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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r 02. 2016

당신이 아는 '섹시 BJ', 당신이 모르는 디바제시카

소문대로 재치가 넘치고 예뻤다.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의 ‘섹시 BJ(Broadcasting Jockey)’로 유명한 디바제시카를 만난 첫 느낌이다. ‘뇌섹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똑똑하고 예쁜 여자라는 느낌이 강했다. 잠깐의 만남에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당당하게 그것을 얻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콕 집어 도와주는 싹싹함이 보였다. 외국계 금융컨설팅 회사를 다니다 3년 전 영어교육 인터넷방송 BJ로 데뷔한 그녀, 혹자는 그녀에게 ‘가슴 내민 영어선생’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디바제시카가 BJ로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그녀가 직접 구성한 콘텐츠가 말해준다.

이번 책 <디바제시카의 미드나잇 잉글리시>도 그동안 방송한 교육 자료를 재구성해서 핵심만 넣었는데, 반응이 ‘핫’하다. 예능, 여행·문화, 교양·교육이라는 3가지 챕터로 나눠 미국 문화에 대해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번역의 즐거움은 이런 것! 우리 영화 볼까?’, ‘외국인 친구와 술 마실 때 이것만은 가르쳐줘’, ‘다리 꼬면 게이라고?! 꼭 알아야 할 미국 문화 TOP 10’, ‘회사에서 인정받는 영어는 따로 있다!’, ‘시사뉴스로 배우는 고급 영단어’ 등이다. “미국 문화와 영어 상식 속에서 조금씩 말문이 터질 것”이라는 재치·섹시·발랄한 디바제시카에게 영어교육와 인터넷방송,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원래는 직장생활을 하셨죠. 갑자기 인터넷방송 BJ로 전향한 계기가 있었나요?

회계금융 컨설팅 회사에서 2년 반쯤 일했어요. 직업을 바꾸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제가 제 자신을 정말 잘 알았거든요. 기껏해야 이직인데, 여러 가지를 생각했지만 내 길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와중에 인터넷방송을 만났는데, 저랑 정말 잘 맞는 거예요. 제 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Q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어요?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는 것도 걱정이고, 지금은 인터넷방송이 대세지만 그때만 해도 편견이 있었잖아요. 

딱히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인터넷방송이 무엇인지 잘 모르셨고, 외부에 얼굴이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으셨어요. 회사 분들은 처음에 잘 모르셨고, 다만 가깝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그런 거 왜 하니?” 하더라고요. 인터넷방송이라는 말 자체가 성인(?)스럽잖아요. 그런 시각에서 얘기한 것 같아요. 

Q 미국 문화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잘 알고 계신 것 같아 유학생활을 했는지 궁금했어요. 

살긴 살았어요. 어렸을 때는 가족이 미국에 있다 보니까 방학 때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지냈고, 2009년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는 5년간 쭉 살았어요. 어렸을 때는 그쪽 문화를 빨리 흡수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어요. 나이가 들고 새로운 문화를 만나게 되면서 차이를 느끼게 됐는데, 제가 좀 분석적인 성격이에요. 상황을 그대로 보지 않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왜 이럴까? 개인주의라서?’ 그런 생각들을 계속 하게 돼요. 사물을 볼 때도 남들과는 다르게 꼬집어 파내기도 하고요. 저는 세상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아요. 이것도 좋아하고 저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그게 1인 방송을 하는 데는 잘 맞는 것 같아요

Q 재미있게 가르친다는 것은 재미있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디바제시카는 어떻게 영어를 좋아하게 된 거에요?

제 생각엔 ‘동경’이예요. 미국 여자의 ‘금발에 파란 눈’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단순하게 보이는 이미지가 좋았어요. 제가 섹시하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데, 그 여자가 영어로 말하면 되게 멋있어 보이잖아요. 그런 ‘동경’에서 시작됐어요.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데 나는 금발에 파란 눈이 아니니까 영어부터 해보자 했죠. 특별한 공부는 없었어요. 어렸을 때는 남들처럼 학교에서 문법이나 독해 공부 똑같이 했어요. 다만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것은 선생님이 일어나서 영어를 읽어보라고 할 때가 너무 좋은 거예요. 내가 영어를 말하는 것처럼 읽는 것이 좋았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냥 읽기보다는 발음을 더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가슴 내민 영어선생’? 방송 안 보는 사람들이 그러면 속상해"

Q 처음에 인터넷방송을 시작할 때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시작할 때는 목표가 없었어요. 제가 가르치는 내용은 플랫폼이 새로울 뿐이지 영어선생님들이 제 방송을 보면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영어 자체를 가르치는 것은 똑같아요.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룸메이트 언니들이 미국 남자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그럼 저는 그냥 문자메시지만 써주는 게 아니라 “이럴 땐 이렇게 해줘야지” 하면서 상황을 넣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그것처럼 가르쳤어요.

그러다가 분위기가 좋아지다 보니까 요일별로 나눠서 구체적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고요. 영어만 하다 보니까 지겨워서 문화 이야기를 넣고, 문화 이야기를 넣다가 미국 유령의 집에 대한 내용, 그리고 또 다른 콘텐츠들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냥 꾸준히 새로운 것을 하다가 또 파생시키고 그래요. 오늘 방송 콘텐츠는 방송 30분 전에 나와요. 저는 굉장히 벼락치기 생이거든요. 미리 준비하면 욕심이 커져서 재미없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Q 방송을 하면서 가장 좋은 건 뭐예요?

별풍선(시청자가 구매해 BJ에게 선물할 수 있는 아이템) 받는 거? 하하. 별풍선 받는 게 재미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걸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게 좋아요. 방송을 하면 저도 무대에 올라가 있는 느낌이 들어요.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게 좋았어요.

Q 그런데 이번엔 책을 내셨잖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조금 더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방송해온 수많은 콘텐츠가 있으니까 책을 쓰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요.

Q 섹시 콘셉트에 대해 불편한 마음은 없어요?

섹시하다는 말을 좋아해요. 예쁘다고 하는 거잖아요. 전에 “한국 문화에선 좀 실례되는데 섹시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게 왜 실례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다른 문화에서 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섹시함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물론 제 방송을 보시지 않는 분들이 저를 ‘가슴 내민 영어선생님’으로 보는 건 속상하죠. 하지만 제 콘텐츠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괜찮아요. 그리고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아요. 더 자신 있는 게 있기 때문이에요.

Q 디바제시카만의 영어교육 철학이 있다면요?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기 전에 벌써 스트레스를 받아요. 근데 전 영어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걸 재미있게 풀어주고 싶었어요. 동기부여를 하는 거죠. 영어를 하고 싶게 만들고 싶었어요. 다들 미국 여행을 꿈꿔요. 돈만 있으면 가지만, 거기다 영어를 잘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고 즐길 수 있거든요. 그러면 “Why not?(왜 안 돼?)”이라는 거죠. 안 될 거 없으니 이왕이면 잘하자는 거죠

제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 영어선생님이 정말 예뻤어요. 그리고 영어를 너무 예쁘게 하니까 제 동경의 대상이 된 거예요. 저 여자 동경 잘해요. 하하. 똑같은 거예요. 나도 상대방에게 예쁜 선생님이 돼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고요.

Q 현실적으로는 영어 점수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시험 위주의 공부가 계속되고 있어요. 디바제시카 방송이 점수 올리는 데 도움이 될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제 방송은 토익 점수를 위한 방송은 아니에요. 토익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토익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을 다니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영어 점수가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는 영어 안에서 영어 점수는 작은 파트라고 생각해요. 필요한 사람은 배워야 해요.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취업준비생들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꿈꾸는 사람들이 진짜 많이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해볼까 하다가 끝내는 사람들도 많고요. 신년에 영어, 다이어트, 금연을 목표로 세우는데 내년에 또 하잖아요. 그런데 토익 공부를 하면서 영어를 배워가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그건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지만 제 영어 수업이 거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익명의 인터넷 공간, 어쩌면 누구나 평등한 아름다운 공간일 수도"

Q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와 현재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의 차이가 있다면요?

처음 방송 때는 흥미 위주의 방송이었어요. 야구에서 쓰는 영어, 연애할 때 쓰는 영어, 술 마실 때 쓰는 영어 등 일단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주제를 정했어요. 지금 3년이 지났거든요. 지금은 동사의 쓰임새, 숙어 등을 가르쳐요. 그래도 시청자가 절대 줄지 않아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저에 대한 믿음이 생긴 거거든요. 이제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이 ‘영단어 하루에 50개 외우기’예요. 하루에 영단어 50개를 외울 수 있게 도와주는 건데, 그걸 보고 방송을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든 단순한 영상인데 인기가 많더라고요.

Q 강의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외국 사이트를 찾아서 참고도 해요. 요즘엔 EBS 내용이나 영어책을 많이 참고해서 제 스타일로 바꿔요. 다만 머리로 배우는 영어가 아니라 입으로 익히는 영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오늘 배운 것 다 까먹어도 이 한 문장은 외우라’고 해요. 시청자에게 편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시청자들은 ‘이거 30일이면 끝나’, ‘이거 5분만 하면 돼’ 이런 걸 좋아해요. 영어교육도 방식에 있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주는 판매와 같다고 생각해요. 콘텐츠도 제가 제일 잘하는 것을 꺼내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을 꺼내는 거죠.

Q 인터뷰 내내 느낀 것이지만 디바제시카의 가장 강점은 자신감이라고 봐요.

남의 시선을 많이 받는 자리에 서 있잖아요. 제 장점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상대방의 기준 같은 것은 관심 가지지 않아요. 제가 평범하게 살았잖아요. 저에 대한 관심이 정말 좋았어요. 그게 악플이든 뭐든. 내가 뭐라고 악플을 달아요? 근데 악플 달아보셨어요? 저는 딱 한 번 달아봤는데 그건 질투였어요. 그런데 핸드폰 배경사진은 그 연예인이에요. 하하. 악플을 달았지만 질투했던 거죠. 제가 그런 마음이 있다 보니까 뭔가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결국 저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방송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으시죠?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어떤 사람들이 내 방송을 볼까? 그냥 심심한 사람들이겠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전에 팬모임을 하는데 장애인들이 많이 오는 거예요. 이 공간(인터넷방송)이 차별받지 않고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고요. 오는 데만 2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오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느낀 것이 되게 많아요. 어쩌면 익명의 공간이 누구나 평등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시청자들 중에 취업준비생들이 많아요. 제가 주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가진 것 안에서 나눠줄 수 있는 멘토가 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를 설립해서 BJ를 발굴하고 키우고 있어요. 그리고 편집 사무실에서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요. 또 별개로 이번 해에는 공포영화를 하나 찍을까 싶어요. 영화라고 하면 극장 가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3분이나 5분짜리 영화가 나오잖아요. 그런 단편 공포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제가 미스터리를 무지 좋아하고 연기라는 것도 해보고 싶고, 영상제작에 꿈이 있어서 지금 제작팀을 찾고 있어요. 하하.



취재: 김영은(북DB 객원기자)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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