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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r 31. 2016

배우 아닌 엄마 '소유진'의 이름으로 쓴 책



난 이혼하고 나서 마음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MRI 기계가 뭐가 무서워요? 사람이 무섭지. 그 중에 제일 무서운 게 자식이에요.

방영 중인 KBS 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 이혼하고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안미정 대리는 MRI 검사를 하면서 어떻게 잘 수 있냐고 놀리는 이상태(안재욱 분) 팀장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동감할 "자식이 제일 무섭다"는 대사를 안미정 역을 맡은 배우 소유진은 정말로 아이 셋을 키우는 싱글맘처럼 말한다. 대사가 진짜처럼 들리는 까닭은 그녀가 진짜 엄마이기 때문일 게다.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에서 소유진"엄마가 되고 엄마 역할을 하니 몰입도가 확실히 다르다. 작가의 의도가 잘 보인다"고 전했다.

엄마가 되어 연기에 복귀한 소유진이 엄마의 이름으로 책을 냈다. 초보맘들이 한 번씩 좌절한다는 이유식 책이다. 소유진은 "요리는 할 줄 모르지만 내 아이 이유식만은 꼭 직접 해주고 싶은 엄마들을 위해" <소유진의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이유식>을 썼다고 밝혔다. "아이가 아~ 하고 벌린 조그마한 입으로 숟가락이 쏙 들어갔다가 빈 숟가락으로 말끔히 나올 때의 짜릿함"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은 소유진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소유진의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이유식>은 이유식 관련 정보를 전하는 책이지만 소유진이라는 한 인물이 가까이 다가오는 산문집의 성격도 띤다.곳곳에 담긴 그녀의 에세이 덕분이다. 그녀가 연예인이 된 경위도 "우연히 본 뉴스 때문에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다"는 말로 살짝 내비친다. 도대체 어떤 뉴스였는지 물었다.

"수능을 하루 앞둔 날의 뉴스였어요. 교실에서 똑같이 머리 숙여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위로 수학능력시험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자막이 깔리면서 아나운서가 말을 하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제가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아, 저것이 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인가. 무엇을 위해 저렇게 책상 앞에 고개 숙이고 시험을 맞이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예고로 진학했어요. 뭔가 더 재미있고 특별한 고등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해서 택했던 건데 결국 고3 때 저도 책상 앞에 머리 숙여 공부하고 수능을 봤죠."

그렇게 연극영화과로 진학해 연기자가 된 그녀가 어떻게 책을 냈을까. ’막연하게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에 그 과정이 설명돼 있다.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면 꼭 그와 관련된 책을 쓰는 계획을 짜면서 상상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여행을 가면 여행 에세이를, 꽃꽂이를 배울 때면 꽃 에피소드 책을, 와인을 공부할 때면 와인과 그녀의 이야기 책을 쓰고 싶었단다. 상상이 현실이 된 첫 책이 바로 이유식 책인 셈이다.

바탕에는 요리와 가까웠던 그녀의 삶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그녀 친구의 생일 파티를 직접 음식을 해서 열어줄 정도로 요리 솜씨가 좋았다.

"엄마가 주방에 계시면 쪼르르 달려가서 음식 만드는 걸 구경하고 간 보고 옆에서 조금씩 따라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커서도 요리하는 걸 좋아했지요. 남편을 만나서 연애할 때도 계속 요리 얘기, 먹는 얘기를 하고 맛집 찾아다니다가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



"이유식은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엄마의 첫 선물"

그녀는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결혼에 골인한 사연도 들려줬다. 남편의 후광으로 책을 냈다는 세상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시선을 감내하는 법으로 그녀는 책의 내용을 알차게 채우는 방식을 택했다. 재료 손질과 보관법, 효능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전문가들에게 영양과 의학 감수도 받았다.

책에는 어렵게 임신했던 첫째 용희가 태어나자마자 몸이 약해 입원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아픈 아이를 지켜만 봐야 했던 엄마 소유진의 "아이가 잘 먹고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뭐라도 해 먹일 수 있을 것 같아 하루빨리 이유식을 시작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렇게 기다렸던 이유식이었기에 레시피 연구나 식단 짜기에도 심혈을 기울여서 책으로까지 나올 수 있었다.

이유식은 밤잠 제대로 못 자면서 백일 동안 고생한 엄마들이 ’백일의 기적’에 기뻐하기 무섭게 다가오는 큰 산이다. 인터넷 엄마 카페들을 보면 관련 질문과 하소연들이 줄을 잇는다. 엄마들이 왜 이리 이유식을 힘들어하는지에 대해 그녀가 나름의 진단을 했다.

"보통 엄마들이 이유식을 완벽하게 해야 된다는 마음의 부담과 함께 너무 적은 양을 조리하는 것이 낯설어서 이유식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소유진만의 이유식의 산 넘기 노하우도 전했다.

"저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놨는데 아이가 고개를 돌리며 안 먹을 때는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럴 때일수록 ’아기를 키우면 이보다 훨씬 힘든 일이 많을 거야. 참자 참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이겨냈어요. 지나고 보니 이유식 안 먹는다고 고개 돌리는 건 말썽 축에도 끼지 않더라고요."

그녀는 책에 ’엄마가 되어서 깨달은 행복’을 고백하고 있다.

"평화롭게 움직이는 구름, 예쁘게 핀 꽃, 지나가는 자동차, 바쁜 사람들, 건물의 간판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사소한 일상이 소중한 추억이 되는 순간."

요리하는 순간도 그 행복의 순간에 들어간다.

"저희 집은 워낙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서 용희도 하루의 반 이상을 주방에서 놀아요. 엄마가 아이 먹을 것을 직접 만들고, 또 아이는 그것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정서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먹고 싶은 것을 정하고 같이 만들고 함께 먹는 이 순간이 나와 용희가 한층 더 깊어지는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는 답니다."

그 기쁨을 알기에 이 책을 보면서 이유식의 세계로 들어설 엄마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유식은 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엄마의 첫 선물인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아이와 예쁜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즐거운 이유식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세상의 모든 엄마를 응원합니다!"

요즘 드라마 촬영에 바쁜 소유진은 자신이 쓴 책을 보면서 둘째 딸의 이유식을 짬짬이 만들고 있다.

 
취재: 신정임(북DB 객원기자) 

사진: 도서출판 길벗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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