론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행복이라는 틀을 새롭게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떨 때 불행한지, 행복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불행을 느낄 때 어떤 방법으로 풀 수 있는지를 12년 동안 연구해 행복 모델을 개발했지요.

Q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최고급 롤스로이스 두 대를 한꺼번에 구입할 만큼 부를 쌓았는데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무엇이 당신을 불행으로 몰아넣었을까요?

제가 행복을 잘못된 곳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에 불행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저는 현대사회가 말하는 거짓된 진실을 믿고 있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행복이란 나중에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물건처럼 생각하죠. 마치 어떤 것을 성취해 성공하고 돈을 얻어야만, 혹은 휴가 때 어디 놀러가서 나한테 좋은 시간을 줄 때에나 행복해진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행복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고, 행복은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행했습니다.

Q 그런데 첨단사회에 필요한 제품들을 개발하는 구글X의 일과 행복은 별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둘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구글에서는 기계장치에 대해서 연구하는데요. 인간의 생물학적인 몸도 기계의 한 종류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발전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측량 가능한데, 불행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주제라고 봐요. 책에 쓴 것처럼 불행과 행복은 방정식(행복≥발생하는 사건들-기대들)으로 표현 가능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이 방정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면 불행이 왔을 때 언제든지 이 방정식을 적용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는 구글X에서 하는 일과 완벽히 똑같습니다. 구글X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일단 그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합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서도 불행이라는 문제가 많이 다루어지고 있고, 제가 이에 대해 새로운 해결책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것들 지울 때 일의 효율도 올라가”

Q 당신이 발견한 행복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행복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행복은 결코 밖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들처럼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에 나가서 받는 사회적 압력들 때문에 불행해지는 거죠.

저는 행복을 당신이 느끼는 평화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 있든지 당신이 평화로울 때 당신이 행복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행복을 느끼는 데 성공한 사람은 삶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지 그에 영향을 받아서 슬프거나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Q 그럼에도 아들을 갑자기 잃고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렸다는 부분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불행함은 다른 것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그냥 불행함 자체입니다. 당연히 아들, 알리를 잃었을 때 저는 너무도 큰 고통을 느꼈습니다. 상실감이 엄청 컸고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고통은 우리의 외부적인 요인이고,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고통을 느낄 때 우리 머리는 많은 생각을 만들어냅니다.

생각은 우리에게 부정적이고 해로운 영향을 끼치곤 해요. 예를 들어 저는 알리가 죽고 난 뒤, ‘내가 만약 다른 병원에 데려갔다면 어땠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어도 알리는 결코 이 세상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알리를 다시 볼 수는 없지만 21년 동안 그와 함께 하면서 우리 가족이 가졌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고, 이런 생각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저는 알리가 죽었을 때 슬퍼하는 대신에 제가 만든 행복모델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을 해도 여전히 알리는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없지만 지금 사는 이 세상은 알리가 떠났을 때의 세상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이 돼 있을 겁니다. 제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 또한 하늘에 있는 알리에게 영광을 돌리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Q 행복방정식으로 머릿속에 들어 있는 ‘6가지 환상에서 벗어나 7가지 맹점을 바로 잡고 5가지 진실을 좇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5가지 진실 중 ‘지금’과 관련해서 “한 번에 하나만 하라!”는 제안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현대는 멀티태스킹을 중시하는 시대 아닌가요?

멀티태스킹은 거짓입니다. 아무도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두 가지 일을 할 때 한 가지에서 다른 한 가지로 뛰어넘을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결국엔 둘 다 완벽하게 할 수 없습니다. 과학자들도 ‘뇌는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고요.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는 대신에 저를 성공적인 삶으로 이끌어낸 것 중 하나가 제 삶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그만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전화를 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페이스북 등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지 않음으로써 저는 각각의 운동에 맞춰 최대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제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습니다. 딸과 보내는 매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만지거나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온전히 딸과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합니다.

멀티태스킹으로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이 많다면 차라리 일의 수를 줄이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지워버릴 때 남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일의 능률이 올라갈 것입니다.



“삶은 비디오게임 같아...어려움은 실수 아닌 그렇게 설계된 것일 뿐”

Q 책에서 삶을 비디오 게임으로 비유하기도 하셨습니다. 삶과 게임에는 어떤 유사점이 있나요?

제 아들 알리가 살아있을 때 같이 비디오게임을 하면 우린 서로 게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최고 레벨에 도달하고, 빨리 그 게임을 마스터해버리길 원했던 사람입니다. 반면 알리는 게임에서 레벨업을 하기 전에 어려운 순간이 있으면 그 속으로 가서 그 어려움과 대응하기를 원했던 아이입니다. 한번은 알리와 게임을 하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얼른 레벨업 해서 이 게임을 빨리 끝내버리자”고 하자 알리는 말했습니다. “아빠, 누가 비디오 게임을 끝내기를 원해요?”

삶도 똑같습니다. 우리 삶의 끝까지 가면 우리는 죽을 것입니다. 알리에게 또 “너는 왜 이렇게 어려운 부분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니?”라고 묻자 알리는 “이런 어려운 부분을 통해서 어떤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삶도 비디오게임 같지 않을까요? 우리 삶에서 어려운 일을 겪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일을 통해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게임을 할 때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고 게임을 만든 사람을 찾아가서 불평을 하거나 게임을 그만두지는 않습니다. 그저 게임에서 어려움은 실수가 아니라 그렇게 설계된 것이라고 생각하죠. 이런 사실을 안 뒤 게임을 하면 불평불만 없이 우리는 더 열심히 게임을 하게 됩니다. 삶도 이러한 방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명의 부모로서 이 기사를 읽을 부모 독자들에게 부모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 할 일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자식은 내가 아니며,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양육할 때 나처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 한 명 한 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그들 자신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때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다음에 행복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가장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 자체는 현재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행복하기 때문에 그들의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끼고 더 발전하고 성장해 결국 성공할 수 있었던 겁니다. 성공만 바라보고 양육해 아이가 성공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틀린 것입니다. 반면 아이들이 행복하지만 성공하지 않다면 그 또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육의 목표는 아이가 성공과 동시에 행복을 누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이루는 게 중요하다는 걸 가르치기 위해 부모들이 먼저 성공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당신이 롤모델이 되어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들도 우리를 따라올 것입니다.


글 : 신정임(북DB 객원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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