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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pr 04. 2016

중매의 달인 이웅진 "결혼은 유리상자 안고 사는 것"



꽃피는 봄, 바야흐로 청첩장의 계절이 왔다. ’나도 결혼하고 싶다’라고 부럽다가도 ’정말 결혼해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 청첩장을 손에 들고 결혼을 고민해보지만, 딱히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결혼과 관련한 온갖 조언과 경험담에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나, 결혼할 수 있을까? 


'해도 지옥 안 해도 지옥’인 결혼을 고민하는 남녀 3만여 명을 결혼시킨 중매의 달인이 있다. 결혼 성공률 1위, 25년 경력의 커플매니저,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다. 비혼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결혼은 선택이 된 지 오래되었고 결혼과 관련한 문화도 전과는 달라졌다. 최근 신간 <결혼을 부탁해>를 펴낸 이웅진 대표는 ’돈 없으면 결혼 못하는 현실’을 씁쓸해 하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냐며 25년 경험과 추억을 공개했다. 결혼 전문가의 생생한 결혼 이야기와 함께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을 찾는 비결을 들려준다니 귀를 쫑긋 세워보자.


Q ’결혼정보회사’라는 중매서비스를 우리나라에 처음 만드셨어요.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90년대에 책을 빌려주는 일을 했어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회원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서비스였죠. 회원이 몇 천 명 됐는데, 그 때도 이벤트 기질이 있어서 회원 대상으로 다양한 모임이나 행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모임에서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거기서 착안을 해서 중매 서비스를 생각했고, 그 회원들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남녀가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임만 해도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았죠.

제 결혼 성공률이 70%거든요. 굉장히 높은 확률인데, 그래도 30%는 안 된 거잖아요. 옛말에도 ’잘 되면 술 석잔, 잘 못되면 뺨 석대’라고 하는데, 뺨 석대의 아픔이 있죠. 오랫동안 제게 기대를 하신 분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그래도 저는 중매는 인간사에 정말 필요한 일이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중매는 ’잘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상대를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중매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는 거예요. 그리고 마음에 맞는 상대를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하는 거죠. 나를 좋아할 사람,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알고 그 범위 안에서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면 돼요. 결국 좋은 사람, 착하고 따뜻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결혼을 비교적 쉽게 또 잘 해요. 그런 분은 저도 자신 있게 소개를 할 수 있거든요. 반대로 이기적이고 상대를 배려할 줄 모르면 소개할 때 자신이 없죠. 소개하는 사람이 확신을 갖고 소개하면 성사될 확률이 높아요.



"뺨 석 대의 아픔... 그래도 중매는 인간사에 정말 필요한 일"

Q 그런 노하우에서 결혼에 관한 알고리즘을 정리하신 건가요? 결혼에 관한 알고리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요.

모든 사람들은 이성을 만날 때 자기 삶의 영향권 안에서 만나요. 나쁜 말로 하면 조건이고 스펙인데, 결국 그 안에서 만나는 거죠. 십만 명이상 만나보니까 조건들이 분류가 되더라고요. 서열화되는 학벌이나 연봉, 직업이 있고, 또 종교나 취미도 기준이 되죠. 그런 기준 안에서 이성을 만나면 성사될 확률이 높아요. 알고리즘에 따라 매칭을 한다고 다 성사되는 건 아니지만 취미나 라이프스타일이 잘 맞으면 좋은 커플이 될 수 있죠.

Q 책에 자기 이상형을 고집하다가 결국 기회를 놓치는 남자 이야기가 나와요. 이상형이 확실할수록 중매하기 더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어요. 이상형이 확실한 게 좋은 것 아닌가요?

이상형이라는 건 어쩌면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어요. 만나봐서 좋은 사람이 이상형이거든요. 특정 직업이나 외모를 이상형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주입된 것일지도 몰라요. 이상형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잘 통하고 좋을 수 있거든요. 기준에 안 맞는다고 아예 만나보지도 않으면 좋은 사람을 놓칠 수 있죠. 미리 이상형을 갖지 말고 많이 만나봐야 해요. 또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건 삶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기도 하고요.

Q 자녀 결혼에 굉장히 깊이 관여하는 부모님이 많아 보여요. 결혼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부모님이 관여하는 게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나요?

앞으로 부모가 관여하는 게 더 심해질 거라고 봐요. 소가족제도가 되면서 부모의 관심이 아주 커졌어요. 자녀가 많지 않으니까 자녀 결혼에 더 집착하게 되죠. 좋은 점도 있어요. 부모님만큼 자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자신과 잘 맞는 상대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요. 또 결혼할 때 어려움이 생기면 부모님 도움으로 잘 이겨내기도 하고요. 물론 반대되는 효과도 있죠. 부모님의 관여가 과도해지면 부담스럽죠. 그런 부담 때문에 상대를 놓치고 결혼에서 아예 멀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Q 요즘은 결혼을 선택으로 여기고 결혼을 하지 않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결혼은 지옥이고 인생의 무덤이라고 얘기하는데, 오히려 결혼 안 하고 살면 나중에 지옥이 될 수가 있어요. 꼭 결혼이 아니라 동거도 좋아요. 누군가를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결혼제도에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는다면 더 힘들 수 있거든요. 요즘에 비혼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은데 걱정이 되죠. 나이 들어서 혼자가 되면 비참한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아픈데 옆에 아무도 없으면 더 그렇죠.

결혼상대를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있잖아요. 나이가 들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없어요. 흔히 결혼은 ’해도 지옥, 안 해도 지옥’이라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하는 게 낫다는 거죠. 결혼할 수 있는 시기에 결혼해보고 나중에 비혼을 선택해도 되잖아요.(웃음)



"중매는 신념과 철학 있어야... 마케팅 논리만으로 못 해"

Q 비혼이 느는 것처럼 결혼과 관련한 문화도 바뀌고 있어요. 그런 변화를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느끼실 것 같아요. 25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나요?

결혼문화의 변화는 주거문화, 아파트에 있어요. 산업화 이루어지면서 대가족이 깨지고 분가를 하죠. 그럼 전세값이 필요해지고 결혼 비용 자체도 올라가죠. 저출산 문제도 그에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하고요. 전에는 남자가 혼자 벌어서 먹고살았는데 지금은 맞벌이를 해야만 결혼생활이 유지돼요. 막말로 전에는 정화수 떠놓고 결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돈이 없으면 결혼 못하죠.

그거 하나예요. 그런데 연쇄적으로 다른 것도 다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여성 외모를 우선순위로 여겼던 남성회원들이 지금은 맞벌이 할 수 있는 여성을 원해요. 여성도 바뀌었어요. 전에는 명예로운 직업과 권위 있는 집안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경제적인 능력, 건실하고 생활력 있는 사람을 원해요.

Q 25년 동안 3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 결혼을 성사시키는 엄청난 일을 하셨는데요, 25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자본금 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아는 분 사무실 빌려서 고물상에서 산 책상 두 개, 전화 하나 놓은 게 다예요. 어렵게 시작해서 우여곡절 겪었지만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처음엔 회원이 없으니까, 커플매니저들이 영업을 했어요. 그 때문에 회원들 불만도 있었고 직원들도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 문제들을 지금까지 해결해온 거예요.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결혼정보회사들이 있어요. 그런 회사들은 영업이나 마케팅을 잘 해서 업계 1위도 하죠. 그런데 회원 부모님들 얼굴을 보면 마구잡이 영업은 못하겠더라고요. 신념을 갖고 건강하게 이 사업을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을 숙명처럼 여기게 됐죠.

요즘 한국 결혼정보회사들 보면 사기 같아요. 중매하는 일은 신념과 철학이 있어야지, 마케팅 논리만으로는 할 수 없거든요. 그런 곳은 아마 곪아터진 문제들 많을 거예요. 회원 가입비로 광고하고, 회원들은 광고만 보고 가입하고, 그러다 보면 더 많이 가입을 시키기 위해서 잘못된 마케팅을 하게 돼요. 중매는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하는데, 그런 것 보면 안타깝죠. 25년 동안 중매라는 개념을 정리해왔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죠.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결혼학 강좌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행복한 결혼생활, 좋은 상대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Q 25년 동안 결혼 전문가로 매진해오셨는데요, 힘들 때마다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도움이 되거나 영향을 준 책이 있나요?

<대망>이라는 책이 있어요.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야기예요. 아버지가 읽던 책인데, 아버지가 책에 나오는 내용을 써주신 적이 있어요. 책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물려주신 거죠. 그 문구는 지금도 외워요. "인간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두르면 안 된다.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 분노는 적이라 생각하라."

이게 제 삶의 모토가 됐어요.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인생의 대업을 천천히, 마지막에 이루거든요.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갖고 한 발씩 천천히 사업을 이끌 수 있는 기반이 됐죠. 결혼정보회사가 벤처기업인데, 벤처라는 게 아이디어만 가지고 하는 한탕주의가 아니거든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생명체처럼 진화시켜서 마지막에 성취를 이뤄야 해요. 그런 가치관을 갖고 사업을 장기전으로 끌어갈 수 있는 힘을 대망이라는 책에서 얻었어요.

Q 누구에게나 결혼은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잖아요. 마지막으로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거울을 5분씩 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또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알아야 해요. 그게 첫 번째 단계에요. 그러고 나서 적극적으로 이성을 많이 만나보고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결혼했으면 결혼생활도 성실하게 해야죠. 결혼이 유토피아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유리상자를 안고 사는 거라고 생각해야 돼요. 깨지기 쉽거든요. 누구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그런 환상을 깰 필요가 있어서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인 얘기를 하기도 하죠. 제 책 <결혼을 부탁해>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고 결혼하는지, 또 결혼 생활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취재: 정윤영(북DB 객원기자)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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