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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pr 29. 2016

인문학자 진중권 "알파고가 주체적 결정? 레토릭일 뿐"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특강 중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카오스재단과 인터파크의 공동기획으로 4월 15일 개최된 과학특강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뇌과학, 미학’은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와 인문학자 진중권 교수의 특강과 관객들의 다채로운 질문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다중적 탐색이 가능했던 시간이었다. 이미 2009년과 2012년, 미학과 과학의 시선으로 21세기 한국을 조망했던 책 ’크로스’ 시리즈의 공저자로 만난 두 사람은 이번 강연에서 역시 각각의 학문적 탐색을 통한 흥미로운 화두를 던지며 인공지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정재승 KAIST 교수가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기계의 인간화’를 화두로 인공지능을 탐색했다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인간의 기계화’를 화두로 인공지능을 탐색하며 인공지능의 현주소와 ’인공지능 시대’가 될 미래의 공통적 화두, 그에 따른 갖가지 사회 현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특히 진중권 교수는 최근 화제가 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에 대해, 알파고는 ’주체적 의사결정’을 가진 인공지능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로봇사회가 초래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재승 교수와는 다른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강을 마친 진중권 교수를 만나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과학과 인문학이 융합되는 시대... 과학자도 철학 공부한다"

Q 인공지능에 대한 미학적, 물리학적 관점의 해설이 흥미로웠습니다. 오늘 강연, 어떠셨나요?

정재승 교수님 만나면 난 참 좋은 게, 최근 연구의 성과들을 아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논점을 참 명확하게 잘 잡잖아요. 이분이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학 커뮤니케이터예요. 아주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죠. 늘 이분에게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고서 내가 몇 마디 하는 그거 가지고 정 교수는 투덜거리는 거죠.(웃음) 저는 인문학을 하고 이분은 뇌과학을 연구하시는데 그게 또 매치가 돼요. 예전에는 이 두 분야를 따로 봤지만 최근에는 기계도 인간을 닮고 있고, 뇌과학을 하시는 분들 역시 철학 공부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크로스가 되는 거죠. 아마 오늘도 정재승 교수님이 그것 때문에 저를 부르셨을 거예요.

Q 정재승 교수님은 ’기계의 인간화’에 대한 이야기를, 교수님께서는 ’인간의 기계화’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오늘날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공지능 연구를 옛날에는 ’사이버네틱스’ 인공두뇌학이라고 했어요. 최근 경험주의적 학습으로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 터닝하게 됐죠.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현실적인 견해를 갖게 됐고요. 이 기술이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되는 상황이죠. 그게 화두겠죠, 아마.

Q 정재승 교수님께서는 강연 중에, 인공지능을 잘 다루는 사람이 못 다루는 사람을 지배하는 ’기술 계급사회’에 대한 우려를 표하시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그렇죠. 프로그래밍 하는 사람들하고 프로그래밍 당하는 사람들하고 나눠질 것이라고 이미 20년 전에 이야기했어요. 이른바 ’정보 격차’라고 하잖아요. 그것이 인공지능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거죠. 그런데 그건 새로운 현상이 아니에요. 우리가 왜 공부해요? 그때는 미디어가 텍스트였거든요. 문자 메모리코드를 장악하는 사람이 지식을 갖고, 지식을 갖는 사람이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해서 권력을 갖는 거잖아요. 늘 그래왔어요. 문자시대 때는 문자를 잘 다루는 사람, 지금은 국영수 잘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듯이 이제 미래는 정보적 버전인 거죠. 늘 있던 현상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인공지능의 현상으로 반복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봐요.

Q 정재승 교수님이 강연 중 ’인공지능 강화이론’에 대한 예를 들면서 반복학습을 통해 사고력을 가질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인공지능의 가능성, 어디까지 보시나요?

과학의 발달에 가능성을 둔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옛날에 빌 게이츠가 그랬잖아요. PC에 필요한 용량은 245KB 정도 된다고.(웃음) 지금 들으면 웃기잖아요. (과학기술에) 한계는 없다고 봐요.

Q 정재승 교수님은 알파고 대전의 결과가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기계의 주체적인 의사결정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진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주체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좀 그래요. 알파고가 놀라웠던 건 뭐냐면, ’새로운 수를 찾아내는 건 기계가 못한다’라고 생각한 것을 해낸 거잖아요. 그거 때문에 ’주체적 의사결정’이라고 판단하는 건데, 그 말을 들으면 마치 알파고가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잖아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알파고는 자의식이 없죠.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은 일종의 ’레토릭’이고 실제로는 어떤 알고리즘에 따라서 행동을 한 거겠죠.

Q 정재승 교수님은 로봇사회가 초래될 경우, 로봇에게 소비를 시키거나 인간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방법을 이야기하시면서 실질적 대안 중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에 대한 진중권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자본주의 시대의 공황상태가 바로 그거거든요. 공장에 물건을 신나게 쌓아 놨는데, 사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나중에 생산된 물건을 바다에 갖다 버리고 그러잖아요. 옛날에는 한 번에 확 망했다면, 이제는 만성적인 상태라 계속 가는 거죠. 실제로 기본소득제는 이미 (해외에서) 시작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시할 경우 가진 사람들은 반대할 거 아니에요. 결국은 사회적 문제고 정치적 문제라고 봐요.

Q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위기를 느끼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을 키우고자 또 다른 차원의 자기계발로 이어지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 같습니다. 이런 세태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자기계발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미래에는 이런 기능이 각광받을 테니까 기능사 자격증을 따야 해’ 이런 것들이 주로 자기계발이잖아요. 미래에 요구되는 것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게 아닐 거라는 거죠. 이런 식으로는 오히려 도태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 때 전공 수업 대신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거든요. 서예죠. 그런데 그게 ’내가 나중에 애플사를 차릴 건데, 그때는 폰트가 중요해지겠지? 그때를 위해서 이걸 배워야지’ 이런 마음으로 배운 게 아니잖아요. 그것처럼 자기계발에 목적의식을 가지면 몰락하게 돼요. 좀 더 여유 있게 놀아야 한다고 해야 하나? 육체적, 정신적인 유희를 하는 사람들, 아직 없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봐요.

 

20대 총선 결과로 떠들썩했던 인터뷰 당일(4월 15일), 진중권 교수에게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Q 인터뷰를 끝내기 전에 이 질문을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 총선 결과 어떻게 보셨나요? 

예상하지 못했죠. 더불어민주당이 한 110석 정도 얻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여론조사하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았는데, 그래도 새누리당이 이길 줄 알았어요. (야권) 당이 갈라져 있었기 때문에. 다만 새누리당이 그리 크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은 안 했죠. 그런데 (야권이) 크게 이겼더라고요. 유권자들이 전략적 투표를 한 것 같아요. 

Q 이번 결과에 2030세대 젊은 유권자들의 어떤 열망이 담겨 있다고 보시나요? 

그동안 흙수저 이야기가 나오고, 이른바 꼰대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니들이 투표 안 하니까 이러지"라고 (해서, 젊은이들이) 욕 많이 먹었잖아요. 그런데 제가 투표소를 잘못 알아서 두 군데를 갔어요. 그런데 두 군데 다 젊은이들이 많더라고요. 대선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거든요. (젊은 세대가) 굉장히 투표 참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그게 상황을 바꾼 것 같고, 오히려 노인들이 많이 없더라고요. 새누리당이 하도 못하니까 이분들이 아예 투표를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심했던 것 같아요. (야권이) 갈라졌고 언론에서도 다 새누리당이 160~170석 얻을 거라고 예상을 하니까 굳이 내가 투표소에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어쨌거나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진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사전투표 제도도 굉장히 편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Q 20대 국회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글쎄요. 여소야대가 됐으니까 (바람은) 몇 가지 있겠죠. 우선 세월호 특별법 문제, 테러방지법 문제, 이거 돌려놔야 되거든요.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 문제. 왜냐면 승자독식이잖아요. 원래대로라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이 같아야 하죠. 당 지지율이 같게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한쪽에서는 공정성장을 이야기하고, 한쪽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잖아요. 이것의 공통분모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것에 관한 입법을 하기를 바라죠. 아까 정재승 교수님도 기본소득제 이야기를 했는데, 빈익빈부익부 때문에 수출도 잘 안 되고, 내수가 살아야 되는데 지금 사람들이 쓸 돈이 없는 거 아니에요? 그걸 풀어줘야 되는 거죠. 그런 일들을 약속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 정도? 그런데 아마 안 할 거예요. 다 똑같은 사람들이니까.


정재승 교수 인터뷰 보러 가기


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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